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 p.9책을 좋아하면서도 수상작품집에 큰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이 읽게 된 듯하다. 그 시초가 되었던 것이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매년마다 발간되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면 내노라하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실려 있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수상집이 2020년도의 작품들이었는데 수상 작가님들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매년 찾아서 읽고 있다.그러면서 좋은 작가님들을 알게 되는 이 수상작품집들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 불호였던 작가님들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게 되는 면이 있었고, 아예 몰랐던 작가님이었는데 작품집을 통해 흔히 말하는 입덕이 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수상작품집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작품집들을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이 책은 2023년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실렸다. 사실 이 상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는데 오히려 수록된 작품의 작가님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자주 보고 들었던 김멜라 작가님, 지인의 추천으로 머리에 각인이 되었던 안보윤 작가님이 그렇다. 그밖에도 김병운 작가님 역시도 작품집에서 언뜻 본 기억이 있었다. 소설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안보윤 작가님을 비롯해 우수작품상, 기수상작가 자선작까지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퀴어와 학교 폭력이라는 너무 익숙한 소재부터 쓰레기 호더라는 조금은 낯선 소재들이 등장했는데 나름 공감이 되기도 했고,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읽는 내내 익숙함과 낯섦을 오가는 묘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개인적으로 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안보윤 작가님의 <애도의 방식>이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동주라는 인물로 학교 폭력 피해자이다. 그를 가해하는 인물은 승규인데 말도 안 되는 일로 동주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일삼는다. 그리고 가해자 승규는 추락해 사망한다. 이후로부터 동주와 승규의 죽음 사이에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내용은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특히, 소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도입부가 참 인상적이었다. 소란을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그 문장에서 큰 공감이 되었는데 스토리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애도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한데 과연 승규는 자격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던 그 아이가 말이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한 승규보다는 동주에게 더욱 마음이 갔던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역시 수상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한 번 읽고 끝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재독을 통해 더욱 깊은 감상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