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 대체 가능
단요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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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 하면 어리석은 사람을 살게 됩니다. / p.9

이 책은 단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최근에 <이렇게 세계는 바뀐다>라는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다.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버거운 면이 있었던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를 던졌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 조금씩 다른 작품도 읽을 다짐을 했었는데 최근에 신간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충 줄거리도 읽으니 이 역시도 신선한 소재라는 생각에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민형이라는 인물이다. 의사로서 겉보기에는 나름 좋은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실상 가정사 내부를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쌍둥이 두 딸은 꽤 오래 n수를 도전했는데 쌍둥이 둘째 딸은 그것마저도 실패했다. 그리고 민형의 쌍둥이 동생은 여기저기 사고치기 바쁘다. 형의 아들이자 민형의 조카 역시도 삼십 대이지만 방탕한 생활을 했다. 어느 날, 둘째 딸의 전화를 받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전작이 너무 어려웠던 탓에 조금은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는데 그 걱정이 기우에 불과할 정도로 금방 완독했다. 평소에는 크게 던지지 않을 화두이지만 언젠가 궁금증이 있었던 부분을 문학이라는 소재로 툭 던져 준 느낌이다. 민형의 시각에서 몰입해 읽었는데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아마 스릴러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작품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쌍둥이로부터 시작된 궁금증이 참 인상적이었다. 둘째 딸이 첫째 딸의 살인 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민형은 이를 둘째 딸이 죽은 것으로 바꿔치기를 제안하는 내용이 나온다. 첫째 딸은 치과 대학을 다니는 상태였고, 둘째 딸은 다시 수험의 늪에 들어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지문이 다른데 그게 돼?'라는 의문이 들어서 조금 이야기가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민형의 의학 지식으로 이를 납득시켜 주어서 독특했다.

또한, 민형의 쌍둥이 동생과 민형의 아내 사이의 의심스러운 일들로 유전자 검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이 역시도 쌍둥이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어서 속으로 많이 놀랐다. 쌍둥이여도 분명히 유전자에서도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그 부분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찝찝하게 남은 상황에서 페이지를 넘겼다. 민형과 쌍둥이 동생, 그리고 민형의 쌍둥이 딸들이라는 이중적인 관계들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쌍둥이가 다른 환경에 성장했더라도 비슷한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내 쌍둥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들이 고개를 들었는데 이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전개에 비해 결말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으로 흘러갔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를 뛰어넘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어서 그것 자체로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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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세이버 달달북다 10
이유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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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연애란 어떻게 해야 감정 낭비가 아닌 것인가. / p.11

결혼 적령기에 들어오는 나이가 되니 주변에서 연애사를 묻는 사람들이 꽤 있다. 특히,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께서는 그렇게 남자 친구를 묻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 편이다. 초반에는 웃으면서 넘겼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먹히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야겠다고 돌려서 표현하지만 결혼을 하나의 업으로 살아오셨던 분들께는 이런 대답조차도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유리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늘 믿고 읽었던 달달 북다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이다. 사실 믿고 읽었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을 느낀 작품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의리로 포기할 수 없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앤솔로지 작품집에서만 읽었던 작가의 작품이다. <비눗방울 퐁>, <브로콜리 펀치> 등 단행본 작품들에 대한 추천을 많이 받았던 터라 기대가 되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혜인이라는 인물이다. 오래 만난 남자 친구와 이별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감정 낭비를 하는 연애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연히 '하트 세이버'라는 서비스를 SNS를 통해 알게 된다. 피 한 방울로 매칭해 취향이 맞는 상대방을 연결해 준다는 서비스를 반신반의로 등록했고, 잊을만할 때 하트 세이버의 매니저로부터 매칭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달달 북다 시리즈의 장점처럼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번 주제가 비일상으로 알고 있는데 소재 자체가 독특하면서도 현실감이 있어서 금방 완독이 가능했다. 연애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다른 북다 시리즈 작품에 비해 더욱 짧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삼십 분 정도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연애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감정 소모이기 때문이다. 혼자 독서한다거나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다른 타인으로부터 감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연애라는 단어의 동의어로 감정 소모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생각했다. 이 지점이 혜인과 다른 점이기는 하지만 연애하면서 감정 낭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출발한다는 점은 비슷해서 공감했다.

피 한 방울로 나와 같은 성향의 인연을 찾을 수 있다면 무서운 주사 바늘 쯤이야 손가락에 찌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 의문으로 많이 남았다. 과학은 발전했고, 이로서 많은 우여곡절을 줄일 수 있기는 하지만 인연 찾는 것이 어디 세상 쉬운 일이었을까. 그런 지점에서 비일상이라는 테마에 맞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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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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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희망이 실망이 됩니다. / p.41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이라는 독일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힐링 장르의 작품 두 권을 읽자마자 다시 어려운 책을 선택했다. 사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고르게 된 것이다. 미술이나 예술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실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미적 감각이 제로에 수렴하지만 표지부터가 매력적이었다.

작품집은 총 세 파트로 나누어졌다. 첫 번째는 꿈과 몽상에서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환상적인 문체와 흐름들을 펼친 소설들이, 두 번째는 여행에서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동과 다양한 흐름을 가진 소설들이, 세 번째는 놀이와 교육론으로 아이들의 놀이로 보는 인간의 고독과 사회에 대한 소설들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실적인 무언가보다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었다.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다. 올해 읽은 작품들 중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동안 현실적이고, 상상이 가능한 작품들 위주로 읽었던 터라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에 철학을 곱씹으면서 읽는 것이 서툴렀던 것 같다. 보통 350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작품을 읽을 때면 길어야 세 시간 이상은 소요가 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은 다섯 시간 정도 걸렸다. 문장을 꾹꾹 눌러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자아: 새해 전야의 성찰을 위한 이야기>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크렘바허라는 인물이다. 4 주에서 6 주 간격을 두고 이사를 한다. 어느 날, 값이 저렴한 술을 들고 집에 귀가했다. 폐쇄공포증이 있던 크렘바허는 술을 진탕 마시고 길거리로 나와 헤맸다. 그러던 중 '카이저파노라마'라는 글귀가 적힌 어느 술집으로 들어가 묘한 감정을 경험한다.

가장 생각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제목만 보고 두 번째 자아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고, 내용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 카이저파노라마가 미주로 달려 있기는 했지만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검색해 그림을 보고 다시 읽었는데 크렘바허가 느꼈던 감정들을 피부로 와닿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했을 텐데' 문장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두 번째 자아는 후회로부터 드러나는 또 다른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완독한 이후에 발터 벤야민이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알게 되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배경을 읽기 전에 미리 인식했더라면 조금 더 풍부하게 내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간으로서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내면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이 책을 손에 잡을 계획이다. 어려워서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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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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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안이라는 처방을 안겨 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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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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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로 밤에도 쉼없이 달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 p.8

이 책은 고혜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힐링소설을 자주 찾게 된다. 한동안 SF소설이나 고전소설, 추리소설 등 선호하지 않았거나 어려운 장르 위주로 읽었다. 갑자기 그런 작품들이 끌려서 자발적으로 완독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지식에 읽으려고 하니 머리에 과부하가 왔다. 오죽하면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 읽었을 책을 부여잡고 일주일에 완독한 케이스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좋아하는 장르 위주로 고르다 선택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보호라는 인물이다. 약사인데 보기 드문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남들이 퇴근하거나 자러 가는 그 야간에 문을 여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약국과 보호에 대한 소문들이 있지만 이를 무시하기라도 하듯 늘 해가 질 때 약국을 오픈한다. 보호를 중심으로 각자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보호가 가졌던 과거의 이야기들까지 펼쳐진다. 까칠하기 짝이 없는 약사 보호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담이 없었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 작가의 힐링소설이어서 속도감이 붙었다. 아침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아마 힐링 장르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수로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듯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호의 이중적인 마음이 드러났다. 언급했던 것처럼 보호는 까칠한 편이다. 야간 약국으로는 유일한 곳이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배짱 영업을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욕만 하지 않을 뿐 손님에게 약을 팔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반말도 한다. 보통의 약국이라면 별점이 0점대에 수렴하지 않을까. 보호의 태도가 불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이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김첨지 또는 욕쟁이 할머니와 비슷한 향기를 느꼈다.

중후반부에 보호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드러나면서부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약국을 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겠지만 온전히 보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야간에 불을 켜게 된 것이다. 이를 알면서부터 가볍게 생각했던 보호에 대한 시각들이 바뀌었다. 보호는 야간에 약국을 열어야 살 수 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에는 남들은 손가락질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 부상으로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사람, 권력에 이도저도 못하는 사람,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 등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시판된 약이 아니라 용기와 위로라는 약을 처방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아마 보호가 그렇듯 이 책이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나의 약봉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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