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 첩혈쌍녀
소피아 베넷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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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왔던 추리 소설과 다른 여왕님의 우아하고도 고풍스러운 추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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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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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한한 해변에서 모래알을 찾고 있다. / p.365

어렸을 때에는 가끔 엉뚱한 가정을 할 때가 많았다. 특히, 책을 보면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편이었다. 현재는 시간이 흐르고 사회의 때가 많이 묻은 사람이어서 누구보다 헛된 상상을 하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누가 봐도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는 꼬마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은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장편 소설이다.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다. 느낌으로 고를 때가 많기는 하지만 줄거리를 보고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이 딱 그 케이스였다. 나의 모습을 한 나에게 납치가 되었다는 설정에 관심이 갔다. 특히, 어렸을 때 했었던 허무맹랑한 생각 중 하나가 다른 세상에 나의 얼굴을 한 누군가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나름 공감이 될 수 있을 듯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역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제이슨은 아내인 다니엘라, 십 대 아들 찰리와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남성이다. 과거 물리학자로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다니엘라의 임신으로 이를 포기하고 결국 가정을 선택했다. 아내 역시도 촉망 받는 화가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으나 제이슨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전업 주부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제이슨과 다니엘라, 찰리는 서로에게 충실하면서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친구의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친구의 수상 파티를 축하해 주고 오는 길에 제이슨은 복면을 쓴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다. 눈을 뜨니 모르는 한 교수가 말도 안 되는 설명을 하면서 자신을 붙잡고 있다. 다니엘라와 찰리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제이슨은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곧 잡혀 다시 돌아온다. 무기력한 생활을 하면서도 가족을 생각했던 제이슨은 계속 가족을 찾아 나설 방법을 찾고, 소설은 이러한 제이슨의 여정과 납치된 비밀을 알게 된다. 

제이슨의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 참 화목한 가정이다. 무엇보다 부인을 사랑하는 남편,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역할, 거기에 아내 역시도 남편과 같은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뭔가 묘하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제이슨에게서 과거 선택으로 이룬 지금 환경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가족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을 테지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가지고 있는 듯했다. 내내 가족을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는 했지만 어느 한 편에서는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막연하게 다른 시공간에서는 나의 모습을 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가정을 했었던 때가 있었기에 그때의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이슨을 예로 든다면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았을 때 가족이 아닌 커리어를 생각했던 제이슨 2라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소설에서는 전염병으로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제이슨과 다른 직업을 가진 제이슨이 등장한다. 과연 나의 또 다른 내가 나타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금의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능력치의 내가 등장한다면 그를 막연하게 부러워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지금의 나보다 어려운 상황의 나라면 측은함이 들었을 것 같다.

소재 자체도 좋았지만 제이슨의 생각이 가장 인상 깊었다. 선택이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고 하거나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라는 우물에서 살고 있는 물고리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예시 등 다소 철학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혼잣말 또는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진짜 이상한 미치광이의 말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데 그 안에서 지금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은 결과는 나오기에 일생에서의 많은 선택은 그저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제이슨이 과거 선택에 대한 옅은 미련에 대한 죄로서 다중 우주에 갇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SF 소설이기 때문에 이론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다. 다중 우주라든지 양자역학의 경우에는 전혀 지식이 없는 물리학 이론들이어서 관련 내용은 나름 어렴풋이 해석하는 느낌으로만 읽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조금 더 풍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울 것 같다. 아마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흥미로운 이야기여서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고,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의 경력처럼 제이슨를 둘러싼 이러한 사건들이 하나의 영화처럼 재생이 되었다. 마치 다른 제이슨들이 쫓는 장면은 하나의 액션 영화처럼 그려졌고, 다중 우주를 넘어가는 장면들은 스케일이 큰 SF 영화처럼 보였다. 어려운 이론이 나왔음에도 그나마 쉽게 해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상상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SF의 관심을 떠나서 초보부터 고수까지 전부 만족할 수 있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보에게는 스펙타클한 스릴러의 쫄깃한 묘미를, 고수에게는 다른 차원의 다중 우주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스릴러 소설처럼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었지만 SF 소설의 매력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영상화로 펼쳐지는 이 소설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다. 과연 내가 그리는 이 스케치 수준의 영상들이 색을 입는다면, 얄팍한 지식으로 이해했던 다중 우주의 큰 세계들이 자본을 들이면 어떤 모습으로 탄생이 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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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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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연못의 요정이야. / p.23

편견이라는 것은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이지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야를 좁혀서 상황을 일방적으로 재단하는 것. 분명 맞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에 몰입해서 안 맞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게 되는 것. 결국 편견으로 기회를 놓치거나 인연을 보내는 일들이 있다. 있는 그 자체로 인정하거나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다지마 도시유키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 자체가 조금 의문이 들었던 책이었다. 백합은 흔히 흰색으로 알고 있다. 태어나서 흰색의 백합은 많이 봤지만 흑색 백합은 본 적이 없다. 과연 흑백합이라는 게 뭘까. 거기에 모든 것이 복선이면서 단서라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게 관심이 갔다. 흑백합과 미스터리는 또 무슨 연관이 있을까. 마치 살인 사건에 범인이 흑백합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린다는 뜻인가. 여러 생각을 하면서 펼쳤다.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초반에는 열네 살의 소년 두 명과 소녀 한 명이 등장한다. 스스무라는 소년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는데 아버지 친구의 초대로 간사이 지방의 시골 별장에서 여름 방학을 보낸다. 아버지 친구에게는 가즈히코라는 동갑의 소년이 있었고, 둘은 근처 연못에서 놀던 중 가오루의 이름의 소녀를 만난다. 스스무와 가즈히코는 동갑의 그 소녀에게 마음이 갔다. 세 사람의 풋풋하고도 서툰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내용이 전개가 되면서 스스무 아버지와 가즈히코의 아버지, 대기업의 회장, 롯코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여자, 가오루의 고모인 히토미, 히토미의 남편, 히토미의 오빠 등 다양한 어른들이 등장한다. 갑자기 30년대의 독일 베를린으로 가 아이다 미치코라는 여성까지 나오는데 이들을 둘러싼 관계와 롯코의 여왕과 아이다 미치코의 존재는 누구인지 등 다양한 의문을 품는 이야기들이 시공간을 넘어 전개가 된다.

사실 초반에 읽으면서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주 예시로 들 수도 있겠지만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의 삼각관계 버전처럼 느껴졌다. 첫눈에 반한 두 소년과 한 소녀의 사랑 이야기. 대놓고 서로 소녀와 연애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소녀와 더욱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일 때 소년들의 질투와 반응, 말도 안 되는 고백 등 십대 청소년이기에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순수한 사랑 이야기들이 웃음을 짓게 했다.

더불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바람을 피우는 불륜의 사랑이나 목숨을 걸고 하는 사랑 등 순수했던 아이들의 사랑과 또 다른 류의 어른의 사랑이야기도 등장했다. 약간 흑과 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독일에서 스스무 아버지와 가즈히코 아버지, 대기업 사장님이 만났던 아이다 미치코의 존재와 히토미의 사랑 이야기가 가장 시선을 끌었다. 아이다 미치코는 뭔가 차가우면서도 도울 것은 돕는 존재처럼 그려졌는데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낯선 독일이라는 장소에서 친숙한 일본인을 만난 것에 대한 뭔가 이중적인 느낌을 받은 듯했는데 베일에 싸인 이 존재가 계속 눈길이 갔다. 또한, 히토미는 누구보다 살뜰하게 조카인 가오루와 두 소년을 챙겨 주는 다정다감한 고모로 등장하는데 갑자기 이어지는 어른의 순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이들의 사랑과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로맨스 소설이라는 생각에 약간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데 심장 쫄깃한 추리도 아니고, 잔잔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스릴러도 아닌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라고 할까. 어떻게 보면 뻔한 추리 소설처럼 느껴졌다. 모든 인물이 상상 가능했고, 추리를 할 것도 없었다. 읽는 내내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과 같은 소설처럼 느껴졌다. 100% 속는다는 게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그러다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옮긴이의 말을 보는데 망치로 제대로 한방 맞았다. 그동안 당연하게 믿었던 내용들이 하나같이 나의 편견으로 인식된 허구였던 것이다. 이렇게 편견이 무섭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사실 이런 류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편견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결말에 그때도 똑같은 충격을 받았는데 시간이 흘러도 편견을 접고 소설을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편견이라는 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 소설을 떠나 자신이 갇힌 무언가를 깨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단정 짓지 않고 읽는다면 재미가 반감될 소설이겠지만 이 책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이미 머릿속에 그려진 어느 편견으로 단정을 지어놓고 보지 않았을까. 나부터도 그랬던 것 같다. 아마 이런 류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결말이 신선할 것이고, 얼마나 단편적으로 소설을 읽어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충격이면서도 그렇게 깨지는 느낌이 좋았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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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 -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제훈 지음 / &(앤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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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신이 바쁠 수도 있다고. / p.15

철이 없던 시기에는 막연하게 부러운 직업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교직원이었다. 보통 직장에는 없는 방학을 가진 직업이 있다니 대학교에 간다면 그런 직업을 삼고 싶다는 나름의 장래희망이 있었다. 당시에는 교직원이 곧 선생님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었던 때이기에 자연스럽게 선생님이었다. 그야말로 직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잘 모르던 철부지 유치원생 때 이야기이다.

이후 성장하고 머리가 크면 클수록 부러움보다는 질투가 생겼던 것 같다. 교직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일부 불친절한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쏟은 등록금이 아깝다는 말로 화를 표출하기도 했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놀고 먹는 신의 직장'이라는 별칭을 듣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든다. 어느 직장이든 놀고 먹는 직장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일부 성실하지 못한 직장인의 행동에 대한 편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권제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대학교 라이프를 다룬 소설인 줄 알았다. '입학처'보다 '대학교'라는 장소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당연하게 대학생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신입생들의 파란만장한 대학교 적응 라이프 정도라고 해야 할까. 기억을 소환하는 느낌으로 고른 책이었다. 이미 여름을 지나 가을로 가고 있지만 표지 자체가 주는 봄의 산뜻함이 느껴져서 기대를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줄거리를 보지 못한 실수였다. 대학교 이야기이기는 하나, 학생의 입장이 아닌 직장인의 입장의 대학교 이야기였다.

소설은 Q대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입학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말이 많은 입학처장 한덕수 교수는 직원들에게 입시는 전쟁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오현종 입학팀장은 점심 시간마다 부하 직원들과 함께 주 2회 이상 알탕을 드시는 매니아였다. 입학처에서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깊은 속내를 드러내는 이야기까지 장편 소설이기는 하지만 챕터마다 입학처 인물의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단편 소설이라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야기가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학부모들의 학구열이었다. 소설에서 입학처 직원들은 학부모님들의 문의 전화를 받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흡사 연중무휴 콜센터처럼 보였다. 자녀들의 성적을 알려 주면서 원하는 과에 입학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부터 불합격한 이유를 묻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온갖 부모님의 모습들을 읽으면서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합격 여부는 운명이나 신만 알 것이고, 변수가 너무 많다. 사람이 무조건 된다고 확답을 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대학을 잘 보내고 싶은 부모님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과했다. 의과대학을 보내고 싶어 입학사정관은 들들 볶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이 명치를 타고 올라오기도 했었다. 

두 번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였다. 입학처에는 처장, 팀장,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주임 등의 정규직과 책임과 선임으로 나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있었다. 특히, 조규학이라는 인물에게 가장 애정이 갔다. 조규학이 계약직 신분으로 다른 대학교에서 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느꼈을 직장에 대한 불안정감이 느껴졌다. 물론, Q대학교에서 2년을 채운 이후 무기계약직이 되면서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조규학이 맞선을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직장의 불안정감에서 오는 것도 크게 작용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불확실한 위치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모래성에 콘크리트로 집을 짓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의 모습들이 오버랩되었다.

그 외에도 맹모삼천지교를 능가하는 장대현 차장의 딸 교육에 관한 고민, 서류 심사와 실적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원들 등 하나하나 소소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대학교 입학처 하면 캠퍼스의 벚꽃들이 흩날리는 장소이자 청춘의 낭만이 함께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상상될 텐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혹독한 일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겨울과 같은 직장이었다. 과거의 나라면 대학교 교직원이라면 꿀의 직장이라면서 시기 어린 질투를 했었겠지만, 소설을 덮고 나니 신의 직장이라고 해도 Q대학교 입학처라면 지옥에 일하는 게 낫겠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설에서는 큰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눈치 없는 상사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먹는 것부터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상사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듣는 것, 서류 작업으로 눈이 충혈될 정도로 야근하게 되는 것, 고객님들께 사랑이 가득 담긴 민원을 듣는 것까지 무대와 등장 인물만 다를 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또한 현재 겪고 있는 소소하고도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다. 마치 일상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마 직장이라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지옥 무대일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라는 게 소소하고도 작은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스릴이 넘치는 쫄깃함이 아닌 일상에서 겪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들로 직장인들에게 주는 위안이 곧 이 소설의 매력이었다. 잔잔하면서도 우당탕탕 돌아가는 Q대학교의 입학처를 보면서 "너희들도 별 수 없는 직장인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들었던, 같은 직장인의 마음으로 인물들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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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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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주고 싶었다. / p.203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고 있는 순간을 체감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행사나 부고를 들을 때 실감한다. 친구나 비슷한 나이 또래의 지인의 결혼식 초대장을 받으면 '내가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되기는 했다.'라는 생각이, 친구의 부모님이나 직장 동료 부모님의 부고를 들으면 '참 시간이 유한하다.'라는 무거운 마음이 든다. 결혼식은 기꺼이 축하하는 마음으로 참석하지만 아직까지 장례식에 참석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마음이 무겁다.

이 책은 프로일라인 토트의 에세이이다. 죽음에 관한 책들을 왕왕 읽는 편인데 부검 전문가라는 직업 자체가 조금 생소했다. 오히려 범죄 장면에 등장하는 법의학이 더욱 익숙할 정도이다. 그래서 관심이 생겼다. 새로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 읽게 되었다.

저자는 독일 뮌헨에서 부검 어시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애도 상담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애도 상담가로서 유가족과 상담하는 내용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흔히 '상담'이라는 이름의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심리상담을 받는 느낌은 아닌 듯하다. 주된 내용은 부검 전문가로서 일하는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이다. 어떻게 부검 어시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으며, 일하고 있을 때의 생각들, 그동안 있었던 일들뿐 아니라 가족과 관계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공감이 되면서도 조금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었다.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부검 어시스트에 대한 생각과 저자의 자세였다. 부검 어시스트는 사망의 원인이나 특이사항 등을 확인하고, 유가족에게 관련 사항을 안내하며, 장의사에게 시신을 인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 이 직업을 들었을 때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에는 흔하지 않는 직업명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법의학인 것 같지만 부검 어시스트는 의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부검을 하는 것은 범죄와 연관된 상황을 많이 보고 들어서 더욱 신기했던 것 같다. 독일의 경우에는 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정한 시간 동안은 장례를 치루지 못하며, 또 일정한 시간 안에 장례를 해야 되는 엄격한 법이 있다. 그래서 부검이 적어도 대한민국보다는 흔한 상황인 듯하다. 그랬기 때문에 부검 어시스트라는 직업이 생겼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이 직업에 대한 저자의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마치 태어나자마자 부검 어시스트를 선택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죽음과 시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자연스럽게 부검 어시스트가 되었으며, 일로서 하면서도 누구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조금 더 많은 루틴이 생기고, 인원 감축으로 혼자 루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 그 안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물론, 그에 대한 힘들었던 점을 토로하거나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부검을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외적인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일을 하면서 신중을 기해야 되는 상황 등의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일이 흔하지 않다 보니 프로페셔널함과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었다.

두 번째는 저자의 가족에 대한 생각이었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생각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독자의 입장로서 저자는 외조부모님과 외외조부모님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부검 어시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외외조부모님의 죽음으로 시작이 되었던 것이고, 그렇게 좋은 추억을 함께 나눈 그분들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큰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철이 없는 젊은 시절에는 클럽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임종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당시에는 친구가 더 좋을 시기이니 저자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러한 가정 환경이 있었기에 유가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가족 이야기를 보면서 돌아가신 외조부모님과 조부의 상황이 겹쳐서 떠올랐다.

세 번째는 장례에 대한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이었다. 책에서 저자는 아이들이 돌아가신 분과의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조금씩 펼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의 의견을 따르는 게 맞다는 내용이다. 사실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부모님께서는 트라우마가 될 것을 염려해 장례식에 데리고 가지 않으셨다. 처음으로 간 장례식이 이십 대 중반이었고, 사회에 나와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참석했었다. 아무래도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움이 컸다. 또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외가 친척분의 집에서 부고 소식을 들었다. 아직도 외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게 아직까지 마음에 남는다.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이 되었다. 물론, 시신을 보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트라우마이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의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죄책감이 이 아이의 평생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깊이 생각할 부분이다.

생소한 직업이면서 범죄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부검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기에 호기심과 함께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경험하거나 보고 느낀 바로는 시신이라고 하면 차가움이 연상이 되는데 읽으면서 저자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함이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도 따스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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