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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평점 :
세상사, 심간 편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p.104
한때 빠져서 살았던 노래가 하나 있었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라는 곡이었다. 찾아서 듣게 된 노래가 아닌 광고를 보다 알게 된 노래인데 귓가를 확 때리고 오는 가사와 멜로디가 참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를 정도로 중독성도 있었다. 오죽하면 그 노래가 삽입된 광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들었던 것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국악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느꼈다. 아무래도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익숙했던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청소년 시기에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를, 대학교 시기에는 엑소를 비롯한 남자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선호했다. 지금은 아이브와 르세라핌, 뉴진스와 같은 조카 또래의 여자 아이돌 그룹을 자주 듣는 편인데 그 와중에도 범 내려온다의 존재감은 여전히 내 플레이 리스트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장다혜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좋아하는 노래로 자연스럽게 접한 이날치가 주인공인 소설이어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표지는 심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면이 보였는데 그동안 역사의 인물을 다룬 소설을 잘 안 읽어왔던 것 같다. 박서련 작가님의 체공녀 강주룡이라는 소설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그와 같은 감동을 받기를 기대하면서 읽게 되었다.
이날치는 어렸을 때 동사로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께서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한양으로 가서 최고의 소리꾼이 되라는 말을 한다. 헤어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떠난다. 한양으로 가던 중 묵호를 비롯한 마당패 사람들을 만나 줄타기를 배웠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많은 여자들을 울리는 마당패의 마스코트로 줄타기를 한다. 그러나 이날치는 줄타기로 만족하지 않고 최고의 명창의 제자가 되어 소리꾼이 되겠다는 큰 목표를 세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날치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생각보다 책이 두꺼운 편이다. 개인적으로 사백 페이지가 넘으면 슬슬 부담이 오는 편이다. 최근에 본의 아니게 페이지 수가 넘치는 소설을 읽다 보니 이 작품 역시도 처음에는 걱정이 되었던 게사실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위인전을 읽는 기분으로 술술 읽혀졌다. 전라도, 경상도 등 사투리들이 문어체로 구사된 등장 인물들의 말들도 참 재미있었다. 금방 순식간에 읽게 될 정도로 흥미로웠다.
이날치라는 인물이 소리꾼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과 사랑에 관련된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전자는 큰 맥락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날치의 열망과 노력, 천부적인 재능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이날치의 신분 자체가 귀족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인간 승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평민보다는 천민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으로 와닿았다.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야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못 이룰 것은 없다라는 진리를 새삼스럽게 증명해 주는 듯했다.
후자는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지속적으로 이날치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인을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이날치를 따랐다. 얼굴 잘생긴 청년이 본업인 줄타기까지 잘한다고 하니 어떻게 눈길이 안 갈 수 있을까. 여성들의 인기를 한몸에받는 이날치이지만 그는 눈이 높은 것인지 추파를 받는 족족 거절했으며, 여성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심지어 뇌물조차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런 이날치가 맹인 백연에게 마음이 간 듯했다. 이날치와 백연 사이에 미묘한 기류, 백연을 사랑하는 상록과의 삼각관계는 로맨스를 느낄 수 있었다.
친근한 한국 문화나 역사의 일부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또한, 익숙한 내 집 같은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날치라는 인물을 통해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참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