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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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이야기. 어렵지만 의미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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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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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한다. 이 책에는 사나운 글들이 모여 있다. / p.7

이 책은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유명한 작가님을 포함해 열네 분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신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그동안 앤솔로지 소설집을 자주 읽는 편이었는데 외국 작가로만 구성된 책은 올해 처음인 듯하다. 예전에 이야기를 주제로 한 스무 명 정도의 작가님들께서 참여하신 두꺼운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 또한 적어도 이 년 전이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이렇게 외국 작가의 소설집을 접했다.

작품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한 분의 작가님이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엠마 도노휴'라는 작가인데 예전에 장편소설 하나를 읽은 기억이 있다. OTT 영화로도 제작된 <더 원더>라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이 아이를 간호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여전히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주제 의식부터 스토리까지 지극히 사적인 기준으로 너무나 완벽했던 작품이어서 그 작가의 단편소설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언급한 것처럼 열다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에 대한 안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는데 '페미니즘 문학'의 선두자로 알려져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엠마 도노휴 작가님 등 다양한 언어권에서 각자 하나씩 멸칭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국의 '비라고' 출판사에서 50주년 기획 작품집이라고 한다.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WARRIOR' 정도만 알고 있을 뿐 다른 용어들은 생전 처음 보았다. 거기에 신화나 문학적으로 숨겨진 의미를 찾아가는 부분들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소 영미권이나 다른 문화권의 작품들을 자주 읽었더라면 조금 수월했을지 모르겠지만 아시아 문학들, 그 중에서도 일본과 중국 작품들 위주로 읽었던 터라 소설에 드러난 문화적 배경들이 낯설었다. 대략 네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캐럴라인 오도노휴 작가님의 <포르노 배우의 우월함>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주인공은 왕년에 포르노 배우로 이름을 알렸던 듯하다. 나이가 들어 그녀를 찾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자 포르노 제작을 제작한다. 스토리는 모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과거 포르노 배우 시절에 알게 된 데릭 허시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데릭 허시와 다시 재회하면서 생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읽는 내내 주인공의 감정선이나 생각에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아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러면서 사실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아마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더 이해했다는 생각에 인물의 감정선을 그래도 따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의 모습을 쭉 읽고 있으면 자아도취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자신의 무언가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전반적으로 들었던 느낌으로는 이 작품집을 온전히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스스로 의문이었다. 큰 주제 의식과 스토리 라인에 비해 작품의 이해도가 낮은 듯하다. 아마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에 관련된 서적들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고 다시 재독하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욱 풍부한 감상평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들을 마음만큼 와닿지 못해서 그게 조금 아쉬웠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능력 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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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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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도대체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 / p.9

이 책은 아오야마 미치코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작품은 세 권 정도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읽는 내내 뭔가 슴슴하지만 임팩트가 남았던 소설이었다. 가장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 아마 2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줄거리나 흐름들이 머릿속에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만큼 취향에 가까운 작품들이기도 했다. 신작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팟캐스트 프로그램 하나로 이루어진 연작 형식으로 진행된다. 간호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이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첫 번째 주인공은 동생과 성향이 많이 다른 편이다. 주인공이 보기에 동생은 너무나 자유분방하면서 자신의 하고 싶은 일들을 별 노력도 없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자신은 열심히 간호사로 근무했지만 현재는 다른 일을 찾고 있는데 아등바등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달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는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듣는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종종 작가의 작품들을 접했고, 그만큼 좋아하는 취향이기 때문에 속도가 더욱 빨랐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이 없이 후루룩 완독할 수 있었다. 달이라는 주제 자체에서 과학적 지식이나 역사적 사실들이 등장했다면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그것조차도 나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넘어가면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아버지의 사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린 나이에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 딸이 결혼 소식을 전달한다. 그것도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구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 어머니는 너무나 딸의 선언을 환영하면서 사위 될 남자 친구를 좋게 본 반면, 아버지는 내내 그 모습이 못마땅했다. 예비 사위에 대한 눈초리도 곱지 못했다. 어느 날, 예비 사위가 아버지의 직장으로 찾아온다.

양쪽의 사연이 너무 다 이해가 되는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딸의 입장에서 결혼은 부모의 영향보다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결혼을 위한 비용들을 자신이 아닌 부모님께서 부담할 현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일이기는 하다. 그러면서 딸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아버지의 감정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외롭고 서운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딸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가장 현실적이었다.

읽는 내내 작가의 특징이 너무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에 드러나는 부분은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겠지만 소설을 읽은 독자들만이 알아챌 수 있는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과거에 읽었던 전작들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었지만 유독 이 작품에서 그 매력이 와닿았다. 사람은 누군가로 다 연결이 된다는 문장이 강렬하게 공감되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류애가, 사람 사이의 연대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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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먀콘 프로젝트 -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우수상
허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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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이라 유독 돋보이는 검은 점. / p.7

이 책은 허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발음하기 어려워서 더욱 임팩트가 남았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내용은 애초에 찾지 않고 그저 '오이먀콘'이 무엇을 의미한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치 추운 겨울에서 살아가는 늑대나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종들의 그림도 관심이 갔다. 거기에 콘텐츠대상 수상작들이 나름 흥미를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한 명의 박사가 죽음을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호모 오비루나라는 인종에 대한 정보가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독일로 입양이 된 엠마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암살자라고 불리는데 이들을 피해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 듯하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결국 자신을 돕는 어느 할아버지가 등장했고 그와 같이 시베리아의 오이먀콘으로 가는 이야기, 그리고 오이먀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을 의미할까.

전반적으로 어렵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기상학뿐만 아니라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던 과학 용어들도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토리를 이해하는 일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무래도 과학적 소재를 다룬 sf 소설이다 보니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소재나 표현적인 측면에서 어려웠지만 그래도 스토리의 매력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세 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초반에는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과 한 사람의 희생도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의 대립, 또는 오이먀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로 보였다. 그냥 권력자와 연구하는 이들의 구도. 어떻게 보면 인간 대 인간의 이야기처럼 읽혀졌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생각하는 전개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그렇게 흘러갔더라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인간의 욕망이 눈에 들어왔다. 완전 무구한 피해를 받는 사람은 오이먀콘에서 희생당할 이들이 아닌, 거기에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아닌, 연구자들은 더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것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 인간에 의해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은 지구, 그리고 인간을 노렸던 늑대들이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인간에 의해 희생을 받는 그들이 눈에 보였던 것이다.

그동안 환경에 대한 책들을 읽었지만 이 작품이 유독 강하게 다가왔다. 시베리아에서 오이먀콘 프로젝트라는 게 있을 리가 없고, 엠마처럼 쫓기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지구에서 벌어지는 환경적 변화만큼은 진실이라는 그 문장이 너무나 강렬하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참으로 어려웠지만 그게 단순하게 단어의 이해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느꼈던 무거움이 아니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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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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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 p.18

평소 필기구에 그렇게까지 큰 관심이 없다. 교육에서 받았던 홍보용 볼펜으로 다 떨어질 때까지 사용할 정도로 도구를 가리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마음에 드는 볼펜이 생겨서 눈에 보이거나 손에 닿는 곳에 무조건 배치하는 중이다. 볼펜치고는 가격대가 조금 나가는 편인데 그래도 대략 대여섯 자루 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하나가 사라졌는데 마음이 쓰린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책은 우에다 겐지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힐링 소재여서 더욱 돌아볼 것도 없이 선택한 책이다. 도서관, 서점, 음식점 등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치유가 마음에 와닿았는데 문구점 소재는 또 처음이어서 관심이 갔다. 특히, 학창시절에 비해 요즈음 시대에 문구점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보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소설은 긴자 시호도 문구점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첫 번째는 할머니께 편지를 보내는 신입 사원, 두 번째는 어머니처럼 자신을 챙겨 주었던 사장님께 전하지 못할 말을 전달해야 하는 직원, 세상을 떠난 전 배우자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되는 남편, 꽤 오랜 시간동안 짝사랑했던 이성에게 고백하고 싶은 학생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문구점을 방문해 물건을 구입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공간과 문구점의 주인 겐, 주변 인물들만 이어질 뿐 스토리는 옴니버스의 형태로 흘러가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바로 완독하고 싶었지만 쉴 때마다 틈틈히 읽다 보니 이틀 정도에 완독이 가능했다. 아마 쭉 이어서 읽는다면 두 시간에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양이었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쭉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등장하는 신입 사원의 이야기가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신입 연수를 받고 첫 월급을 탄 주인공은 회사 동료의 소개로 긴자 시호도 문구점을 방문한다. 할머니께 전할 편지지를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겐은 이미 동료로부터 주인공의 방문 소식을 들은 상태이고, 반갑게 그리고 친절하게 맞이한다. 과거 할머니로부터 몽블랑 만년필을 받았던 기억을 겐과 주고받던 신입 사원은 우연히 쪽지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몇 년 전의 신입일 때의 생각이 떠올랐던 내용이었다. 당시에 첫 월급을 받아 할머니께 내복을 선물해드린 기억이 있는데 편지를 썼던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워낙에 무뚝뚝한 편이어서 마음을 표현하기 부끄러워했고, 지금까지도 말이나 글로 할머니께 감사함을 전달한 적이 없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이 스토리를 읽으면서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밖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공감과 힐링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문구점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끌리기는 했지만 필기구가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이야기 자체가 해답이 되었다.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이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그리움을 전해 준 소설이어서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힐링 소설의 매력을 다시 경험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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