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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라는 돌
김유원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준호 말대로 심판이 공 판정을 하기 않게 되어서일까? / p.18
오래된 야구 팬으로서 ABS는 그나마 괜찮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정으로로 화가 나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계도 잘못 판정할 때가 종종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그만큼 납득하게 되기도 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깟 공놀이에 희노애락을 느끼는 내가 가끔은 어이없게 보여질 때도 있다.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다고 여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김유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불펜의 시간>이라는 작품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소재인데 어쩌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번에 신작으로 야구 소재의 새로운 작품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확인 홀>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고, 인간 심판에 대한 이야기라는 내용이 끌려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홍식이라는 인물이다. 야구 선수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은퇴했는데 이후 심판으로 꽤 오래 일했다. 나름 베테랑 심판이지만 그에게는 '멱살 심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심판을 보고 있던 도중 공에 맞아 흐름이 바뀌게 되어 야구 팬으로부터 원성을 사는 일이 발생한다. 많은 상처를 받고 있던 중에 야구 선수 후배로부터 기계와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주제로 유튜브 촬영의 기회가 온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야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거기에 예전에 기계로 심판을 보는 사회에서 마지막 인간 심판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집은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 또한 친근하게 느껴졌다. 야구를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올 수는 있을 것 같지만 반대로 팬이라면 너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대략 한 시간 반만에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홍식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와닿았다. 사실 기계와 홍식의 대결은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결말에 적게 나올 뿐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홍식이 이를 고심하는 부분과 심판으로서 느꼈던 애로사항, 대결을 위해 연습하는 시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바둑기사 이세돌 님과 알파고의 대결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왜 홍식은 비웃음을 샀을까. 왜 심판은 욕을 먹고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다.
직업인으로서 완벽을 추구해야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종은 관대하게 생각하는 반면, 다른 직종의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걱정을 달고 살지만 왜 ABS의 등장이 반가웠을까. 심판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와닿았다. 야구를 떠나 직업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내용이어서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