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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한국현대소설학회 엮음 / 푸른사상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썼어. / p.30
이 책은 김병운 작가님, 서고운 작가님, 서장원 작가님, 성해나 작가님, 예소연 작가님, 이미상 작가님, 이서수 작가님, 이주혜 작가님, 이준아 작가님, 이희주 작가님, 최미래 작가님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 작품집이다. 이서수 작가님의 소설은 종종 읽었고, 김병운 작가님의 작품은 한두 번 정도 접한 기억이 있다. 다른 작가님들 역시도 인터넷 서점에서 익숙하게 보았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표지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350 분의 교수님께서 2024 년에 발간된 단편소설 중 11 편을 실었다. 작품 뒤에는 소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도 있었다. 문제 소설이라고 불릴만한 파격적인 작품들이었다.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 잘 드러난 작품들이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지는 작품집은 아니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너무 개성이 강했던 작품들이었다. 어느 작품은 몰입이 되어서 빠져들었던 반면, 취향이 아니었던 작품들은 훑어보는 식으로 읽기까지 했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 한 편씩 나누어서 읽었더니 대략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최근 타지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동안 여행 메이트가 되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희주 작가님의 <최애의 아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미라는 인물이다. 삼십 대의 평범한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이십 대의 아이돌 멤버 유리다. 지독한 아이돌 팬이었던 우미는 자신의 적금을 깨면서 큰 결심을 행동에 옮긴다. 그것은 바로 유리의 아이를 가지는 것이다. 과연 우미는 유리의 아이를 출산해 잘 기를 수 있을까.
초중반까지는 그냥 유난 정도의 아이돌 팬처럼 보였다. 포토카드에 뽀뽀하고, 영상을 찾아 보고, 최애의 멤버와 달콤한 상상을 하는 것 정도는 아이돌 덕질을 했던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이 갔다. 삼십 대여도 아이돌을 사랑할 수 있으니 그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후반부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갑자기 분위기뿐만 아니라 장르가 변환되는 듯했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속죄가 깊이 와닿았던 김병운 작가님의 <만나서 하는 생각>, 성소수자의 특이한 시각을 일깨워준 서장원 작가님의 <리틀 프라이드>, 따뜻함으로 시작했지만 결말에서 큰 충격을 주었던 성해나 작가님의 <스무드>, 딸로서 어머니와의 사이가 공감이 많이 되었던 이서수 작가님의 <AKA 신숙자>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작품집이었다. 역시 문제소설이라는 호칭이 괜히 붙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