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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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면 남겨진 사람들 역시 이별의 고통이나 상실감에 휘둘리는 대신 사랑과 이해로 삶은 이어갈 수 있지는 않을까? / p.20

이 책은 유성호 교수님의 에세이다. 책을 읽을 시점만 보더라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본 교수님의 모습이다. 늘 입버릇처럼 이십 년만 젊었어도 법의학자의 꿈을 꾸고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요즈음 관련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갔다. 법의학에 대한 내용도 좋지만 지금 현재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신작 발간 소식에 무엇보다 빨리 읽고 싶었다.

책은 총 교수님께서 죽음을 자주 접하게 되시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총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큰 주제는 죽음이다. 첫 번째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 두 번째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 세 번째는 삶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단어 하나에 교수님의 에피소드나 생각, 그리고 관련된 법의학적인 정보들이 있고, 마지막에 에필로그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술술 읽혀졌다. 법의학에 관심이 많았고, 그동안 프로그램을 봤던 영향인지 이해는 쉽게 되었다. 또한, 법의학 지식이 깊게 드러난 책은 아니어서 그것 또한 완독에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에세이로 분류가 된 만큼 전문적인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아서 시간 자체는 오래 걸렸다. 세 시간 넘게 책을 붙잡고 있었다. 페이지에 반비례하는 무거움이 내내 짓눌렀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노트가 인상 깊게 남았다. 죽음의 권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자기결정권으로 죽음을 선택하고자 하지만 윤리적인 딜레마가 충돌하면서 많은 이슈가 되는 듯하다. 책에서는 가족에게 모르핀을 투여한 의사와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마저도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남편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생명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여서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 남유하 작가님의 존엄사에 대한 에세이를 읽으면서 스위스의 디그나타스를 비롯한 외국의 조력자살기관이나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아버지의 짧은 투병 생활 중 연명의료 중단을 검색하고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이 또한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했다. 그래서 답답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파트였다. 교수님의 의견을 읽으면서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교수님께서는 일 년에 한 번씩 유언 노트를 작성하신다는 내용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남은 이들을 위한 유언보다는 앞으로 미래에 대한 스스로에게 대한 유언이라고 하셨다. 유언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울었다.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하지만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서 보인 점도 있었다. 물론, 나의 아버지께서는 유언만 남기고 가셨지만 말이다. 읽는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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