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제3부 (2024 리뉴얼) - 신들의 신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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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나는 한 인간이었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 p.11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이다. 초반부에는 중도에 하차하지 않을까 걱정과 고민이 많았는데 1편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편을 읽으면서 그런 걱정은 쓸데없는 일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이렇게 3편까지 읽게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꾼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이기에 이렇게 길게 이어진 이야기들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3편에서는 팽숑이 아에덴에서 눈을 뜨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144명의 후보생들 중 최종 후보생은 12명으로 좁혀지는데 후보생으로서 기술을 배우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팽숑은 결투에서 패배했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형벌을 받는다. 그런 과정에서 신 후보생들을 살인한 살신자의 정체가 드러나고, 18호 지구의 인간으로서 떨어진 팽숑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토리 자체가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해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1편과 2편에 비해 읽어가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3편의 페이지 수는 2편과 비슷해서 자칫 잘못하면 늘어질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역시 작가의 필력과 세계관, 상상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재발간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현대 단어로 맞게 수정이 되었다는 점에서 문체 역시도 괜찮았다.

읽는 내내 아이러니를 느꼈다. 분명 팽숑은 인간으로 태어나 죽음을 맞이해 신 후보생이 되었는데 당황스럽게도 다시 인간으로 내려오는 형별을 받게 되는 게 흥미로웠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신으로 살았다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어떨까. 물론, 신 후보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른 신들의 영향을 받아 온전하게 모든 것을 휘두를 수는 없겠지만 인간보다는 나을 테니 다른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신의 삶을 살아 보지 못한 인간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지점이 흥미롭고 궁금했다.

또한,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발달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느껴졌다. 과연 인간들이 이룩한 지구의 발전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편리해졌다는 측면에서 인간에게는 긍정적인 발전일지 모르겠지만 신이 보았을 때에는 이것을 온전히 인간처럼 생각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립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다른 인류가 학살되고, 그 사이에서 다른 생물들이 터전을 잃게 되는 등 무조건적으로 좋게 바라볼 수는 없지 않을까. 흥미로운 스토리에서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사유하느라 조금 더 어렵게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다.

서문에 적힌 작가의 물음이 읽으면서 머릿속을 관통했던 작품이었다. '당신이 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실 그렇게 신을 믿는 입장도 아니고, 신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상상조차도 하지 않는 현실주의자 입장에서는 허무랭망랑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자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읽는 내내 인간으로서 오만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과 함께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해 준 작품이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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