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레이첼 웰스 지음, 장현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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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모든 게 쉬워지는 건 아니야. / p.11

예전부터 그랬지만 요즈음은 길가의 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짧은 시간 움직임을 살핀다거나 계속 응시하게 된다.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오죽하면 주머니에 고양이 전용 간식을 들고 다닐까,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집에서는 고양이는커녕 기역으로 시작하는 생물체를 키우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휴대 전화 카메라에는 그렇게 길가의 고양이 사진으로 가득하다.

이 책은 레이첼 웰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고양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주제가 되는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은 듯하다. 가끔 잊혀질만하면 한 권씩 읽는데 고양이에게 힐링을 주고받는 것보다는 대부분 탐정이나 사건과 연루가 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고양이에게 무슨 능력이 있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내용. 우리가 흔히 아는 고양이의 특성에 맞는 작품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고양이 알피다. 알피는 주인이었던 마거릿이 떠난 이후 혼자 남겨진 고양이로, 마거릿의 가족에 의해 보호소로 보내진다. 그러나 보호소에서 나와 길을 방황하던 중 에드거 로드에 정착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자신의 주인을 찾아나선다. 각자의 사연으로 알피를 맞이해 주는 이들. 알피와 등장인물들이 서로 위로를 주고받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워낙에 힐링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기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아니, 취향에 잘 맞았다. 영미소설이지만 번역 자체도 크게 어렵지 않아서 세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평일 시간을 쪼개 조금씩 읽었던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더욱 큰 재미를 줄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알피가 사람들로부터 얻는 힐링보다는 사람들이 알피에게 받는 힐링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연인과의 이별, 뜻하지 않은 퇴사, 사회적인 편견 등 등장인물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기도 했는데 이렇게 인간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이나 느끼고 있는 두려움으로부터 심리적인 위안을 주는 알피가 이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이 주는 안정감을 믿는 편이다. 가족들이 힘든 시기를 같이 키우고 있던 강아지로부터 이겨낸 경험도 있다. 아버지께서는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속 이야기를, 나는 가족들에게 차마 보여줄 수 없는 우는 모습을 강아지에게만큼은 필터링 없이 보여주었다. 단지 그 강아지는 자신의 등만 내어주었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참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때의 위안이 알피와 겹쳐졌던 작품이어서 읽는 내내 뭉클했고, 또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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