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가상 가족은 결코 당신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수 없다. / p.119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만 놓고 본다면 에세이만큼 호불호가 강한 장르는 없다. 어떤 에세이는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면서도 별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지금 살고 있는 삶과 다르게 느껴지면서도 묵직하게 와닿을 때가 있다. 줄거리나 출판사 소개를 보고 기대를 했지만 막상 읽어 보니 머리에 남는 문장이나 마음에 와닿는 여운이 없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그런 의미로 과거에는 에세이를 조금 멀리 두었던 적도 있었다. 읽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과 비문학이라고 불리는 책들 역시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점에서 비슷하기는 했지만 유독 에세이는 더욱 호불호가, 그리고 불확실성이 크게 느껴진다. 취향이 아닌 도서인 경우에는 오히려 돈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이 책은 레슬리 제이미슨의 에세이이다. 제목이 주는 이끌림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실 띠지에 등장하는 존 디디온이나 수전 손택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모르는 터라 기대보다는 감을 믿기로 했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크게 와닿을 무언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에세이는 크게 갈망의 글쓰기, 관찰의 글쓰기, 거주의 글쓰기라는 목차로 나누어져 있다. 만난 사람들이나 특정한 현상, 보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저자의 사유와 통찰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보았던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또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흥미로운 주제들이 꽤 있었는데 보통의 고래들과 다른 주파수를 가진 52 헤르츠 고래, 가상 세계의 세컨드 라이프 등이 그랬다. 52 헤르츠 고래 이야기는 고래 자체의 신기함보다는 그 고래를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 특히, 아픈 상황에서 알게 된 52 헤르츠 고래를 보고 자신의 감정에 이입해 집착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꽤 인상적이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남았던 파트는 세컨드 라이프 이야기이다. 열세 살의 자폐증 쌍둥이 자녀를 둔 어머니가 세컨드 라이프에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현실 세계와 달리 자신의 아바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는 인종을 비롯해 외양을 전부 바꿀 수 있다. 그 아자타는 다른 아바타와 성관계도 가능하다. 단순하게 신기하다는 것을 떠나 힘든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또 다른 자아로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느낌이 묘했다.

책을 덮고 나니 지금까지 알고 있던, 그리고 읽었던 에세이와 너무 다른 결의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저자의 통찰과 사유로 마무리가 되다 보니 그 지점이 묵직하면서도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꽤 오래 펼쳐서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와닿은 부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은 여유로운 상황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시 재독하고 싶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