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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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A코는 현재 행복한 어머니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 p.11

이 책은 우케쓰의 장편소설이다. 올해 전작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집 구조도를 주제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사실 집 구조도를 그렇게 볼 기회가 없고, 보더라도 아파트 분양 전단지에서나 대충 보고 넘겼을 텐데 시각적으로 보고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던 작품으로 남아 있다. 이번에도 그림을 주제로 비슷한 결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A코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의 그림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A코를 미술치료 했던 심리학자가 그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 설명해 주는데 그림에 드러나는 A코의 성향과 심리학자가 들려 주는 A코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누군가는 경악을 했던 것처럼 보이는데 A코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살해했던 범죄자이지만 현재는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A코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이후 오컬트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는 슈헤이와 구리하라가 등장한다. 슈헤이는 후배인 구리하라가 조금 재미있는 블로그를 보았다면서 소개해 주었는데 '나나시노 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의 일기이다. 가장 최근 글은 블로그를 그만 두겠다는 문자오가 함께 그림의 비밀을 알아챘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블로그에는 아내와의 소소한 일상, 부부에게 찾아온 아기, 아내가 그린 그림이 주로 적혔다. 그들이 그림의 의미를 추측하는 내용과 또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집 구조도를 다루었던 전작은 재미가 있었지만 보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이를 머릿속으로 공간을 재현하는 상상력이 필요했었다. 이해가 조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림이라는 주제여서 전작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게 읽혀졌다. 이해도 잘 되었다. 특히,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림으로 시작을 하다 보니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슈헤이와 구리하라가 꽤 큰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사실 존재감만 보자면 A코를 비롯해 다른 인물들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져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편인데 독자의 입장에서 슈헤이와 구리하라가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이야기꾼이 아닌 오컬트 이야기를 좋아하는 비전문가이기에 딱 독자 입장에서 풀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그림을 둘러싼 인물들의 미스터리를 푸는 이야기가 중심이기에 추리 장르의 작품을 읽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읽으면서 이 그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누구인지를 내내 추리했다. 거기에 결말에 이르러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전개가 되었던 부분 역시도 꽤 재미있는 요소이다. 가볍게 기분 전환으로 읽기에는 너무나 큰 매력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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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유령 앤드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앤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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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는 왜 살인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 p.9

이 책은 메타버스를 주제로 한 앤솔로지 단편집이다. 네 분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셨는데 두 분의 작가님을 보자마자 바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곽재식 작가님과 박서련 작가님이신데 올해만 보더라도 두 작가님의 책을 합쳐서 한 열 권은 읽은 듯하다. 그런데 다 만족스러웠다는 점에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조금 어렵고, 아직까지도 어색하다. 그렇다 보니 작가님들을 믿고 읽은 책이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고스란히 읽는 내내 느껴졌던 작품들이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이유로 읽는 시간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디게 느껴졌다. 작가님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을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아 전반적으로는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 편의 작품 중에서는 곽재식 작가님의 <메타 갑>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김 박사라는 인물로 다짜고짜 살인을 결심했다는 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차세대그래픽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의 박 부장이 김 박사에게 부탁을 하게 되는데 계약서를 작성한 공식적인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김 박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고민했지만 오히려 공공기관에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이를 수락한다.

가장 인상적인 이유는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목을 가장 잘 지었고, 그게 스토리 그대로 표현이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박사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천사라고 느껴졌는데 두 회사 간의 계약서 이행 여부를 떠나 박 부장의 언행은 그야말로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더 웃겼던 점은 이게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메타버스에서 현실을 이렇게 경험하게 될 줄 몰랐다.

그밖에도 메타버스로 범죄자를 처형하는 김상균 작가님의 <시시포스와 포르>라는 작품에서는 시지프 신화와 결합된 이야기도 시선을 끌었다. 사실 시지프 신화가 어렵다고 생각했고, 카뮈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이해하는 게 어려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움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막상 이를 활자로 보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윗 계급에 위치한 이들의 행동의 이중성 또한 너무나 잘 느껴졌다.

박서련 작가님의 <엑소더스>와 표국청 작가님의 <목소리와 캐치볼>도 흥미로웠다. 한때 크게 유행이 되었던 코인에 대한 이야기, 현실 세계와 또 멀리 떨어져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상상력이 동반된 깊은 생각들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낯선 주제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는 감안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동안 멀리 했었던 메타버스의 재미를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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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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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계획대로 될 줄만 알았다. / p.30

이 책은 최난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힐링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 독자 중 한 명으로서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사실 도서관, 편의점, 세탁소 등 주변의 다양한 공간들이 등장하지만 서점만큼이나 힐링을 주었던 곳이 카페이기 때문에 눈길이 갔던 것도 있다. 줄거리보다는 위안을 찾고자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류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한연주 주무관과 카페 네버랜드를 이끌고 있는 네 명의 할아버지이다. 우선, 한연주 주무관은 참 똑부러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다. 별명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찔피노이며, 공무원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미류동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제안한 공모사업이 덜컥 선정이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보통 면접으로 카페 네버랜드에 근무할 직원들을 뽑아야 했지만 전직 선생님이었던 이석재, 마흔아홉 번 취업했지만 그만큼 해고를 당한 신기복, 시인으로 활동했던 백준섭, 과거 흥신소에서 이름 날렸던 오만영까지 어영부영 동네에 있는 어르신 네 명이 일을 하게 된다. 귀가 어둡고, 커피 내리는 법조차 모르고, 완전 제멋대로인 이 네 명의 할아버지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노인의 사회활동에 대한 부분을 생각했다. 그동안 작품들에서는 키오스크에서 망설이고 있거나 휴대 전화를 다루지 못하는 등 변화된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의 모습들을 많이 봤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체적으로 나서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 흥미로웠다. 물론, 노화로 주문을 못 듣는다거나 커피 레시피를 외우지 못하는 등의 한계점이 있기는 했지만 카페 직원으로서 네 명의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가장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모사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한연주 주무관의 모습에 감정 이입이 됐다. 처음 진행했을 때의 그 막막한 마음부터 진행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 사람들이 생각처럼 따라 주지 않을 때의 그 깊은 분노 등 하나하나 마치 나의 일처럼 느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사업 지침에 어긋나는 내용을 무대포로 요구하는 몇 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힐링소설들과 다르게 위로가 그렇게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너무 가까운 곳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당장 내일만 보더라도 장소만 다를 뿐 네 분의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 직원분들과 부대끼면서 업무를 함께 처리해야 되기 때문이다. 위안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걸 이끌어가는 담당자로서의 애환, 함께 무언가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구구절절 와닿았다. 한연주 주무관이 네 명의 할아버지로부터 변화하듯 나 역시도 함께 일하는 분들로부터 인류애를 조금씩 장착한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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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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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태어난 순간, 한 사회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 / p.325

유토피아라는 것은 존재하는 곳일까. 종종 작품과 매체에 등장하는 단어지만 어쩌면 유니콘처럼 실체가 없는 허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현재 살고 있는 장소가 매우 만족스러워 유토피아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유토피아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 또는 지옥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유토피아 자체는 믿지 않는다. 우선, 나부터도 이곳이 유토피아로 느껴질 정도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이 책은 츠지도 유메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보다는 출판사를 보고 선택한 책이다. 전에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이 흔히 생각한 모성이라는 관점을 깨게 만들어서 인상적으로 남았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작가의 작품이 궁금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그동안 생각했던 관점을 뒤틀게 만든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남자가 칼에 찔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를 저지른 용의자가 남자의 여자 친구인 하나이다. 현장에서 경찰이 하나를 목격해 체포했다. 하나는 형사인 리호코에게 시인했으나, 경찰서에서는 돌연 자백을 번복한다. 결국 증거가 부족해 훈방 조치가 되었는데 리호코는 하나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목적지에 하나를 데려다 주었는데 목적지인 pc방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하나를 목격하고 이를 뒤쫓는다.

그곳에서는 하나처럼 무호적자인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50대부터 어린 아이까지 열댓 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장의 어느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리호코는 이들 중에 리더를 맡고 있는 료와 그의 동생이자 용의자인 하나를 보면서 어렸을 때 보았던 새장 사건의 남매를 떠올린다. 이 작품은 경찰 몰래 새장 사건과 이들의 이야기를 조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는 내내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에서의 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최근만 보더라도 학교 입학할 나이가 되었으나, 호적에 올라와 있지 않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아동들에 대한 이슈들이 있었고, 과거에는 살아 있음에도 사망자로 나와 국가에서 지원하는 최소한의 혜택조차 보지 못했던 이들이 있었다. 료와 하나를 보면서 이러한 기사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처음에는 리호코의 설득에 적대적으로 다가왔던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점 지날수록 어쩌면 이러한 불신을 심어 주었던 게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야 할 그들의 나라가 자신들을 하나의 국민으로서 인정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오히려 옆에 있었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욱 믿음직할 것이다. 그들의 감정이나 행동 자체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었다. 실체가 없는 그림자 인간이라는 제목이 이 지점에서 강하게 와닿았다.

더불어, 그들이 유토피아라고 말하는 그 작은 공간이 하나의 또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는데 이들은 몰래 공장에서 일하면서 숙식과 자본을 얻고, 나름의 규칙을 지키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비록, 아플 때 가는 병원을 가지 못하는 등 더 큰 세계에서의 혜택은 받을 수 없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충족이 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 역시도 읽으면서 뭉클했다.

추리 소설의 형태로 나중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읽는 재미를 더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호적자들의 사회적인 문제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보았을 때 미나토 가나에 장편소설에 이어 두 번째로 골랐던 작품 역시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맞았기에 참 성공적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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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 깊고도 가벼웠던 10년간의 질주
척 클로스터만 지음, 임경은 옮김 / 온워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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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까마득하지만 참 좋은 시절이었다. / p.13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만들어졌으면 하는 소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응답하라 2002'이다. 예전부터 비슷한 연배의 지인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소재이기도 했고, 그들과 바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월드컵부터 시작해 아이돌까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드라마로 본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응답하라 시리즈의 배경을 살았던 세대의 사람들이 참 부럽다. 1988 그 세대를 지냈던 부모님께서는 곤로의 등장에 반가워 하셨고, 올림픽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나조차도 보는 게 새롭고 즐거웠는데 부모님은 어련하셨을까 싶다. 마치 반가운 친구들이 브라운관 너머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이지 않을까. 응답하라 1997에서 H.O.T를 좋아했던 성시원처럼 2006년에 동방신기를 좋아했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든다.

이 책은 척 클로스터만의 사회학 도서이다. 사실은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는 너무 어려서 기억조차 남지 않았던 90년대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다.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이에 대한 해소가 될 듯했다. 거기에 매체에서 등장하는 특유의 감성과 문화를 좋아했던 젊은 세대의 사람으로서 간접 경험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90년대 X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어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가장 크게 느꼈던 지점은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었다. 기억속에 대한민국의 90년대는 IMF가 터졌고, 삼풍백화점 붕괴를 비롯한 사건들 사이에서 어두운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등장으로 빠르게 변화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그 당시 젊은이들을 신인류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책 안에서의 90년대의 배경은 미국이었다는 것이다. 사회 시간에 들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정치와 경제, 운동화 브랜드로 알려진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시작된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부 낯설게 느껴졌다. X세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공간적 배경이 대한민국일 때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무지한 미국의 상황은 하나하나 어렵게 느껴졌다. 마치 미국의 근현대사를 배운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게 느껴졌던 점은 미국과 대한민국이라는 차이를 넘어 글 자체에서 X 세대 특유의 시니컬함이 와닿았다는 것이다. 지금 세대에서도 나름의 쿨한 마인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정서에서만 표현되는 차가움이 있다. 그 당시의 문화를 선도하는 이들의 자신감이라고 할까.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인류의 시니컬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90년대가 아닌 그 다음 세대를 살았던, 흔히 요즈음 말로 MZ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었지만 그 시대의 감성과 사회상만큼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중에 조금 나이가 들어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듯한데 그때는 다른 세대에 대한 새로움보다는 과거를 회상하는 공감으로 와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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