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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그리고 당신은, 어쨌거나 변화를 무척 바라고 있지요. / p.97
책에서 마치 나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한 문장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어떤 고민이든 통용될 수 있는 문구이며,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기에 내 마음을 알 리가 없지만 말이다. 특히, 소설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이 등장할 때가 많아서 더욱 와닿는다.
아예 나를 위한 답을 주는 책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책을 딱 폈는데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나만의 고민이라면 말이다. 상상한 적은 없지만 뭔가 모르게 소름이 돋을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고민을 책이 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듯하다. 더불어 그 책은 나의 인생 서적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요아브 블룸의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다. 주인공에 대한 답을 주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가장 크게 관심이 갔다. 거기에 미래를 알려 준다는 문구까지 보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만큼 판타지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소설에서나마 대리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벤은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주변 사람의 소개로 기자의 글을 보태주는 보조로 근무하게 된다. 뭔가 망설이면서도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하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중심에 서는 것보다는 주변으로 밀려나가는 일이 많다. 자신을 안 좋게 말하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위스키 두 병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책 한 권을 만난다. 벤은 위스키 병에 붙은 종이를 보고 거기에 적힌 '바 없는 바'라는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일하고 있는 오스나트를 만나고, 술집의 사장님을 만나 위스키에 대한 비밀을 듣는다. '바 없는 곳'은 흔하디 흔한 일반 술집이 아니었고, 사람들에게 경험이 담긴 술을 파는 신비로운 곳이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경험이 든 위스키를 노리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벤을 포함한 세 사람은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서 위스키를 지켜야 한다.
도입부를 읽는 것부터가 참 신선했다. 그동안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문체, 아니 책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독자를 벤으로 만들어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듯했다. 나 역시도 '내가 소설의 주인공인 벤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쉽게 책 자체에 스며들 수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게 초반의 흥미를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었다. 아마 몰입이 되지 않았다면 읽는 것이 조금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자체가 다이나믹하면서도 디테일하다. 어떻게 보면 정신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전개 때문에 정신을 잡고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머리에서 그려놓고 읽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외국 소설들이 대부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은 등장 인물이 다른 소설들에 비해 적은 듯하면서도 체감상 많다고 느껴졌다.
사실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책에서 주는 해답들과 이를 헤쳐나가는 벤의 변화들이 참 크게 와닿았다. 소심하면서도 어떠한 일에 주저하는, 실패에 너무 익숙한 벤은 책에서 말하는 해답들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어 성장해간다. 더 나아가 위스키를 노리는 사람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과감하고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들이 무엇보다 크게 인상 깊었다. 실패로 낙인을 찍은 생각의 무서움과 변화가 주는 큰 효과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벤처럼 어떤 일에 주저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것이 큰 약점이어서 스스로 기회를 날리거나 발목을 잡을 때가 있었는데 초반에 등장하는 벤의 모습들이 마치 나의 현실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소설에 나오는 문구들이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주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자기계발서로 착각했을 정도였으며, 큰 영감을 주었다. 도전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 태도를 다시 마음에 새겼다. 특히, 98 페이지에 나오는 '일어나지도 모르는 일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라는 문구는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다.
책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조언해 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벤처럼 새로운 일에 두려움을 느껴 주저하고 있다면, 또는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패배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이 독자들의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안내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