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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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없는 이타심. / p.56

가지고 있던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음주 후 필름이 끊기거나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익숙하게 알고 있던 누군가를 잊는 경우는 없었다. 큰 사고 또는 트라우마, 질환으로 기억 상실이 있을 테지만 그 어느 누군가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최석규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 자체가 조금 생소했다. 마그리트의 껍질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호기심으로 고르게 된 책이다. 내용을 보니 인간의 악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기억을 잃는 주인공이 이를 파헤치려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강규호라는 인물은 CCTV 보안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병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저기 다쳐서 병원에 오게 되었지만 최근 이 년 정도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듣는다. 집에서 금고를 발견한다거나 자신의 뒤를 쫓는 수상한 남자 등 이상한 일들이 발생한다. 기억을 찾으면서 하나하나 전말이 밝혀지고 사실을 뒤쫓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규호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주위에서 강규호를 노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특이한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설정만 본다면 강규호 자체는 되게 평범한 인물이다. 대리와 함께 식사를 한다거나 성실하게 업무에 집중하는 등의 모습이 그렇다. 그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에게서 독특함이라는 생각을 느꼈던 점은 성격에 있었다. 누가 봐도 화가 날 상황에서 차분함을 유지하는 면이다. 심지어 조폭의 습격 중에도 큰소리를 치는 대리와 달리 강규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이를 대응하려고 했다. 그 모습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런 강규호를 보면서 드라마의 한 인물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적인 것보다는 이성적인 것이 더욱 낫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역시도 초반에는 프로페셔널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반으로 흐를수록 강규호에 대한 생각은 독특함을 떠나 의문으로 남았다. 약간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너무 과하게 이성적이라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부터 강규호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특히, 자신을 뒤쫓는 남자를 잡을 때의 모습이었는데 나의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조금 다른 대응이었다. 사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면 용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서 경찰에서 신고했을 법한데 몸으로 먼저 나가 목숨을 걸고 알아내려고 할 때에는 역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그리트의 껍질이라는 제목의 비밀과 강규호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비밀이 드러날 때에는 그동안 생각했던 누군가에 대한 논리가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으며, 악의 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소설을 읽고 난 이후에도 그들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도 사회가 만든 하나의 괴물이지 않을까. 그 누군가 또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함이 들었다.

마그리트의 껍질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주는 낯선 이미지와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의 뜻이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 자체가 난해하지 않으며, 문체 역시도 쉽게 읽혀졌다는 점에서 두 시간 내외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강규호의 의식을 흘러가는 전개로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추리 소설에서 느꼈던 긴장감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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