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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왕이요. 저한테 1달러와 토끼 시체, 가죽을 빚진 거죠. / p.20
이 책은 엘리너 캐턴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요즈음 크게 두 출판사의 책을 많이 읽게 되는 중이다. 의도적으로 고른 것은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겹치는 출판사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열린책들' 출판사의 신간들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무슬림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읽었고, 이후에는 또 다른 출판사의 신간을 읽을 예정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가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라라는 인물이다. 게릴라 가드닝 '버넘 숲'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게릴라 가드닝은 버려진 땅에서 작물을 심고 이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버려진 땅이라고 하지만 땅의 주인 몰래 진행하고 있다. 미라에게는 초반 멤버인 토니와 친한 친구인 셸리와 버넘 숲을 이끌었지만 토니와는 견해 차이로 멀어진다. 억만장자 르모인이 등장하면서부터 미라와 갈등이 전개된다.
조금 어렵게 읽혀진 작품이었다. 과학과 사회가 융합된 느낌을 받아서 벽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상상력이나 지식이 있었더라면 그나마 수월하게 읽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초반에는 이 방대한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판타지 작품이 아님에도 어렵게 다가왔다. 안 그래도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인데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하루를 꼬박 읽어서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환경과 정치, 경제 등이 전부 드러나는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미라는 소설 안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인물로 등장한다. 버넘 숲을 키워서 현실에 직면된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셸리는 그에 비해 소극적이었고, 토니는 이상적인 스타일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거기다 자신의 과오를 숨기고자 정치적으로 미라를 이용하는 르모인의 태도 또한 색다르게 느껴졌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분야의 이념들이 꽤 머리를 어지럽게 했던 작품이었다. 이렇게 완독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폭 넓은 이해력을 갖추고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이야기들이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크게 다가와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극히 사적인 기준으로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아쉬웠음에도 뭔가 다시 찾고 싶은 묘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