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김성중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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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정서는 낭만주의의 한 특징이다. / p.36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노래방을 가면 꼭 아버지께서는 18번이었던 최백호 선생님의 '낭만의 대하여'를 부르셨다. 도저히 내 기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가사이기도 했다. 비 오는 날 도라지 위스키를 마시면서 과거를 추억하는 노래였는데 실연과 청춘이라는 것 자체가 와닿지 않는 나이였기에 낭만 자체가 어렵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지금으로 번역해 보다면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창문 밖을 보고, 과거를 떠올리는 정도 될까.

낭만이라는 게 아직까지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실연도 겪었고, 청춘의 나이에서 과거 회상을 떠올릴 때가 점점 많아지면서부터 말이다. 그러나 딱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에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 낭만인지, 아니면 진짜 단순한 과거 회상에 불과한지 그것조차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김성중 작가님의 낭만에 대한 책이다.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이라는 부제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 문구 자체가 나만 해당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기에 낭만으로서 두루뭉슬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동안 몰랐던 낭만도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보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예상을 빗나갔다. 낭만의 어원부터 영국의 역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진지하게 낭만을 탐구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서양의 역사는 책으로 볼 때가 많아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들어가는 역사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특히,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서 걸리버 트위스트에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 주었는데 고전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낭만의 어원이 우리가 흔히 아는 'Romance'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마치 과거의 경험했던 일들을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게 맞다면 그게 곧 낭만이기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도 공감되었다. 흔히 일상에서 힘들고 지칠 때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젖기 때문이다. 낭만 자체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잡히는 듯했다.

또한, 영어의 시를 통해 낭만에 대해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부분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한국의 시는 꾸준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접했는데 영문 시는 거의 처음 봤다. 해석의 오류로 잘못된 의미를 전달한 정치인의 내용도 등장한다. 아마도 영문 시 자체가 정서나 해석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멀리 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영문 시를 통해 낭만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에게는 뭔가 흥미로웠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낭만을 즐긴다고 하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이는 것 같다. 매일이 전쟁인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여유가 없기에 과거를 추억하면서 곱씹는 게 좋게 보일 리가 없다. 그 점을 안타까워 했는데 나 역시도 불안하면서 답답한 이 시대에서 낭만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현실이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 오죽하면 과거를 추억하는 낭만보다는 물멍이나 불멍처럼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게 유행이겠는가 싶다.

팩트를 따지고, 수치에 집착하는 세계에서 낭만은 거리가 있는 듯하다. 내용 중에서 어른과 아이의 대화에 대한 시가 참 인상 깊었다. 어른이 아이에게 형제 관계를 물었더니 아이는 일곱이라고 대답했는데 언니와 오빠는 무덤 아래에 누워 있다고 대답한다. 흔히 사람의 생각이라고 하면 다섯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이미 둘은 안타깝게도 하늘나라에 갔기 때문이다. 어른도 이 점을 지적해 아이에게 다섯이지 않냐고 되물었으나, 아이는 끝까지 일곱이라고 대답한다. 세상을 떠난 언니와 오빠는 아이의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그렇다.

개인의 감수성보다는 사고가 더욱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책에 나오는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는 어린왕자 문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어떻게 보면 낭만 역시도 그럴 테니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 역시 그것을 경시하는 분위기와 낭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낭만을 찾아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환기 목적뿐만 아니라 철학에서 삶의 답을 찾아왔던 것처럼 낭만이 지금 지나는 길에 답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험에서 답을 찾는 편인데 경험을 현재로 옮겨놓은 것이 낭만이니까 그렇다.

아버지의 18번인 노래에 등장하는 낭만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답이 없기에 정확하게 알고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낭만을 잊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 하나만큼은 확실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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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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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옥은 여기 있으니까. / p.45

세상에서 믿는 것보다 안 믿는 것이 더 많다. 귀신도 믿지 않고, 무서운 이야기 자체를 잘 믿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저승에 대한 존재이다. 사후세계 개념인데 어차피 죽으면 다 똑같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게 사실 경험해 보지 않아서 더욱 그런 듯하다. 오죽하면 천국과 지옥에 대해 설명하는 종교 관계자분과 말싸움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아마 그 분께서는 전도할 의미로 말씀하셨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리러하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처음 인상만 보면 공포 소설인 줄 알았다. 줄거리 자체도 귀신이 등장할 것 같아서 뭔가 무서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반전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가 갔다.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무서운 소재들과 펼쳐지는 로맨스라는 게 뭘까. 궁금증이 들어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서주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은 할머니의 명의로 다른 사람들에게 세를 주면서 금전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허름한 외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빈 방이 더 많은 듯하다. 어느 날부터 거실에 이상한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라고 불려도 무방할 음식을 먹고, 정체불명의 미숫가루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 악마에게 세를 내주었고, 방에서는 죄수들이 갇혀 있다는 것이다. 저승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 모양인 것 같다.

주된 내용은 할머니의 양아치 둘째 아들, 악마와 서주, 서주의 주변 이야기들이다. 서주를 둘러싼 전체적인 이야기가 핵심 흐름이다. 처음에는 상상을 해 보자니 인상을 찌푸리는 일들이 많았다. 방에서는 죄수들을 관리하는 악마의 행동이 묘사되는데 호러 장르를 선호하지 않다 보니 징그럽기도 했었다. 거기에 비위 약한 음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니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책을 덮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묻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좋아서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서주의 환경 자체는 지금 젊은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열악한 편이다. 할머니가 계시다는 것은 나름 위안할 거리이겠지만 어느 가정이든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양아치 자식 하나 정도는 있고, 부모님께서는 그 모습을 보고도 금전적인 도움을 드리는 게 나름의 룰이지 않은가. 거기에 서주는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히까지는 아니더라도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듯했다. 거기에 악마가 오기 전의 유일한 세입자는 히키코모리이다.

현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배경에 판타지 인물의 조합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좋았다. 악마가 인간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부터 악마를 질투하는 다른 동성의 인간, 결국은 인간에게 고백까지 하려는 그런 악마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판타지 드라마를 통해 도깨비와 인간의 연애, 귀신과 인간의 연애 등을 많이 보기는 했었지만 책으로 읽는 그런 연애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설렘보다는 재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장르 그대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성장 서사나 사후세계에 대한 깊은 고찰 등의 이야기였다면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런 내용이었다고 해도 나름의 좋은 점을 찾았겠지만 이 작품은 가볍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어서 그게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저승의 오싹함과 로맨스의 달달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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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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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써야 용서받을 수 있단 말인가. / p.71

규율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답답함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을 지키지 못해 피해를 주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꼭 도덕이나 윤리 수준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죄를 짓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못하는 것만큼 나도 뭔가 큰 분노가 올라온다.

이 책은 아쿠마루 가쿠의 장편 소설이다. 띠지에 붙어 있는 문구가 조금 심기가 거슬려서 선택한 책이다. 사람을 죽인 사람이 어떻게 진정으로 웃을 날이 찾아온다는 말인가. 적어도 나의 가치관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속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기대보다는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다.

주인공인 쇼타는 친구와의 술자리를 마신 이후 늦은 시간에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받는다.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지금 보자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당장 오지 않으면 헤어진다는 협박 아닌 협박까지 있었다. 차가 끊긴 시간에 택시로도 이동이 가능했겠지만 쇼타는 안일함으로 비 오는 상황에서 차를 끌고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 그러던 중 뭔가를 치었지만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그 자리를 벗어났고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자신이 사고를 낸 곳에서 80대 여성이 차에 치어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에서 쇼타는 음주 운전을 해 사람을 죽게 만들었지만 피해자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앞날을 먼저 걱정했다. 치고 도망간 순간에도, 이후 법정에서 섰을 때에도 어떻게든 빠져 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 가족의 아픔보다 자신의 가족들에게 해가 될 것을 먼저 고려했던 쇼타의 행동은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래도 다른 독자들에 비해 더욱 감정적인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결국 쇼타는 죄값을 치루고 사회에 나와 어려운 시간들을 보낸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취업이 어렵다거나, 친구로부터 무시를 당한다거나, 그 외 쇼타가 출소 이후 겪는 모든 일들은 솔직히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흔하게 빨간 줄이 그어진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것처럼 쇼타 역시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 사이에 집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쇼타 스스로는 더이상 행복해질 권리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 80대 피해자를 죽음에 내몰아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내 가치관에 반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과연 가해자는 평생 행복할 권리가 없을까. 죄값을 치룬다는 것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허용된 것인가. 하는 그런 류의 문제들을 말이다. 이게 딱 답이 정해지지 않아서 더욱 깊이 생각했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죄값이라는 게 어디 있겠는가 싶다. 피해자의 남편이 쇼타에게 무언가를 할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말이다. 구체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피해자의 아들과 딸 역시도 큰 분노를 가졌을 것이다. 쇼타를 향한 용서 또한 없었을 것이다. 후반부에 딸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살짝 드러난 부분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죽어도 갚을 수 없는 죄이기에 가해자는 행복을 바라면 안 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계속 읽어내려간 것 같다. 소설 문체나 내용 자체는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기에 술술 읽혔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짓눌렀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속죄를 생각하면서 마음의 갈등과 시련, 고난을 경험한다. 각자 저마다의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속죄를 한다. 가해자였던 쇼타와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동정심이 약간은 들기도 했었다. 과연 나라면 쇼타와 반대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을까, 아니면 나의 가족들을 생각해 쇼타처럼 행동했을까. 이런 생각까지 닿기도 했다.

사실 조금 심심하면서도 소설이기에 가능한 결말이었다. 현실은 그것보다 훨씬 감정적이며, 분노로 가득했을 텐데 말이다. 소설적인 엔딩이었기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결말을 떠나서 사법으로 처벌을 받은 가해자의 죄값, 그리고 속죄는 어떻게 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할 수 없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그리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쇼타에게 동정심이 들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가해자에게 속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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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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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은, 어쨌거나 변화를 무척 바라고 있지요. / p.97

책에서 마치 나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한 문장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어떤 고민이든 통용될 수 있는 문구이며,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기에 내 마음을 알 리가 없지만 말이다. 특히, 소설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이 등장할 때가 많아서 더욱 와닿는다.

아예 나를 위한 답을 주는 책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책을 딱 폈는데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나만의 고민이라면 말이다. 상상한 적은 없지만 뭔가 모르게 소름이 돋을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고민을 책이 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듯하다. 더불어 그 책은 나의 인생 서적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요아브 블룸의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다. 주인공에 대한 답을 주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가장 크게 관심이 갔다. 거기에 미래를 알려 준다는 문구까지 보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만큼 판타지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소설에서나마 대리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벤은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주변 사람의 소개로 기자의 글을 보태주는 보조로 근무하게 된다. 뭔가 망설이면서도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하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중심에 서는 것보다는 주변으로 밀려나가는 일이 많다. 자신을 안 좋게 말하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위스키 두 병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책 한 권을 만난다. 벤은 위스키 병에 붙은 종이를 보고 거기에 적힌 '바 없는 바'라는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일하고 있는 오스나트를 만나고, 술집의 사장님을 만나 위스키에 대한 비밀을 듣는다. '바 없는 곳'은 흔하디 흔한 일반 술집이 아니었고, 사람들에게 경험이 담긴 술을 파는 신비로운 곳이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경험이 든 위스키를 노리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벤을 포함한 세 사람은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서 위스키를 지켜야 한다.

도입부를 읽는 것부터가 참 신선했다. 그동안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문체, 아니 책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독자를 벤으로 만들어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듯했다. 나 역시도 '내가 소설의 주인공인 벤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쉽게 책 자체에 스며들 수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게 초반의 흥미를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었다. 아마 몰입이 되지 않았다면 읽는 것이 조금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자체가 다이나믹하면서도 디테일하다. 어떻게 보면 정신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전개 때문에 정신을 잡고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머리에서 그려놓고 읽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외국 소설들이 대부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은 등장 인물이 다른 소설들에 비해 적은 듯하면서도 체감상 많다고 느껴졌다.

사실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책에서 주는 해답들과 이를 헤쳐나가는 벤의 변화들이 참 크게 와닿았다. 소심하면서도 어떠한 일에 주저하는, 실패에 너무 익숙한 벤은 책에서 말하는 해답들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어 성장해간다. 더 나아가 위스키를 노리는 사람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과감하고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들이 무엇보다 크게 인상 깊었다. 실패로 낙인을 찍은 생각의 무서움과 변화가 주는 큰 효과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벤처럼 어떤 일에 주저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것이 큰 약점이어서 스스로 기회를 날리거나 발목을 잡을 때가 있었는데 초반에 등장하는 벤의 모습들이 마치 나의 현실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소설에 나오는 문구들이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주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자기계발서로 착각했을 정도였으며, 큰 영감을 주었다. 도전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 태도를 다시 마음에 새겼다. 특히, 98 페이지에 나오는 '일어나지도 모르는 일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라는 문구는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다.

책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조언해 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벤처럼 새로운 일에 두려움을 느껴 주저하고 있다면, 또는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패배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이 독자들의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안내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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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 - 마법, 제국, 운명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정아영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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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야 한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 p.5

독서할 때 최고의 장애물이 하나 있다. 리뷰에서 자주 언급하기도 하는 '상상력'에 대한 문제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주제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관이 조금은 지구 저 멀리 던진 배경일 경우에는 아주 치명적이다. 문체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머릿속에 그려지지를 않으니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재미를 느끼더라도 머리에 대충 공간적인 배경이 그려져야 될 텐데 '뭐지?' 싶을 정도로 백지 상태로 남으니 말이다.

SF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그동안 안 읽다가 나름 흥미를 붙인 관계로 조금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차원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책과 매체는 아직까지 힘들다. 어렸을 때 주문을 외웠을 법한 마법 소재의 어린이 드라마부터 초등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판타지 영화들도 아직까지 도전하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부딪히다 보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씽크빅을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할 때도 있다.

이 책은 티머시 힉슨의 창작을 위한 도서이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이라는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보자마자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꿈 중 하나가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기는 하는데 상상력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책을 읽고 바로 글을 써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실 조금 어려웠다. 내용보다는 책에 등장하는 영화나 책이 전부 초면이었다. 해리 포터,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 어렸을 때 친구들이 열광했던 영화였는데 그동안 보지 못한 이야기여서 설명하는 부분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몇 분 몇 초에 나오는 장면인지도 모르는 영화를 재생하면서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첫 장의 경우에는 본의 아니게 재독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매 챕터마다 나오는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의 요약이 진짜 신의 한 수로 느껴졌다. 장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기법을 사용해 표현했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요약을 본 이후 챕터 처음으로 돌아가 읽으니 그게 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 이런 기법을 사용해 세계관을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판타지나 SF 장르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라면 요약을 보고 다시 돌아가 읽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관이라는 게 소설 책에 많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SF와 판타지 장르에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도 판타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소개하고 있다. 가령, 마법이라는 소재를 소설에 녹이는 방법들을 말이다. 그 외에도 프롤로그의 역할과 이를 집필하는 방법, 주인공과 악역의 배치 방법으로 악당에게 가치관을 부여해 주는 이야기 등 꼭 판타지 장르가 아니어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은 글로 적으면서도 많은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마법에 대한 설명과 제국에 대한 부분들이 가장 새로우면서도 인상 깊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소프트 마법과 하드 마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샌더슨의 법칙을 활용해 알려 주는데 모르는 분야여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생각보다 디테일함에 더욱 놀랐던 것 같다.

제국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한 국가와 다름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나라는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데 이를 세계관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소설에서도 똑같이 독재와 혁명은 일어나고, 무언가로 인해 발전을 하고 있으며, 결국은 몰락을 하게 된다. 판타지라는 소재를 너무 현실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읽으면서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이라고는 하지만 판타지와 SF 소설에 도전하고 싶지만 같은 이유로 또는 다른 이유로 도전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으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독자를 위한 세계관 이해법"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음 편으로 구동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을 예정이다. 판타지 기본서와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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