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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평점 :
#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로 밤에도 쉼없이 달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 p.8
이 책은 고혜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힐링소설을 자주 찾게 된다. 한동안 SF소설이나 고전소설, 추리소설 등 선호하지 않았거나 어려운 장르 위주로 읽었다. 갑자기 그런 작품들이 끌려서 자발적으로 완독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지식에 읽으려고 하니 머리에 과부하가 왔다. 오죽하면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 읽었을 책을 부여잡고 일주일에 완독한 케이스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좋아하는 장르 위주로 고르다 선택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보호라는 인물이다. 약사인데 보기 드문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남들이 퇴근하거나 자러 가는 그 야간에 문을 여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약국과 보호에 대한 소문들이 있지만 이를 무시하기라도 하듯 늘 해가 질 때 약국을 오픈한다. 보호를 중심으로 각자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보호가 가졌던 과거의 이야기들까지 펼쳐진다. 까칠하기 짝이 없는 약사 보호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담이 없었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 작가의 힐링소설이어서 속도감이 붙었다. 아침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아마 힐링 장르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수로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듯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호의 이중적인 마음이 드러났다. 언급했던 것처럼 보호는 까칠한 편이다. 야간 약국으로는 유일한 곳이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배짱 영업을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욕만 하지 않을 뿐 손님에게 약을 팔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반말도 한다. 보통의 약국이라면 별점이 0점대에 수렴하지 않을까. 보호의 태도가 불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이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김첨지 또는 욕쟁이 할머니와 비슷한 향기를 느꼈다.
중후반부에 보호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드러나면서부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약국을 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겠지만 온전히 보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야간에 불을 켜게 된 것이다. 이를 알면서부터 가볍게 생각했던 보호에 대한 시각들이 바뀌었다. 보호는 야간에 약국을 열어야 살 수 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에는 남들은 손가락질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 부상으로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사람, 권력에 이도저도 못하는 사람,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 등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시판된 약이 아니라 용기와 위로라는 약을 처방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아마 보호가 그렇듯 이 책이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나의 약봉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