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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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개자식에게. / p.8

이 책은 비르지니 데팡트라는 프랑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강렬해서 선택한 책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개자식이라는 표현 자체를 듣거나 말할 일이 없는데 책의 제목으로서 보게 되어서 흥미가 생겼다. 거기에 적어도 개인적인 기준에서 친애와 개자식이라는 단어가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음식점의 욕쟁이 할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용조차도 찾지 않고 바로 선택해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크게 두 사람이 등장한다. 오스카라는 인물과 레베카라는 인물이다. 오스카는 이름을 날린 소설가이며, 레베카는 인기가 많이 사그라든 배우이다. 그들의 첫 만남은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베카는 오스카의 누나인 코린과 친구 사이였는데 세월이 흐른 뒤, 오스카가 레베카에 대한 악성 SNS 게시물을 남기면서부터 다시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레베카는 오스카에게 화를 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조언을 해 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특히, 오스카는 조에라는 스태프와 성추문이 퍼지면서 오스카에게 이에 대한 고민을 터놓는다.

술술 읽혀지면서도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종종 페미니즘이 드러나는 소설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페미니즘을 정면적으로 다룬 작품은 처음이어서 낯설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어느 정도 사전적인 지식을 얻으면서 읽었다. 그렇다 보니 보통 400 페이지 내외의 작품을 읽을 때보다는 조금 오래 걸렸다. 대략 다섯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그럼에도 문체나 내용은 술술 읽혀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으면서 오스카를 적대적으로 보았다. 전형적인 남성의 시각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남성이기 때문에 그게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에서 자주 봤던 그들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현실감이 느껴져서 답답했다. 억울한 피해자이지만 누가 봐도 남성의 우월주의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레베카가 오스카를 개자식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중후반부로 흘러가면서 오스카의 시각이 점차 바뀌는 게 그나마 호의적으로 보였다. 조에로부터 사과하려는 모습들이 진정성 있게 그려졌다. 오히려 조에를 조금 이상하게 보게 되었다. 조에를 거짓말로 오스카를 매장하려는 것처럼 보지는 않았지만 오스카의 성추문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아서 사회적인 편견 그대로 비판하는 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이 부분이 조금은 극단적으로 보였다. 이는 오스카의 누나를 보았을 때와 비슷했다.

현실적인 페미니즘을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펙트럼이 꽤 넓기 때문이다. 오스카처럼 페미니즘보다는 남성의 우월한 시각을 드러냈던 인물이 있고, 조금은 합리적으로 그려진 레베카가 있다. 또한,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는 코린과 조에도 등장한다. 거기에 조금 생소하게 그려졌던 레디컬 페미니즘과 이성애, 동성애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넓혀 주었던 소설이어서 흥미로웠다. 인생 소설은 아니어도 그에 견줄만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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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조예은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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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넌 이제 돌이킬 수 없어. / p.12

기본적으로 타인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고통 역시도 비슷하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해도 이를 온전히 느낄 수 없다. 특히, 몇 개월 전에 아버지께서 죽는 것이 더 낫겠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로 많이 아프다는 말씀을 하셨다. 통증은 나 역시 경험했던 고통이지만 온전히 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출산하는 고통에 견줄만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미혼인 나는 그 역시도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이 책은 조예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이제는 믿고 읽는 작가님 중 한 분이지 않을까 싶다. 단편소설 중 No.1을 뽑는다면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라는 작품을 뽑는다. 작년에는 드라마로 나온 기억도 있는데 그 역시도 재미있게 보았을 정도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임팩트가 강하다. 그래서 어지러운 순간들마다 자연스럽게 조예은 작가님의 작품을 찾는데 초기작 개정판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에는 이창이라는 이름의 형사가 등장한다. 다들 원하는 도시 발령을 마다하고 시골에 내려왔다. 그에게는 채린이라는 조카가 있는데 희귀병으로 많이 아픈 상황이다. 채린의 부모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과거 채린의 어머니이자 이창의 누나가 희귀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그때 사이비 종교의 의식으로 희귀병이 나았고, 이창은 다시 한번 기적을 위해 고향에서 조카를 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창은 당시 누나의 희귀병을 낫게 해 주었던 소년을 찾는다. 사이비 종교 교주의 아들이라고 불렀던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란과 찬을 알게 된다. 란과 찬은 형제 사이면서 사이비 종교 교주와 그의 형제에게 쫓기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창은 그들을 수소문하지만 권력에 눈이 먼 인물들의 방해와 란,찬 형제의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치닫게 된다. 이창은 채린의 병을 낫게 해 줄 수 있을까.

역시나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조예은 작가님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술술 읽혀지는 문체와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집중해서 읽다 보니 금방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퇴근 후 자기 전까지의 시간을 이용해 이틀에 걸쳐 나눠서 읽을 계획으로 펼쳤지만 그것조차도 포기하게 되었다. 대략 두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그동안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이 아플 때마다 '내가 대신 그만큼 아파 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바람이 활자로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물론, 작품의 내용은 악랄한 자들이 란과 찬 형제들을 이용하는 전개로 흘러가서 성악설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지만 조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창의 모습들은 인상적이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작품은 초기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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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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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인듯 사회소설인듯 다양한 장르를 담은 듯한 색다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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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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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왕이요. 저한테 1달러와 토끼 시체, 가죽을 빚진 거죠. / p.20


이 책은 엘리너 캐턴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요즈음 크게 두 출판사의 책을 많이 읽게 되는 중이다. 의도적으로 고른 것은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겹치는 출판사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열린책들' 출판사의 신간들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무슬림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읽었고, 이후에는 또 다른 출판사의 신간을 읽을 예정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가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라라는 인물이다. 게릴라 가드닝 '버넘 숲'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게릴라 가드닝은 버려진 땅에서 작물을 심고 이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버려진 땅이라고 하지만 땅의 주인 몰래 진행하고 있다. 미라에게는 초반 멤버인 토니와 친한 친구인 셸리와 버넘 숲을 이끌었지만 토니와는 견해 차이로 멀어진다. 억만장자 르모인이 등장하면서부터 미라와 갈등이 전개된다.

조금 어렵게 읽혀진 작품이었다. 과학과 사회가 융합된 느낌을 받아서 벽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상상력이나 지식이 있었더라면 그나마 수월하게 읽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초반에는 이 방대한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판타지 작품이 아님에도 어렵게 다가왔다. 안 그래도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인데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하루를 꼬박 읽어서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환경과 정치, 경제 등이 전부 드러나는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미라는 소설 안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인물로 등장한다. 버넘 숲을 키워서 현실에 직면된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셸리는 그에 비해 소극적이었고, 토니는 이상적인 스타일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거기다 자신의 과오를 숨기고자 정치적으로 미라를 이용하는 르모인의 태도 또한 색다르게 느껴졌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분야의 이념들이 꽤 머리를 어지럽게 했던 작품이었다. 이렇게 완독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폭 넓은 이해력을 갖추고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이야기들이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크게 다가와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극히 사적인 기준으로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아쉬웠음에도 뭔가 다시 찾고 싶은 묘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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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김쿠만 지음 / 허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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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미없는 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았어. / p.13

이 책은 김쿠만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예전에 작가님의 <레트로 마니아>라는 작품을 읽었다. 내용 자체는 많이 흐릿해졌지만 느낌만큼은 여전하다. 알 듯 말 듯 조금 애매한 소설. 결코 내용이 애매하다는 게 아니라 재미있으면서도 조용히 흐르는 작품들이었다.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것 또한 애매모호해서 묘하게 기억에 남았다. 어쨌거나 느낌이 강렬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신작 발간 소식을 듣고 읽게 되었다. 일부러 어떤 정보도 찾지 않았다. 그냥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IT 기업 직장인들에 대한 이야기인가?'라는 나름의 내용 유추만 했을 뿐이다. 사실 지방 사람이기 때문에 판교는 <응답하라 1994> 속 성동일 가족이 이사가는 신도시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그 느낌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상상의 나래로 펼친 이야기이다.

소설집에는 총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들은 시간을 관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의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현재의 상황을 드러내기도, 더 나아가 미래를 고민하기도 한다. 거기에 SF 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다. 예를 들면, 우주에서 우리에게는 익숙한 가수의 노래가 들린다거나 자율 주행이 익숙한 시대에서 핸들을 돌리는 자동차가 있다거나 하는 등의 소재들이 흥미로웠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언급했던 것처럼 작품마다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작품집이 단편이기에 별개로 본다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참 신경이 쓰였다. 지극히 사적인 기준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250 페이지 전후로 알고 있는데 대략 세 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다. 퇴근 시간 이후에 자기 전까지 몰입해서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남쪽 바다의 초밥>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초밥은 로봇 팔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런데 몇 가지 특이한 기준을 갖춘 초밥 장인이 있다. 남쪽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로 초밥을 만드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이상하게 한 손으로만 초밥을 만든다. 그것도 양쪽 손이 모두 있음에도 말이다. 누군가는 그에게 의문을 가지지만 꿋꿋하게 가르침을 따른다.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 강하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초밥을 만드는 로봇이 익숙하다는 설정도 흥미롭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편견에 대한 사적인 생각이었다. 초밥을 한 손으로 만드는 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왜 그 자체를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고 특별한 시선으로 보는 것일까. 가장 흔한 예시인 '왼손잡이'가 머릿속에 남았다. 나 역시도 왼손을 더 많이 쓰는 양손잡이 사람 중 하나로서 많은 말들이 떠올라 연관을 짓게 된 것 같다.

여전히 애매모호함을 느꼈지만 전작보다는 많은 감상을 주었던 작품집이었다. 읽는 내내 인간의 다양한 면을 AI나 로봇의 이야기를 빌어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인간이기에 '아, 나도 짜증난다.'라고 느끼는 지점이 있었고, 반대로 인간이기에 '이래서 인간이지.'라는 느낌 또한 받았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와닿은 지점이 하나 있었다. '아, 인간 참 어렵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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