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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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니야. / p.184

유명한 작가님들의 소설들은 한 권씩 읽으려고 노력하게 된 것도 올해가 되어서 조금씩 시작한 일이다.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소설은 도장 깨기를 할 정도로 놓치지 않거나 주기적으로 재독을 할 정도로 애정하지만 관심이 없는 작품은 그 아무리 유명한 작가님이라고 해도 제목조차 모를 정도로 문외한이었다. 이름은 아는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입도 못 뗄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은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 중 하나가 미쓰다 신조이기도 하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한국 소설에 지나치게 편중이 된 독서 습관 탓에 못 읽고 있었는데 올해 일본 소설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되었다. 이제 호러 미스터리 소설에도 맛을 들이고 싶은 생각과 기대감이 들었다.

소설에는 표제작인 우중괴담을 포함해 총 다섯 편의 괴담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가 화자로 등장해 들은 이야기를 말하는 듯한 문체여서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마치 괴담을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꾼으로부터 듣는 것처럼 생생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지만 기이함과 무서움만큼은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심야괴담회 같은 미스터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 않는 편이어서 익숙하지 않은 무서운 감정들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다섯 편의 괴담 중에 <은거의 집>과 <예고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로 실린 <은거의 집>은 산골 집에서 한 할머니와 일주일을 보낸 어린이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깊은 산골의 집에 온 아이는 몇 가지 규칙을 지키면서 일주일을 살아야 한다는 미션을 받는다. 결계 밖으로는 나가지 않을 것,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 것, 할머니를 할아버지라고 부를 것, 휘파람을 불지 않을 것 등의 이해할 수 없는 규칙에 아이는 의문이 들었지만 명령이기에 순순히 따르는 듯했다.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또래 아이의 유혹에 하나씩 규칙을 어기게 되고, 이는 더욱 큰 결과를 부른다.

은거의 집 이야기를 보면서 답답함과 이해가 공존했다. 아이들은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에 못 이겨 행동하다 혼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아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면서도 자신을 유혹하는 아이의 스산한 느낌을 인지하지 못한 점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마 주인공인 아이에게는 일주일이 마치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을 것이고,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거기에 왜 이렇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른들의 명확한 설명이 없었기에 애초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 번째로 실린 <예고화>는 그림을 그리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교사와 아이가 등장하는데 아이는 뭔가 조금 어두운 아이처럼 보였다. 독자인 입장에서 이 아이는 단순하게 어두운 것을 떠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교사가 아이의 집에 가정 방문을 갔을 때에 어머니께 하는 행동을 보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교사는 이 아이를 관찰한다. 특히, 미술 시간에 그림을 깊이 보는 편인데 이는 아이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지하는 듯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조금 기괴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을 보고 나면 실제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예고화는 서프라이즈나 미스터리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이야기처럼 흥미로웠다. 자신의 질병과 죽음을 미리 예고하는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심정이 참 궁금했다.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하면 그릴 때 운명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일 텐데 말이다. 거기다 단순하게 일차원적으로 표현하는 그림이었다면 뻔하게 느껴졌을 텐데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생각을 하게끔 만들다 보니 이 부분도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재미와 흥미를 가지고 보았던 이야기이지만 갈수록 그 흥미는 소름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다른 소설들도 충분히 무서웠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예고화가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이르러 화자의 이야기로 돌아와 하나로 묶어지는데 통합하게 되는 마무리까지 만족스러웠다. 특히,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로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문체나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 주었던 점은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게 된 미쓰다 신조의 월드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 하면 미쓰다 신조 작가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를 이 책 하나로 완벽하게 깨닫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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