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방원

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아무리 생각해도, 천행이었다. / p.8

이 책은 이도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소재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내 기억의 이방원이라는 역사적 인물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아들이자 태종이라는 조선 제 3대 국왕으로 알고 있는데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 뭔가 어울리면서도 낯선 조합이 느껴졌다. 과거에 알던 지식과 충돌이 됨을 느끼게 되어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동진이라는 인물이다. 여당의 비례대표이자 초선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다 야당과 여당의 권력 싸움 내에서 권력을 잃고, 동아줄 하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초선의, 그렇게 이것저것 붙을 것도 없는 동진에게 보좌관 선호로부터 종로 출마를 권유받게 되고, 마음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방법은 없었다. 종묘에서 위패에 부딪혀 이방원이 동진의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역사 지식을 어느 정도 배워서 기억하고 있고, 최근 들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는 터라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거기에 기자이신 작가님의 필체가 더해지니 재미는 덤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동진의 성장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정치적인 세력이 없는 초선 의원 이동진이라는 인물이 과거 조선의 왕이었던 이방원의 영혼을 만나고 들어오면서부터 확실히 바뀌는 게 느껴졌다. 이방원의 영혼으로부터 정치와 행정,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방법들을 하나씩 배우고,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는 내용들이 읽는 내내 흐뭇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금 답답해 보이는 구석도 있었는데 갈수록 왕의 자태처럼 국회의원의 품격이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권력에 붙어 동진을 무시하던 다른 거물급 인사들이 조금씩 위상을 찾아가는 동진에게 꾸벅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사람의 권력욕이 무섭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이라는 게 휙 바뀔 수가 있을까. 인간의 탐욕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권력이라면 이렇게까지 개가 되는구나 싶었다. 그게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뉴스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어서 현실감과 함께 씁쓸함도 느껴졌다.

처음에는 타임킬링용의 가벼운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취향에 너무 잘 맞았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현실감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참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그러면서 과거 이방원이 조선을 다스렸던 이야기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어서 그것조차도 새로우면서도 재미있는 기억이 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드나잇 레드카펫

미드나잇 레드카펫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그날 눈 뜨자마자 알았어요. / p.9

이 책은 김청귤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올해 단편소설로 처음 접한 작가님이다. 사실 작가님의 작품을 많은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았고, 실제로 구매해 소장하고 있는 책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읽었던 경험은 없었는데 저번 작품이 꽤 취향에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작가님의 작품만 실린 책을 찾던 중 신작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마침 기회가 되어서 읽게 되었다.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과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이 실려 있다. 특징이라고 하면 전반적으로 여성 서사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 역시도 여성 인물의 서사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여성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강하게 와닿았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지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문체가 인터넷에서 자주 읽을 수 있는, 주변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로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돌려서 말하면 오히려 그만큼 현실감이 있는 작품들이어서 갈수록 몰입이 되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단어나 스토리는 아니어서 취침에 들기 전 한 시간 반 이내에 모든 작품을 완독할 수 있었다. 남성이라면 조금 어렵게 느낄 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밤의 유혈 사태>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 작품은 화자가 경찰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듯하는 문체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화자는 어떤 상황으로 인해 범인으로 몰려 심문을 당하는 중으로 보여진다.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났더니 월경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집에는 위생용품이 없었고,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나서면서 이상한 일을 겪었고, 편의점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하필 방문한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에서 잘렸던 그 편의점이었으며,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은 자신의 친구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우연의 소용돌이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섯 편의 작품 중에서 읽기 전과 후의 느낌이 가장 다르게 와닿았다. 처음에 느낀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생리'라는 단어를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꺼내기 망설여지는데 소설에서 접했을 때의 낯선 감정이 들었다. 거기에 흔히 말하는 비속어가 자주 등장했기에 이 부분이 가벼우면서도 불편했다. 조금씩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 주제를 왜 터부시했던 거지?',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혼란스럽게 했다. 여성으로 살아간다면 당연하게 겪을 일이었음에도 왜 외부로 내뱉는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우연'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필연이자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왔던 사람 중 하나로서 새로운 시각을 경험했다. 화자가 경험했던 일들은 그야말로 우연의 연속이다. 경찰에게 잡힌 것도 자신의 의지로 벌인 일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타이밍에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화자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상황을 일으킨 것 또한 아니었다. '아, 우연이 계속 이렇게 겹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주변에서 재수없는 사람의 표본이라고 보여지기도 했다. 이 지점이 흥미로웠다.

앤솔로지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읽었던 작품도 꽤나 매력적이었지만 이번 단편소설집은 더욱 인상 깊게 남을 듯하다. 물론, 일부 작품에서는 조금 답답한 지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깊게 와닿았던 작품들이 워낙에 좋았기에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최근 트렌드에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지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당분간은 눈에 보이는 것, 눈에 띄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 p.180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오스트리아의 작가의 역사 서적이다. 작가 정보와 역사적 인물을 파편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만화와 노래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무슨 연관성이 있을지 기대가 되어 읽게 된 책이다. 사실 역사 서적을 그렇게까지 즐겨 읽지 않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새로울 듯하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제목 그대로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의 황녀로 태어난 인물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살던 시절에는 누구보다 철없는 왕족에 불과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왕족의 사치스러움은 물론 방탕스러운 생활을 해왔던 듯하다. 당시 왕이자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왕족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지식을 배우지 못한 점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러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결혼하게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선, 루이 16세와의 결혼생활에서 성적인 문제가 있었으며, 일가 친척들과의 갈등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혁명이라는 큰 역사적 시대 안에서 많이 힘들어하고, 그 안에서 많이 단단해진 모습을 보인다. 38년이라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프랑스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다.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작가의 문체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대기가 마치 소설처럼 그려져 있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초반에는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역사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에 관심만큼 쭉 완독이 가능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믿지 못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문체는 워낙에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너무 술술 읽혀져서 당황스러웠다. 물론, 프랑스 역사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모든 용어나 시대적 배경들이 낯설게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베르사유의 장미를 만화로 기억하고 있기에 처음에는 소설이라는 착각을 들게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프랑스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 더욱 마리 앙투아네트가 허구적인 인물처럼 와닿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굴곡진 삶을 돌아보면 현실감이 없었고, 생생하게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다른 이들처럼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하면 왕족의 전형적인 사치스러운 인물로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었다는 점이 꽤 기억에 남았다.

비록,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한다거나 그 시대를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이 가시밭길이었다는 점은 분명한 듯했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가까워진 느낌도 받았는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만큼 비극적인 삶을 살아갔던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연민이 들었던 이야기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깊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100자평] 카인의 오만

카인의 오만 ㅣ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4월

장기적출과 청소년 빈곤 문제 등 어찌 보면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 역시도 기대가 됩니다.

[100자평] 천사들의 제국 2

천사들의 제국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감명을 받은 독자로서 리뉴얼된 작품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