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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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로 나뉜 길에서 용연은 울고 복희는 웃었다. / p.10

이 책은 김현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소설을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선택한 책이다. 제목만 보고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고, 표지가 참 재미있었다. 컴퓨터에서 얼굴만 따로 따서 만든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 유행이었던 오렌지 그림이 떠올랐는데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열한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조금은 낯선 세계에서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이 보여졌는데 소수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작품에서는 퀴어라고 불리는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이었고, 다른 부류의 소수자들이 있었고, 또는 그들에게 차별과 혐오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그 지점들이 흥미롭게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첫 번째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라는 작품이다. 이무송과 노사연의 결혼 소식을 접한 숙자 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숙자 씨의 남편인 신운선 씨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아들 신태현 씨는 동성인 박민준 씨와 연애했다. 그렇게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설명해 준다.

이 작품에는 진짜 셀 수도 없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열한 편의 작품 중 가장 난이도가 어렵게 느껴졌다. 등장 인물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읽기 힘들어한다는 약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신운선 씨와 숙자 씨의 가족 이야기 위주로 흘러가겠다는 예상을 했었지만 신운선 씨가 탄 택시 기사의 이야기들까지 계속 끝도 없이 나아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제목 그대로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렇게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전에 읽었던 정세랑 작가님의 한 장편소설이 떠올랐다.

두 번째는 <수영>이라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수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영은 디아 아몬이라는 저자가 쓴 책을 편집하고 있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도 없이 꽤 오랜 시간을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데 그 와중에 엄마로부터 맞선 자리가 온다거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디아 아몬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수영의 이야기들을 따라가고 있다.

소설이라는 전제를 모른다면 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디아 아몬의 존재가 조금 특별하기는 했지만 일에 쫓겨 주말 없는 생활을 보낸다거나 주변으로부터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보통 사람들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에 에세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결말이었다. 딱 마지막 반 페이지를 읽자마자 소름이 돋았고, 나의 편협한 시각에 또 당황스러웠다. 디아 아몬이 물에서 수영한다는 이야기와 주인공 수영의 현실이 딱 맞아 떨어졌다. 사고를 깨트렸다는 점에서 참 인상 깊게 읽었다.

작품에도 드러나듯이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성적인 수치심을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사례들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들은 너무나 차갑고 냉혹했는데 그 안에서 햇빛이 비추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소설 작품 하나하나에서 보여진 인간에 대한 관심, 그들의 연대, 그리고 보여지는 진심이 따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너무나 인간애가 와닿았고, 덤으로 중간중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재미가 나름의 묘미였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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