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츠
이아타 지음 / 메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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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시 굶주림의 시대로 돌아가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 / p.16

예전 기억을 돌이켜 보면 한때 식량에 대한 두려움이 클 시기가 있었던 적이 있다. 어떤 때에는 식량난이, 또 다른 때에는 유전자 공학 식품에 대한 위험성이 그랬다. 전자는 전쟁이나 재난으로 인해 식품들이 고갈될 것을 우려했던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후자는 유전자 변형 식품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게 되면 희귀병이나 질환들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식량에 대한 걱정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세상에는 먹을 것이 참 많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인데 최근에 수급난이 맞물려서 아주 오랜만에 식량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물이 없다면 위생적인 것은 물론이고,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쌀을 비롯한 곡식들의 재배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많은 비가 내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아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식량난을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가장 크게 관심이 갔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을 보면 식량 자체를 주제로 내세운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현실감이 있는 익숙한 소재들도 좋지만 SF 장르에서는 먼 미래에 벌어질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에 큰 흥미를 느끼는 편이었기에 그런 비슷한 맥락으로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태오와 지오라는 이름의 형제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식량 전쟁으로 자연산 곡식을 취득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식물에 대한 소유권을 대기업이 모두 나눠서 가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전자를 연구해 슈퍼 곡식들을 개발해 납품하는데 그 중 하나가 베이츠에서 개발한 알파콘이라는 옥수수이다. 지오는 베이츠에서 알파콘을 재배하는 노동자로 취업한다. 취업하는 과정은 참 험난한데 누구보다 체력이 중요시되는 일이다 보니 다른 이들과 겨루고 또 선택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거기에서 지오는 당당하게 입사했고, AI나 기계로 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한 가장 단순하고도 힘든 업무를 한다. 그렇게 형인 태오와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일하던 중 갑자기 실종이 된다. 태오는 수소문하거나 베이츠에 동생의 행방을 물었지만 이미 퇴사했다는 답변을 받는다. 태오는 결국 베이츠에 입사해 동생의 흔적을 밟기로 한다. 그러면서 만난 다른 노동자와 마스터, 그리고 베이츠를 만든 이들 사이에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최근에 읽었던 작품 중에서는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다. SF 소설의 특성상 과학적 지식이 많이 등장해서 늘 애를 먹기는 했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유전자 공학 식품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느라 조금 더디게 읽었던 것 같다. 거기에 나오는 이름 자체도 너무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초반에는 스토리의 흐름을 하나씩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고, 이후부터는 조금 그래도 수월하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상상력에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게 느껴질 법한 비현실적인 내용이다. 대한민국으로 말하자면 삼성이나 엘지 등의 큰 대기업이 유전자 식품 공학으로 나라의 식량을 제어한다는 설정일 텐데 이게 이상하게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과연 우리나라에도 큰 재난 재해나 세계 식량 전쟁으로 지금 재배하는 곡식들을 키우는 게 불법이고, 마트에서 구입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무조건 대기업에서 만든 식량을 구입해야 한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나름의 살을 붙여서 이리저리 상상했다. 결론적으로는 끔찍할 듯하다.

거기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유전자 공학 식품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들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장 두려워하고자 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태오와 지오 형제의 할머니는 불법을 행하는 장면들이 등장하고, 태오는 베이츠에 부정적인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다. 가장 현실감이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었다. 그밖에도 대기업이 중요한 무언가를 꽉 잡고 있는 것도 경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려웠지만 그만큼 새로워서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SF에 대한 지식은 늘 한계점을 보이는데 조금 더 잘 읽혔더라면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조금은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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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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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거미줄 안에서 살아남도록 허락을 받는다. / p.12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고딕 소설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영화도 호러 장르의 영화는 일절 보지 않는 편인데 활자로 느끼는 분위기도 부정적인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고딕 소설은 놀이공원에서 절대 가지도 않을 귀신의 집과 비슷하다. 이는 아마 겁이 많은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무섭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 책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집이다. 그렇게 고딕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왜 읽었냐고 묻는다면 여성이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줄거리들이 현실감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여성이기에 등장인물들의 사건들이 나름 피부로 와닿지 않을까. 추리 장르의 소설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줄거리라면 누구보다 좋아하는 독자이기에 이 지점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총 네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여성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보통의 여성보다는 무언가 고민이나 사건을 가졌다. 사실 소설에서 고민이나 사건이 없다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될 듯하지만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는다. 그게 남편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살고 있는 사회일 수도 있다.

고딕 소설이기에 긴장감이나 공포는 물론이며, 말할 수 없는 축축한 느낌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늪지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긴장감에 몰입이 되어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해하면서 읽었다. 그러다 중반에 이르러서는 주인공이 받고 있는 감정을 느꼈는데 이는 아마 주인공 개인이 아닌 상황이나 배경 등의 조금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크게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먀오 다오>라는 작품과 <환영처럼: 1972>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먀오 다오>라는 작품에는 마오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청소년이지만 조금 조숙한 느낌을 주는 여자 아이이다. 그래서 학교의 남학생들은 그녀에게 성적으로 수치심을 줄 수 있는 괴롭힘을 자행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재혼해 떠나고 그 자리에는 의붓아버지인 패리스가 채운다. 패리스 역시도 마오에게 성적 학대를 일삼는데 기댈 곳 없는 마오에게는 먀오 다오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다.

<환영처럼: 1972>에 등장하는 앨리스는 남자 친구인 사이먼의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 이후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앨리스에게 철학과 교수인 롤런드가 등장한다. 앨리스는 임신을 쉽게 밝힐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또 의지할 수 있는 롤런드에게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롤런드는 순수한 도움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그 역시도 앨리스를 "여성"으로서의 숨겨진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두 작품은 성이라는 주제를 공통적으로 풀어낸 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하나로 묶어서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먀오 다오의 마오에게는 청소년 시기의 부모의 성적 학대를 떠올리게 했다. 상황에 놓인 마오의 모습과 학대를 받는 들고양이들의 모습들이 겹쳐서 보였고, 그게 더 나아가 동물 학대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학교에서 조숙한 친구들에게 음담패설을 늘어놓았던 일부 친구들을 보았기에 이 지점은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

환영처럼: 1972는 먀오 다오보다 더욱 더 직설적인 느낌을 받았다. 상황에 대한 묘사들도 노골적으로 와닿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앨리스가 임신 여부를 불안하게 그리는 장면이었다. 매달 하는 월경을 기다리는 듯했는데 이는 주변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보고 또 들었던 사실들이었다. 또한, 아이를 출산해 양육할 수 없는 자격이나 능력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앨리스의 심정에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었으며, 현실적인 문제에 붙잡혀 불순한 의도를 거절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느꼈던 공포와는 조금 달랐다는 측면에서 고딕 소설의 거부감은 없었던 작품이었다. 오히려 여성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점에서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으며, 조이스 캐럴 오츠라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조금씩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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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훔친 여자
설송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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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에 가는 저세상은 봄인가 보다. / p.7

종종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북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수도인 평양은 출입증이 있는 국민에게만 허용이 된다는 점부터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내용들까지 하나하나 마치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유럽이나 미국의 이야기들도 대한민국 사회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적어도 자유가 보장이 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보다는 가깝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설송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띠지에 있는 문구가 조금 인상 깊게 다가와 선택하게 된 책이다. 북한의 이미지와 최근 인기를 얻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 작품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진 탓이다. 북한은 개인의 자산이 통제되는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미묘한 간극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봄순이라는 이름의 여성의 1998년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2015년에 숨을 거두었던 봄순이 1998년으로 돌아간 회귀물이다. 마음에 두고 있던 우진 오빠는 1998년에 사망했는데 봄순에게 다가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영문을 모르던 봄순은 알고 보니 자신이 1998년도로 돌아갔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이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생활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새터민 패널의 이야기로만 듣던 사람이기에 초반에는 조금 읽는 것이 더디었다. 특히, 회귀물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활자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 매체로 익숙했기에 이를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일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스토리 파악이 되면서부터는 그동안 잘 몰랐던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이렇게 문자로 읽는 것이 낯섦보다는 신기함으로 다가와서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생활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온 반면, 의외의 지점에서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게 바로 여성이었다. 우선, 봄순은 철욱이라는 이름의 남편과 아이를 두고 있었다. 철욱은 그저 콧대만 높은 신분의 사람인데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나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살아가겠다는 의지조차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부인을 잘못 들인 탓으로 돌렸다. 물론, 봄순의 가정사가 원인이 되었던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욱의 핑계로 느껴졌다.

이 지점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 아들을 낳지 못한 부인에게 탓을 돌린다거나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여자의 팔자가 세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초반에는 우진과 봄순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가정 있는 여자가 외간 남자와 이야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눈초리를 보내던 주변 여성들의 모습들도 씁쓸했다.

신분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성별에 대한 차별까지 있는 환경에서 자신만의 철학으로 당당하게 성공하는 봄순의 모습은 통쾌했고 다른 의미로 생각이 많아졌다. 거기에 자신보다 더 잘난 봄순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남편의 방해로 더욱 힘들었을 법도 한데 봄순은 이를 보란듯이 이겨냈다. 무엇보다 그런 악조건과 현실 속에서 이겨낸 봄순의 의지와 능력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보면서 많은 배울 점을 찾았다.

북한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회귀물이라는 매치 자체가 조금 신기하면서 낯설었지만 오히려 색다른 조합이었기에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새로움과 회귀물이라는 저자의 상상력이 덧붙여져 그 지점이 참 매력적이고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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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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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에 걸쳐 완성된 연작소설이라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가 됩니다.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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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피플 상상초과
김구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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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제로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p.18

예전부터 계속 좋아했던 작가님들의 작품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새로운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때면 뭔가 모르게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아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전율이 오른다. 그게 취향에 맞았을 때에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선호 작가님의 리스트에 올리고 신작을 무조건 기다리게 되는 한 사람의 팬이 된다.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작년부터 시작해 기억에 남는 작가님들의 이름이 꽤 많은 편이다.

이 책은 김구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종종 신진 작가 공모전 작품들을 읽는 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모전 작품들을 섭렵하는 것은 아니고 줄거리를 보고 흥미로운 소재들을 골라서 읽는데 작가님의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리를 방황하는 소년들의 생존기를 다루었다는 내용으로 이해를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관련 직종에 종사하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로라는 열다섯 살의 남자 청소년이다. 꽤 오랜 시간동안 거리 생활을 해온 듯한데 도둑질을 해 판 물건으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인물이다. 제로 옆에는 원이라는 이름의 친구, 그리고 투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 두 친구는 많이 아프다. 특히, 투는 투약을 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위험한 병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가족 그 이상으로 의지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 곁에는 늘 엄마와 같은 존재의 자영이라는 인물이 있다.

어느 날, 자영이 나타나지 않자 세 사람은 찾으러 나가기 이른다. 투가 맞아야 하는 약이 다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밖에 나오지 말라는 자영의 말을 지킬 수 없었다. 자영을 찾아가던 중 그녀가 죽는 모습을 목격한다. 또한, 자신들이 보통 평범한 인간이 아닌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영은 사실을 전하며, 제로의 엄마를 찾아가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그 세 사람에게 정신적 지주와 같았던 자영이 사라졌으며, 윤철이라는 이름의 낯선 사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짧은 페이지 수에 문체 자체도 단순한 편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제로, 원, 투의 비밀 자체가 SF 장르의 특징으로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청소년 소설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에 집중을 하면서 읽었다. 첫 번째는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우선, 유전적으로 다른 임무를 띄고 태어났다는 점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세 명의 청소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이 아니다. 그러나 가정 환경의 문제, 사춘기 시절의 혼란스러움 등 다양한 이유로 불안정한 청소년들의 심정이 무엇보다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온전히 양육자의 케어를 통해 올바르게 성장할 청소년들이 거리에 내몰려 불안하게 보낸다는 것 자체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두 번째는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 명의 청소년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태어난,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서두에 언급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과연 올바른 유전자를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희생시킬 수 있는 자격이 인간에게 있느냐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제로, 원, 투는 좋은 유전자를 받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부모의 욕심과 이기심, 유전자 분야에서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한 박사의 삐뚤어진 야심으로부터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들도 어쨌거나 하나의 생명일 텐데 과연 세 친구들의 삶과 죽음을 일개 인간들이 선택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예전에 읽었던 청소년 대상 SF 소설이 하나 떠올랐다. 비교적 쉽게 읽혔던 것과 다르게 묵직하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어서 지금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랬다. 사회적인 문제들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뭔가 무겁게 내리앉은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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