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경계에서
미카이아 존슨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사이의 암흑에서 죽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 p.105

어렸을 때에는 다른 세상에 똑같은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외양이 비슷한 사람이거나 같은 영혼을 가진 누군가가 지구 아닌 다른 행성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허무맹랑한 생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성향을 가지고 살아가니 그런 상상을 하지 않게 된 것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미카이아 존슨의 장편 소설이다. 요즈음 너무 자주 듣고 있는 단어 중 하나인 멀티버스라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물론, 멀티버스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기에 모르는 게 더 많기도 하다. 그러나 SF 장르와 결합이 되었을 때 어떤 상상력이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카라는 고향인 애시타운을 떠나 엘리트 도시인 와일리시티에서 횡단자로 살고 있다. 횡단자는 그만큼 목숨이 담보가 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며, 다른 세계에 자신이 죽어야만 옮겨갈 수 있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와일리시티에서의 삶과 횡단자로서 있었던 사건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멀티버스가 조금 생소한 소재처럼 느껴져서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공간 이동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나 모르는 용어들도 등장했었기에 주인공인 카라의 이야기를 쫓아가기보다는 최대한 상상력을 끌어올려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을 우선적으로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조금씩 세계관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쉽게 술술 읽혔으며, 사건이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세계관은 새로우면서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카라의 감정과 배경에 조금 중점을 두고 읽었다. 특히, 카라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이민자라는 설정은 현실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과 비슷하게 느껴졌으며,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 등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공감과 깊은 인상을 받았다.

와일리시티에서는 필요하지만 위험한 일이기에 다른 도시에서 온 애시타운 출신의 카라를 횡단자라는 일을 주었다는 설정 자체가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와일리시티의 델이라는 존재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신분 때문에 마음을 숨기는 모습들, 와일리시티에서 살고 있지만 그 안에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의 신분 등 전체적으로 카라의 생각과 감정에 큰 공감이 되었다.

또한, 캡처에 등장하는 종교와 과학을 비교하는 부분은 기억에 남았다. 같은 현상과 사건을 보고 과학은 자신들이 보고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해석을 하는 반면, 종교는 믿고 있는 신에 기대어 이를 해석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소설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시작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SF 소설을 자주 읽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조금은 어렵게 느꼈던 작품이었다. 아마 단순하게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내용으로만 풀었더라면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슈와 철학들이 담겼다는 점에서 크게 와닿았다. 소설 속에 드러난 카라의 삶에서 현재 지구의 삶을 풀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높아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