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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사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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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먹구름 사이로 선명한 파란색이 보인다. / p.8
학교 다닐 때나 졸업해 사회에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나 여전히 놀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대단한 학구열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님께서 대학 정보를 알고 계신다는 것에 놀랐다면, 사회에 나와 마주하는 많은 엄마들을 보면서 비슷한 맥락으로 놀란다. 저렇게 열정적이실까.
이러한 학구열이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청소년 시기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못 즐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공부만큼 중요한 게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요즈음 사회에서는 부모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일부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이다. 그렇게까지 신작을 찾아서 읽지는 않지만 종종 생각나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호숫가 살인 사건이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다닐 때의 추억을 떠올리고자 다시 읽게 되었다. 줄거리는 흐릿하게 남아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듯했다.
소설에는 치맛바람의 네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합숙을 시켜 공부하는 자녀들을 따라서 온 학부모들이다. 슌스케 역시도 그의 아내를 따라 그곳에 오게 되었다. 사실 슌스케는 아내의 치맛바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변의 학부모 역시도 슌스케가 올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던 듯하다. 그렇게 흘러갈 이야기가 슌스케의 내연녀가 등장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뀐다.
슌스케의 내연녀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굳이 이곳까지 찾아왔다. 결국 같이 저녁 식사를 마쳤고, 내연녀와 레이크사이드 호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그런데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범인이 슌스케의 부인이었고, 다른 부부들은 부인을 돕는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서두에 언급했던 학구열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하기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소망이겠지만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무나 과했고,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하나의 공통 분모가 이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과연 이 공동체는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학구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친 느낌이다.
두 번째는 불륜이다. 누군가 살인을 당해 자수 대신 증거 인멸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막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정의로운 인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 그 포지션을 가진 슌스케에게는 도통 정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불륜이었다.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하는 부인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며, 동정이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슌스케가 파헤치는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큰 중죄의 순위를 뽑자면 상위권에 불륜이 차지하고 있기에 이분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택할 수 없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이 장르인 것을 보여주듯 술술 읽혔다. 읽으면서 과거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고, 추리 장르로서 너무 흥미로웠다. 거기에 단순하게 재미로 끝내기에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보니 나름 생각할 지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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