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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평점 :



가서 금괴 찾아오너라. 금괴. / p.14
이 책은 고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고 싶어 책을 고르다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울 듯해서 읽게 되었다. 현실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살짝 내용을 봤는데 누가 봐도 허무맹랑 그 자체로 느껴졌다. 약간 코미디 영화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인찬이다. 경찰이라는 반반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흙수저인지 아니면 경제 관념이 없어서인지 그렇게 풍족하게 살아온 인물은 아닌 듯하다. 거기에 할머니의 유산마저도 주식에 그대로 투자해 마이너스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의 유산 절반을 요구하는 동생 인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회사를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비싼 물건에 눈이 돌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인찬이 동생과 함께 평양에 가야 될 일이 생긴다. 그것은 할머니 김사끝에게 발견한 종이 한 장 때문이다. 김사끝은 부잣집 막내 딸로 태어나 나름 유복한 생활을 했지만 어떠한 사건 하나로 아버지를 잃었다. 생전에 인찬에게도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증조부가 묻은 금괴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과 한 짝의 금괴가 평양에 묻혀 있으며, 현재 시세로는 112 억이라고 한다. 인찬은 휴가를, 인지는 퇴사를 하고 결국 목숨을 걸고 평양으로 들어간다. 주어진 기간은 3일, 그 안에 남매는 금괴를 가지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스토리가 하나의 영상으로 재현이 될 정도로 흥미로웠다. 신분을 숨겨 평양으로 들어가는 두 남매와 금괴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리고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정체까지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게 긴장감으로 쭉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중간마다 조금 어이없게 터지는 유머까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손향이라는 인물에 궁금증이 생겼다. 큰 맥락이 인찬과 인지 남매의 이야기로부터 돌아가는데 갑자기 평양에서 노래하는 손향이 등장한다. 손향은 남한에 친척이 있다는 소문으로 평양에서 쫓겨났고, 아버지는 처형이 된다. 어머니와 함께 탈북을 기도하는데 중반까지 읽으면서도 두 남매와 연관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출판사 소개를 보더라도 손향의 정체는 언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후반부에 이르러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궁금증의 실마리가 드러났다. 두 남매의 이야기와 별개로 이 지점도 흥미로웠다.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재미로 읽기에는 너무 안성맞춤인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 대한 후기를 읽었는데 꽤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읽었다. 그런 점에서 종종 다른 작품들도 접하게 될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것 또한 다른 매력으로 볼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서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소설이어서 만족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