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죽음을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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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는 다가올 날을 준비했다. / p.8

이 책은 유재영 작가님의 경장편 소설이다. 항상 믿고 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이기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작품이 되었다. 신간이 나오자마자 관심을 가지고 선택해 읽었다. 특히, 요즈음 들어 흔히 말하는 독서 권태기가 오고 있는데 벗어나기에 딱 좋은 사이즈의 분량이어서 더욱 기대를 가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설희라는 인물이다. 설희는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고 있는데 잠시 휴직을 하다 복귀를 한 듯하다. 전임자인 김정완이 했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어서 인수인계를 받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8회기로 진행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었다. 그곳에서 강사인 이수혁을 만난다. 이수혁의 강연 내용에 이끌렸고, 자연스럽게 그와 친분을 쌓게 된다. 둘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있었고, 이성적으로도 마음이 갔다. 이수혁은 이혼 준비 중인 상황이었으나 곧 정리가 된다는 말을 믿고 설희와 연인 관계가 된다. 그러나 이수혁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읽으면서 윤리적인 가치관과 충돌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가장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가 흔히 말하는 불륜이라는 관계이다. 이수혁은 설희에게 법적인 절차만 남긴 배우자와 별거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게 아니었다. 설희 입장에서는 속은 듯한 느낌이 들 수는 있었겠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설희의 감정도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정리가 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드라마의 한 대사처럼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중반부에 이르러 이수혁의 부인이었던 오은수와의 관계가 흥미롭게 그려져서 그게 참 인상 깊었다. 사실 이 또한 가치관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내연녀와 본처의 협동이라는 것은 어느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오은수의 생각과 가치관에는 가장 큰 공감이었다. 어디까지나 아주 개인적인 기준에서 이수혁이라는 인물 자체가 쓰레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아주 자극적인 드라마를 본 듯한, 또는 매운 떡볶이를 흡입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아주 크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한 편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용도 다르지만 그만큼 어떤 면에서는 막장으로 느껴졌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극이 있기 때문에 아마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달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본의 아니게 책 대신 다른 일에 몰입하고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독서의 권태기가 오다 보니 평소 독서량보다 현저하게 적게 읽고 있는데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른 책을 하나 읽게 될 정도로 전환이 된 느낌이었다. 그런 점에서 독서에 흥미를 붙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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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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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멘트에 따라 명인은 K-87 구역으로 향했다. / p.10

누군가 기대 수명을 알려 준다면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듣겠다고 할 것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편이기도 하고, 차라리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의 수명을 미리 안다면 그때까지의 삶의 플랜을 누구보다 잘 계획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삶과 이별할 준비도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다.

이 책은 노유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눈에 띈 책이다. 기대 수명을 알려 주는 영화 이야기라는 나름의 예상을 했다. 그러다 띠지를 보고 더욱 큰 흥미가 생겼다.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지금의 직업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과 새로운 직종을 찾아 떠나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기에 공감이 될 듯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11년차 배우인 송세린이라는 인물이다. 무명 배우로 살고 있는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극단에서 자신의 후배에게 역할을 빼앗기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그만둔다고 통보하고 나온다. 그러다 기대 수명 시네마라는 곳을 알게 된다. 그곳은 직업의 예상 수명을 알 수 있으며, 직업 데이터를 활용해 영화로 만드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세린은 배우로서의 자신의 수명이 0년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순간 오기가 생긴 세린은 기대 수명 시네마의 재연 배우로서 살아가기로 한다. 기대 수명을 채우지 못한 이들의 직업들을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세린은 그동안 몰랐던 비밀과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관통했다. 소재 자체인 직업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과학자를, 학창시절에는 방송계의 일을, 대학교에 이르러 지금의 직종을 생각했는데 직업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직업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금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맞물려 많은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아마 세린의 입장에서 나의 직업 기대 수명이 0년이라면 지금이라도 빨리 미련 없이 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사실 소재 자체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의 삶 수명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종종 보았는데 직업에 대한 수명은 처음이었다. 직업에 대해 단편적으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그 안에서 인생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고, 나의 직업 역시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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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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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조차도 추석을 만드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 p.10

습도가 높은 여름을 참 싫어하는 편이다. 차라리 피부가 가뭄이 난 땅처럼 쩍쩍 갈라지는 한이 있어도 건조한 편을 선호한다.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습기가 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도 있다. 습기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습도가 높으면 같은 움직임을 보여도 답답하게 느껴지는 탓이다. 오죽하면 이렇게 선선해지는 날씨에도 차량 안에 있는 습기가 너무도 싫어서 에어컨을 선선하게 가동시키는 편이다. 덕분에 여름은 세상 가장 싫어하는 날씨가 되었고, 본가의 방에는 늘 오십 이하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마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작품도, 작가님도 아예 초면이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습기를 너무나 싫어하기에 원래 성향이라면 제목만 보고 바로 패스할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이유도 없이 끌리게 되지 않는가. 거기에 공모전 수상작이라고 하니 속는 셈치고 읽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살짝 맛만 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연은 남편 정우와 아이 지호와 함께 드림빌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가 하나의 숙원사업이었기에 그들에게는 꽃길만 펼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미연에게 둘러싼 일들이 심상치 않다. 아니, 심상치 않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불쾌함이 커지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그 느낌을 끌고 간다.

몰입도가 높았지만 반대로 공감과는 거리가 멀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현실적이지만 그 어느 단어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기에 관찰자의 입장에서 읽게 되었다. 육아에 대한 강요를 하는 남편 정우와 은근히 압박을 주는 시댁, 알 수 없는 단체 채팅방의 초대, 아이의 학교 적응 등 어머니이자 며느리의 입장이라면 크게 공감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남편 정우의 행동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미연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온전하게 흡수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일상에서 느끼는 다른 이들의 눈빛이라든지 무리에서 느끼는 싸한 느낌 등 전반적으로 습기와 공통점이 많은 듯했다. 뭐라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불쾌함이 제목으로 잘 표현이 된 듯했다. 미연에게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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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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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이어서 더 몰입도가 높을 소설. 습기를 다르게 해석해서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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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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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 p.9

책을 좋아하면서도 수상작품집에 큰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이 읽게 된 듯하다. 그 시초가 되었던 것이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매년마다 발간되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면 내노라하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실려 있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수상집이 2020년도의 작품들이었는데 수상 작가님들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매년 찾아서 읽고 있다.

그러면서 좋은 작가님들을 알게 되는 이 수상작품집들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 불호였던 작가님들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게 되는 면이 있었고, 아예 몰랐던 작가님이었는데 작품집을 통해 흔히 말하는 입덕이 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수상작품집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작품집들을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2023년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실렸다. 사실 이 상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는데 오히려 수록된 작품의 작가님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자주 보고 들었던 김멜라 작가님, 지인의 추천으로 머리에 각인이 되었던 안보윤 작가님이 그렇다. 그밖에도 김병운 작가님 역시도 작품집에서 언뜻 본 기억이 있었다.

소설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안보윤 작가님을 비롯해 우수작품상, 기수상작가 자선작까지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퀴어와 학교 폭력이라는 너무 익숙한 소재부터 쓰레기 호더라는 조금은 낯선 소재들이 등장했는데 나름 공감이 되기도 했고,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읽는 내내 익숙함과 낯섦을 오가는 묘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안보윤 작가님의 <애도의 방식>이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동주라는 인물로 학교 폭력 피해자이다. 그를 가해하는 인물은 승규인데 말도 안 되는 일로 동주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일삼는다. 그리고 가해자 승규는 추락해 사망한다. 이후로부터 동주와 승규의 죽음 사이에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용은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특히, 소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도입부가 참 인상적이었다. 소란을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그 문장에서 큰 공감이 되었는데 스토리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애도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한데 과연 승규는 자격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던 그 아이가 말이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한 승규보다는 동주에게 더욱 마음이 갔던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역시 수상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한 번 읽고 끝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재독을 통해 더욱 깊은 감상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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