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양식의 빈칸을 하나씩 채워 주시면 됩니다. / p.25

이 책은 이스안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제목이 먼저 눈에 띄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실 호러 장르를 크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름이 되면서부터는 그래도 자주 읽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신체 조각이라는 단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볍게 기분을 환기시킬 목적으로 고르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는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조금은 어둡고도 무서운 이야기의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렇게 현실감이 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이 참 인상 깊었다. 첫 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신체 조각 미술관>이다. 큐레이터로 보이는 화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체 조각 미술관은 화자의 아버지께서 세우신 곳이며, 희망하는 사람들의 신체를 박제해 재구성하는 박물관이다. 전체적으로 신체 조각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야기하고 있다.

처음에 실린 작품이어서 생각보다 놀랐다. 사실 박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게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물론, 사전에 동의를 받기는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측면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씩 읽다 보니 사람이 그대로 원하는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생각으로 반전이 되었다.

두 번째는 <푸른 인어>라는 작품이다. 젊은 어부는 푸른 언어를 본 뒤로부터 욕망에 휩싸인다. 그리고 주변 동네 주민들에게 인어를 보았다고 말했지만 이를 무시한다. 심지어 인어를 가져온 증거를 가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는다. 젊은 어부는 여전히 그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끝까지 푸른 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전체적으로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알 듯한 작품이었다. 물론, 젊은 어부의 욕망이 그렇게까지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아마 복권을 비롯한 허무맹랑한 무언가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딱 이 마음이지 않을까. 결말을 읽으면서 욕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지만 말니다.

전체적으로 기괴해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의도대로 기분 환기 용도로 가볍게 읽기에는 좋았다. 아마 이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초반에 감정을 올리기에 만족스럽지 않을까. 나름 흥미로웠던 작품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희망의 혁명 - 인간적인 기술을 위하여
에리히 프롬 지음, 김성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렵지만 그만큼 읽을 가치가 있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의 혁명 - 인간적인 기술을 위하여
에리히 프롬 지음, 김성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한 가운데서 망령이 떠돌고 있다. / p.19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철학 도서이다. 전에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책 중 하나가 에리히 프롬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준 책어서 인상 깊게 남았다. 무엇보다 인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 이야기가 따뜻하게 와닿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만 보면 조금 다른 결로 느껴져서 호기심이 들었다. 희망의 혁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희망과 혁명은 반대처럼 보였다. 희망이 잔잔함을 뜻한다면 혁명은 파도를 뜻한다고 할까. 그래서 호기심이 들어 읽게 된 책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을 통해 기술의 발전을 하면서 드러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점점 기계나 AI 등의 인공지능이 생겨나면서 인간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으로서의 중심을 지키고 살아가는 방법을 논한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현대 사회에 대한 공감이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대는 빠르게 흘러가고 있고, 그만큼 인간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개인에게 통하는 진실은 사회에서도 통하는 법이며, 사회가 성장하지 못하면 쇠락한다는 내용이 깊게 와닿았다.

두 번째는 인간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는 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느꼈던 점인데 인간으로서 행복과 희망, 사랑을 경험하지만 텅 비어버린 감정의 사회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에리히 프롬 역시도 이 지점을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지만 오히려 정서나 정신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부분 역시도 공감이 됐다.

읽으면서 여전히 철학적인 이야기여서 많이 어려웠던 책이었다. 사실 완독 이후에도 이 내용 전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곱씹다 보니 다른 책들에 비해 더디게 읽혀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많이 남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고이스트
다카야마 마코토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마침내 이 시골에서 웃을 수 있었다. / p.9

이 책은 다카야마 마코토의 장편소설이다. 책을 고르게 된 계기가 조금 특이하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이 출판사의 한 소설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책과 판형이 똑같아 보여서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시리즈로 생각을 했었다. 보통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은 모아두면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작품을 읽고 괜찮다면 그 유튜브에서 본 소설도 구매할 계획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고스케이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십대 시절을 괴롭힘을 보낸 인물인 듯하다. 도망치듯 살던 동네를 떠나 도쿄에서 거주했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 다시 고향을 찾았다. 물론, 고향을 찾은 이유는 명품으로 치장된 옷을 보고 괴롭힘 가해자들의 눈빛을 보기 위함이다. 지나가다 본 동창들은 그의 모습을 보았고, 그들의 눈을 보자 고스케는 승리감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지인으로부터 류타라는 이름의 한 개인 트레이너를 소개받는다. 고스케는 동성애자였는데 류타 역시도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류타의 몸매에 고스케는 호감이 생겼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결국 연인이 되었다. 그런데 류타가 다른 직장을 알아보면서 고스케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다시 만났다. 소설의 내용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얇고 작은 판형이어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읽었고, 큰 사건보다는 잔잔한 일상적 내용들로 전개가 되다 보니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두 주인공이 동성 연인 관계이기에 이러한 지점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면 무리없이 읽지 않을까. 아무래도 많은 퀴어 문학들을 접했고, 직전 작품 역시도 성소수자들이 등장했던 터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읽는 것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제목이다. 에고이스트의 사전적 정의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겉으로 보기에 고스케가 류타를, 그리고 류타의 어머니는 챙겼다는 측면에서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특별한 관계에 있기에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에고이스트라는 제목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러면서 느끼게 되었던 점이 고스케가 류타를 연인 관계 그 이상으로 자신과 동일시했다는 것이다. 원래의 뜻과는 다르지만 자아라는 뜻을 가진 ego와 비슷하게 고스케가 류타에게 하나의 자아로서 의미를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고스케와 류타의 관계이다. 약간 첫 번째 지점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보통 연인 관계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물주로 오해가 될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니 물질적으로 지원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이해가 되지만 너무 지나쳤다. 그런 면이 오히려 류타로 하여금 마음의 부채처럼 쌓였을 것이고, 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방법을 잃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스케는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었다. 결국은 그게 죄책감이 되어 두 사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주었던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보면 구구절절 마음 아픈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겠지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고스케의 반성과 죄책감을 통해 성장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 부분을 보면서 배경이 같다고 해도 막연하게 자아를 투영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너무 퍼주는 것 또한 어떤 면에서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갈래로 나뉜 길에서 용연은 울고 복희는 웃었다. / p.10

이 책은 김현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소설을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선택한 책이다. 제목만 보고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고, 표지가 참 재미있었다. 컴퓨터에서 얼굴만 따로 따서 만든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 유행이었던 오렌지 그림이 떠올랐는데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열한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조금은 낯선 세계에서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이 보여졌는데 소수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작품에서는 퀴어라고 불리는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이었고, 다른 부류의 소수자들이 있었고, 또는 그들에게 차별과 혐오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그 지점들이 흥미롭게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첫 번째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라는 작품이다. 이무송과 노사연의 결혼 소식을 접한 숙자 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숙자 씨의 남편인 신운선 씨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아들 신태현 씨는 동성인 박민준 씨와 연애했다. 그렇게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설명해 준다.

이 작품에는 진짜 셀 수도 없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열한 편의 작품 중 가장 난이도가 어렵게 느껴졌다. 등장 인물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읽기 힘들어한다는 약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신운선 씨와 숙자 씨의 가족 이야기 위주로 흘러가겠다는 예상을 했었지만 신운선 씨가 탄 택시 기사의 이야기들까지 계속 끝도 없이 나아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제목 그대로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렇게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전에 읽었던 정세랑 작가님의 한 장편소설이 떠올랐다.

두 번째는 <수영>이라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수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영은 디아 아몬이라는 저자가 쓴 책을 편집하고 있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도 없이 꽤 오랜 시간을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데 그 와중에 엄마로부터 맞선 자리가 온다거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디아 아몬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수영의 이야기들을 따라가고 있다.

소설이라는 전제를 모른다면 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디아 아몬의 존재가 조금 특별하기는 했지만 일에 쫓겨 주말 없는 생활을 보낸다거나 주변으로부터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보통 사람들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에 에세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결말이었다. 딱 마지막 반 페이지를 읽자마자 소름이 돋았고, 나의 편협한 시각에 또 당황스러웠다. 디아 아몬이 물에서 수영한다는 이야기와 주인공 수영의 현실이 딱 맞아 떨어졌다. 사고를 깨트렸다는 점에서 참 인상 깊게 읽었다.

작품에도 드러나듯이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성적인 수치심을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사례들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들은 너무나 차갑고 냉혹했는데 그 안에서 햇빛이 비추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소설 작품 하나하나에서 보여진 인간에 대한 관심, 그들의 연대, 그리고 보여지는 진심이 따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너무나 인간애가 와닿았고, 덤으로 중간중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재미가 나름의 묘미였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