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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평점 :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 p.9
이 책은 이머전 클락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우연히 줄거리를 읽고 흥미가 생겨서 선택하게 되었다. 특히, 가족의 숨겨진 서사와 진실에 대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의 내용이 딱 취향에 맞았다. 새로운 작가의 많이 접하지 않은 출판사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조금 걱정이나 부담감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과 관련된 새로움은 기대가 더 큰 법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카라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오빠 마이클, 그리고 아버지와 지냈다. 아버지께서는 통제적이면서도 강압적인 스타일이어서 오빠는 대학교 입학을 확정 짓자마자 바로 가족 품을 떠났고, 카라는 아버지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으셔서 간병하고 있다. 어느 날, 집 다락방에서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어머니의 편지를 읽게되면서부터 카라는 진실을 찾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다. 언급했던 것처럼 줄거리 이외의 정보들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걱정이 되는 지점도 있었다. 거기에 책이 조금 두꺼운 편이어서 완독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너무나 쉽게 내용이 이해되어서 놀랐다. 물론, 줄거리를 이미 파악했다는 점도 영향이 있겠지만 문체도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대략 사흘에 걸쳐 나누어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카라의 상황이 인상적이었다. 카라가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난 이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혼자 동분서주한다. 마이클은 카라의 추측을 망상으로 취급했고, 아버지께서는 자신도 돌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이를 물을 수 없었으며, 친구는 결혼 준비를 앞두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카라의 생각을 이해해 주는 건 아버지의 간병인 P 씨뿐이었다. 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결말을 읽고 난 이후 나라면 카라에게 주어진 진실이 어떻게 와닿을지 진지하게 상상해 보았다. 아버지도 나름대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고, 어머니 역시도 조금 과하다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분 중 어느 누구의 편을 들기가 애매했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어쩌면 카라가 직면한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게 너무 공감되었다. 더불어, 친구의 상황과 카라 부모님의 상황이 오버랩되었다.
사실 예상했던 스토리와 전개하는 방식이 달라 당황스러웠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스토리의 몰입력과 가독성이 좋은 문체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부모님의 상황에서 아버지의 편, 또는 어머니의 편 중 어느 한 쪽의 편에 서서 다른 쪽을 배척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그 어느 누구도 선한 역할이 없었다는 느낌이 신선하게 다가와서 만족스러웠다. 카라에게는 두 사람 어느 쪽이든 온전한 부모님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