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지음, 이미옥 옮김 / 퍼스트펭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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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의 미덕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가치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 p.5

이 책은 마티아스 뇔케라는 독일 작가의 자기계발서이다. 그렇게까지 자기계발서가 끌리는 일이 많지 않은데 최근 들어 조금씩 찾아서 읽고 있는 중이다. 아마 이번에 구매한 책의 비율만 보더라도 자기계발서가 압도적으로 많을 정도다. 오죽하면 소설보다 자기계발서를 먼저 읽는 날도 많은 편인데 그만큼 내면이 참 시끄럽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런 중에 만난 책으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다.

책의 초입부에는 '겸손'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 겸손의 중요성을 언급하거나 강조하고, 가장 자신을 보여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맞게 노력하는 현대 시대에서 겸손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 그리고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이지 수가 얇기도 하고, 요즈음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쉽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원래 계획적인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일을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강박이 조금 심한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번역을 떠나 너무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 많다 보니 술술 읽혀졌고, 그만큼 많은 공감이 되었다. 맥락이 없이 겸손의 중요성을 펼치는 게 아닌 나름의 설득력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5장에서 다루었던 '회사생활의 무기가 되는 겸손함에 대하여'라는 파트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음에도 스스로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는 흥미로웠다. 또한, 회사에서는 당당해야 된다, 겸손하면 오히려 얕본다는 이야기를 너무 익숙하게 들었던 터라 본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할 때가 많았는데 상대에게 공을 넘겨준다거나 타인을 이끄는 겸손에 대한 내용이 너무 좋았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필요한 순간에 조금씩 꺼내서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예전에 보았던 글이 하나 떠오르기도 했다. '남들에게 배려하거나 맞춰주는 사람은 무던한 것이 아니라 예민한 것이다.'라는 뉘앙스의 글이었다. 사실 이게 겸손과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아마 이 책에서 말하는 겸손이 어쩌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현명한 방법이 저 문구가 아니었을까. 중심을 가지면서도 겸손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생각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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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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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됐는데, 이건 바람직한 사태일까? / p.8

이 책은 유키 하루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방주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전작이 꽤 흥미를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알고 있다. 이미 구매했지만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꽤 인기를 끌었던 전작이라면 이번 작품도 무엇인가 독자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할 무언가 있지 않을까.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그 지점이 기대가 되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은 무라야마 고도라는 교수가 살해된 상태에서 발견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서생이 고도의 시신을 발견했다. 고도 교수는 법의학 분야에서 인정받았던 사람이었다. 살인 사건이라는 그 자체로도 큰 충격에 빠질 일이었는데 연구소에서의 절도 사건과 교수상회라는 무정부주의 단체와 연루가 되면서 그야말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그와중에 고도 교수의 조카인 미나카미는 3년 전, 그 집을 털었던 도둑 하스노에게 찾아가 사건을 의뢰한다. 그것도 탐정으로 말이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면서도 주제 자체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스토리에 빨려 들어가는 매력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감이 있다. 특히, 무정부주의를 비롯한 사상 갈등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에 몇 번 다시 돌아가 흐름을 파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 교수를 살해한 범인과 교수상회와의 관련성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느껴져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하스노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하스노는 천한 도둑으로 등장하지만 보통 도둑이 아니다. 영어를 비롯한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면서 머리까지 좋은데 결론적으로 직업은 도둑이다. 그 이유를 파고들면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들이 많은데 도둑은 최대한 사람과 교류가 없기에 이를 직업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흥미로워서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도둑에게 탐정의 역할을 맡겼던 미나카미의 선택도 꽤 신선했다. 전개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기에 낯선 배경 속에서도 무사히 완독할 수 있었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단서들을 나중에 결말에 이르러 딱딱 맞아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만족감이 있었다. 왜 전작이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지 납득이 되었다. 덕분에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올라갔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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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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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짓불이 누구에게나 불시에 들이대어지는 시대에서 전짓불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 p.9

이 책은 김영란 교수님의 법에 관련된 책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분의 이름을 모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학교 졸업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김영란법'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사회에서 많이 회자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정말 감사한 은사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김영란법'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여서 결국 마음으로만 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법을 만드신 분의 책이다.

시작은 롤스의 정의론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의론은 미국의 헌법의 기초가 된 정의의 원칙을 정식화해서 정의감각을 다시 되살리고자 했다. 목적은 사회계약이론을 추상화해 정의관을 제시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계약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기본구조의 정의 원칙을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정의론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이후 대한민국의 사례를 적용한 내용이 등장한다. 인간의 양극단의 신념, 그리고 인간의 자유를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논의되었는지를 다룬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얇은 페이지 수의 책이어서 읽기 전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에 읽었던 판사님의 에세이에서도 양형이나 법적인 이야기들이 조금씩 등장했었는데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넘기면서 걱정이 조금씩 쌓였다. 아무래도 법적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떠나 사회에서 아직도 뜨겁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다 보니 머리에서는 과부하가 일어날 정도로 참 어려웠다. 법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수월했을 텐데 책장이 더디게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내용이었다. 두 가지 사건 중 하나인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건이었다. 미성년자의 보호와 성전환자의 권리 사이에서 처음에는 기각했다고 한다. 이후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안이 타당한지를 검토했다. 그동안 성전환자의 권리 부분만 생각했었는데 가족을 이루고, 미성년의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자녀의 혼란이나 보호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밖에도 동성 군인이 합의 하에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 군대의 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내용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내용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군인이 관외에서 동성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라는 사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2020년부터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어서 새로웠다.

사회는 변화한다. 그리고 개인의 욕구와 권리, 자유는 조금씩 더욱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법이라는 제도 또한 필요한 법인데 그 사이에서 간극을 좁히는 일은 어렵고 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느 쪽에 더욱 비중을 두어서 세상을 나아갈 것인가. 책장을 덮는 순간에도 어려웠고, 내용을 온전히 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러나 사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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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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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지구, 인류와 문명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 p.9

고등학교 때 자연과학계열을 선택해 지구과학, 화학, 물리 등 과학을 배우기는 했지만 생물을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큰 관심이 없었던 학생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 계열에서 보기 드문 수학을 포기한 학생, 또는 과학을 포기한 학생 중 하나로 선생님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전공이 과학이라는 학문과 더욱 멀어지다 보니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가장 어려워하는 소설 장르가 오죽하면 SF 장르이다.

이 책은 이준호 선생님의 과학 서적이다. 과학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잊혀져가는 지경에 이르러 도움을 받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더 확실한 계기는 조금이나마 SF 장르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더욱 깊이 감명받으면서 읽고 싶은데 늘 과학적 지식에 발목을 잡힐 때가 많았다. 기초 수준부터 하나하나 조금씩 관심을 가지자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초반부에는 큰 우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그 안에 속한 지구, 지구 안의 바다, 대륙, 살고 있는 생물체인 조상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연결이 되는 내용이다. 2부에 와서 인류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동안 만들었던 무기와 살기 위한 농업, 그리고 성장하기 위한 문명으로 펼쳐진다. 3부에서는 비교적 최신의 이야기인 컴퓨터와 생명공학, 천문학, 우주의 빅뱅까지 총 열셋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생각보다 두꺼운 페이지 수여서 책을 들었을 때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기초부터 알려 주는 책이라고 해도 지식이 습자지 수준의 얇다면 그것조차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학생이 된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만큼 세세하게 하나하나 친절한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읽고 저자의 약력을 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교과서로만 배웠던 오랜 과거에서부터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까지 모든 부분이 흥미로웠다. 비교적 익숙했던 인간의 발달에 대한 내용들은 다시 읽어 반가웠고, 모르고 지내왔던 빅뱅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게 그려졌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파트에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더 나아가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수산 시장에서 우리가 먹고 있는 해산물들이 사라진다는 내용이 너무 강렬했다. 참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SF 장르의 작품들이 온전히 이해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심이 없었던 과학 분야를 이렇게 자세하게 읽고 또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다. 물론, 완독했지만 상황에 따라 관심이 생기는 부분은 조금씩 시간이 될 때마다 다시 재독할 예정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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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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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곳에 오랜 시간, 어쩌면 영원히 머물렀던 것처럼. / p.26

이 책은 브라이언 에븐슨이라는 미국 작가의 소설집이다. 신비로운 느낌을 받아 선택하게 된 책이다. 종종 언급했던 것처럼 호러 장르가 취향과 거리가 멀고, 영미권 소설을 그렇게 즐겨 읽지 않는 편이었다. 거기에 요즈음 철학 또는 에세이 등 소설이 아닌 장르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보니 소설에 다시 맛을 들일 때가 왔다는 생각으로 고르던 중 눈에 보였던 책이다. 사실 기대보다는 절반만 이해하자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소설집에는 총 스물두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두 장 정도로 가볍게 끝나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책장을 넘겨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던 작품도 있었다. 인간의 어두운 면 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분위기를 주었던 작품들이 많다.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호러 픽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읽는 내내 공포감을 주었다.

짧은 흐름으로 끝나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 술술 읽히기는 했지만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현실성은 크게 보이지 않았는데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상상하면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공상이나 망상을 자주하는 스타일이었다면 나름 창의성을 발휘해 마치 영상 매체처럼 스토리를 그려냈을 텐데 두세 번 읽어도 어떤 존재인지 그려지지 않으니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어야 했다. 그러나 분위기만큼은 압도적이었던 작품집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룸 톤>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다. 잠깐 주인이 비어 있는 집에서 촬영을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배우들과 여러 제작진들이 모여, 그 집에서 촬영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집을 더 빌려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중개자는 이후 이사 올 사람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 급하게 영화 촬영을 마무리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소음이라고 불리는 '룸 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사 올 사람에게 재요청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주인공의 부탁을 거절한다.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현실감 있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좋게 말하면 직업 정신이자 나쁘게 말하면 광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결말을 읽은 상황에서 후자에 더 가깝기는 하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몰입하는 것도 모자라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는 게 과연 직업 정신이나 열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이사를 올 사람이었다면 주인공의 요청에 수락했을 테지만 그 사람의 상황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아니었는데 결론적으로 주인공의 그 끔찍한 광기가 읽는 내내 소름을 돋게 했던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안경>이라는 작품이다. 시력이 안 좋은 한 여성의 이야기다. 평소에 안경을 쓸 일이 없었던 게이르는 마흔이 넘어 노안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안경을 새로 맞췄다. 남편은 누진 다초점 렌즈를 권유했지만 이미 안경을 구입했기에 다음에 제작하게 된다면 누진 다초점 렌즈로 구매하겠다고 했다. 집회가 있어 기차를 타고 나갔던 게이르가 일이 생겨 집회에 늦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난 것이다. 근처 안경집에 들어가 누진 다초점 렌즈 안경을 구매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안경집의 주인은 없다고 말한다. 이중 초점 렌즈인 바이포컬스를 맞추겠다 했는데 안경집 주인은 이상하게 그 렌즈로 된 안경을 구입할 것인지 여러 번 되묻는다.

평소 안경을 착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보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결론만 놓고 보면 신비로우면서도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게이르가 겪었던 일들이 어쩌면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몰입이 되었다. 누진 다초점 렌즈라든지, 이중 초점 렌즈라든지 용어들이 노안 시기로 접어든 부모님의 안경을 맞추면서 너무 익숙하게 들었던 터라 반갑게 읽혔다. 그러면서 노화라는 시간의 흐름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마음이 묘하게 아팠던 작품이기도 했다.

호러 장르의 작품집이기는 하지만 읽으면서 하나의 환상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상황이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에 홀려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집이었다. 그만큼 알 수 없이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후에 읽는다고 해도 여전히 머릿속에서는 물음표를 달면서 재독하겠지만 그런 느낌이 나쁘지 않았던 작품집이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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