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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에토 지음, 이구름 옮김 / 모모 / 2025년 2월
평점 :
#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았든 죽었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 p.181
이 책은 모리 에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한때 일본 작가의 작품에 빠져서 살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거리를 두었다. 그렇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가려서 읽은 것은 아니다. 평소 습관이라면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그래도 일본 작품을 읽었을 텐데 좋아하는 미우라 시온 작가의 작품 이후로는 일주일 만에 읽게 되었다. 사전적인 정보 없이 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 정도만 이해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카미라는 인물이다. 이십 대 초반인데 어릴 때 교통사고로 다른 가족들을 떠나보냈다. 이후부터 이모와 함께 살았지만 이모 역시도 다카미가 성인이 되자 세상을 떠났다. 혼자 남겨져 외로움을 타는 다카미에게 손을 내밀어 준 자전거포 가게 아저씨가 유일한 보호자이다. 어느 날, 아저씨는 가게를 접으면서 아들에게 주려고 했던 모나미 1호라는 자전거를 선물한다. 그런데 자전거가 이상했다. 다카미는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모모 출판사의 작품들을 종종 접하다 보니 어느 정도 출판사의 색깔이 익숙했고, 일본 소설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판타지 소설을 크게 선호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36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수준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반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주말 오전에 잠깐 앉아서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다카미와 에이코 씨의 관계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의 시작은 악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안 좋은 관계였다. 다카미에게 자전거포 가게 아저씨와 거리를 둘 것을 충고한 사람이 에이코 씨이기 때문이다. 아저씨의 과거를 언급하면서 나쁜 일을 겪은 사람들은 전염이 된다는 것이었다. 가족을 잃은 다카미에게는 이런 에이코 씨의 말이 상처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직장과 러너 클럽에서도 두 사람의 갈등은 계속된다.
에이코 씨에 대한 감정은 밉다는 느낌이 강했다. '에너지 뱀파이어'처럼 보였다. 다카미가 긍정적인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자꾸 기를 뺏는 듯했다. 거기에 매사 부정적이다. 신세한탄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전염시키는 사람. 에이코 씨가 자전거포 가게 아저씨와 다카미에게 했던 그 말이 곧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다카미의 입장에서 읽었는데 어느 정도 전개가 되고 나니 두 사람에게 성장이 보였다. 서로는 악연이라기보다는 인연이었다.
최근 달리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쇼츠나 기사를 통해 접했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유행이라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지만 다카미와 같은 상황이라면 도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면 뭔들 못할까. 당장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운동화 끈을 묶고 동네를 달리게 될 것 같다. 그토록 싫어하는 달리기가 조금은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졌던 작품이어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