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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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조차도 추석을 만드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 p.10

습도가 높은 여름을 참 싫어하는 편이다. 차라리 피부가 가뭄이 난 땅처럼 쩍쩍 갈라지는 한이 있어도 건조한 편을 선호한다.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습기가 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도 있다. 습기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습도가 높으면 같은 움직임을 보여도 답답하게 느껴지는 탓이다. 오죽하면 이렇게 선선해지는 날씨에도 차량 안에 있는 습기가 너무도 싫어서 에어컨을 선선하게 가동시키는 편이다. 덕분에 여름은 세상 가장 싫어하는 날씨가 되었고, 본가의 방에는 늘 오십 이하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마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작품도, 작가님도 아예 초면이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습기를 너무나 싫어하기에 원래 성향이라면 제목만 보고 바로 패스할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이유도 없이 끌리게 되지 않는가. 거기에 공모전 수상작이라고 하니 속는 셈치고 읽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살짝 맛만 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연은 남편 정우와 아이 지호와 함께 드림빌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가 하나의 숙원사업이었기에 그들에게는 꽃길만 펼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미연에게 둘러싼 일들이 심상치 않다. 아니, 심상치 않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불쾌함이 커지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그 느낌을 끌고 간다.

몰입도가 높았지만 반대로 공감과는 거리가 멀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현실적이지만 그 어느 단어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기에 관찰자의 입장에서 읽게 되었다. 육아에 대한 강요를 하는 남편 정우와 은근히 압박을 주는 시댁, 알 수 없는 단체 채팅방의 초대, 아이의 학교 적응 등 어머니이자 며느리의 입장이라면 크게 공감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남편 정우의 행동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미연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온전하게 흡수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일상에서 느끼는 다른 이들의 눈빛이라든지 무리에서 느끼는 싸한 느낌 등 전반적으로 습기와 공통점이 많은 듯했다. 뭐라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불쾌함이 제목으로 잘 표현이 된 듯했다. 미연에게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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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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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이어서 더 몰입도가 높을 소설. 습기를 다르게 해석해서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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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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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 p.9

책을 좋아하면서도 수상작품집에 큰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이 읽게 된 듯하다. 그 시초가 되었던 것이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매년마다 발간되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면 내노라하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실려 있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수상집이 2020년도의 작품들이었는데 수상 작가님들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매년 찾아서 읽고 있다.

그러면서 좋은 작가님들을 알게 되는 이 수상작품집들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 불호였던 작가님들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게 되는 면이 있었고, 아예 몰랐던 작가님이었는데 작품집을 통해 흔히 말하는 입덕이 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수상작품집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작품집들을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2023년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실렸다. 사실 이 상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는데 오히려 수록된 작품의 작가님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자주 보고 들었던 김멜라 작가님, 지인의 추천으로 머리에 각인이 되었던 안보윤 작가님이 그렇다. 그밖에도 김병운 작가님 역시도 작품집에서 언뜻 본 기억이 있었다.

소설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안보윤 작가님을 비롯해 우수작품상, 기수상작가 자선작까지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퀴어와 학교 폭력이라는 너무 익숙한 소재부터 쓰레기 호더라는 조금은 낯선 소재들이 등장했는데 나름 공감이 되기도 했고,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읽는 내내 익숙함과 낯섦을 오가는 묘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안보윤 작가님의 <애도의 방식>이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동주라는 인물로 학교 폭력 피해자이다. 그를 가해하는 인물은 승규인데 말도 안 되는 일로 동주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일삼는다. 그리고 가해자 승규는 추락해 사망한다. 이후로부터 동주와 승규의 죽음 사이에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용은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특히, 소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도입부가 참 인상적이었다. 소란을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그 문장에서 큰 공감이 되었는데 스토리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애도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한데 과연 승규는 자격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던 그 아이가 말이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한 승규보다는 동주에게 더욱 마음이 갔던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역시 수상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한 번 읽고 끝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재독을 통해 더욱 깊은 감상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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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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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지금 상황은 최악입니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 p.10

요즈음 안타까운 범죄의 피해자들을 매체로 마주할 때마다 사형 제도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입장으로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더욱 궁금증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인권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과연 인권을 해친 이들의 권리까지 지켜야 하는가. 그것도 극단적인 예로는 인권을 누릴 수 있는 기회와 생명까지 빼앗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말이다.

이 책은 이석용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형 집행에 대한 이야기여서 관심이 갔다. 거기다 출판사의 경장편 작가상 작품을 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대학교 입학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든지, 늘 숙제와 다름없는 다이어트에 관련된 작품이 그랬다. 어디까지나 취향이 맞는 작품들이었기에 3회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보고 바로 읽게 되었다. 나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한 대통령의 시름으로부터 시작된다. 집권 3년 차에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의 민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 필요한 시기로 보여진다. 그때 법무부 장관 임동수가 대통령과 비밀리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임 장관은 대통령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꽤 오랜 시간 집행을 하지 않는 이 나라에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이는 역시나 큰 논란을 일으키는 사안이었다. 인권 단체는 사형 실행을 반대하고, 피해자 유족들은 운다. 양쪽에서 들고 일어나는 상황에서 SNS는 뜨거웠고, 현장은 시장이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사형수들에게 생의 마지막 식사를 주는 또 다른 사안이 나오게 되었고, 거기에서 요리사 X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다들 시기가 시기인지라 거절의 의사를 표명했지만 요리사 X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를 수락한다.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사형 제도이다. 사실 이는 서두에 언급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특히, 소설 초반부에 인권 단체와 피해자 유족이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피해자 유족이 외치는 게 마치 귀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아마도 전자의 입장보다는 후자의 입장에 더욱 이입을 하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사실 정치계는 발을 담그지 않는 이상 모를 정도로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작품에 드러난 이야기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느껴졌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지지율 상승을 위해 사형 제도라는 뜨거운 감자를 링에 올려둔다는 것이 초반에는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닌 판만 깔아놓고 관전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소금만 치는 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형과 요리사, 정치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또한, 사실 가볍게 읽고자 했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여운이 있었다. 특히, 지금 시기에 떠오르는 이슈는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존폐 이야기를 놓고 있는 사형 제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무겁게 와닿았다. 머리와 마음은 바쁘게 돌고 돌지만 책을 읽는 시선만큼은 빠르게 움직였던 이야기였다. 등장 인물들에게는 적대적인 감정이 들었지만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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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사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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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먹구름 사이로 선명한 파란색이 보인다. / p.8

학교 다닐 때나 졸업해 사회에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나 여전히 놀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대단한 학구열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님께서 대학 정보를 알고 계신다는 것에 놀랐다면, 사회에 나와 마주하는 많은 엄마들을 보면서 비슷한 맥락으로 놀란다. 저렇게 열정적이실까.

이러한 학구열이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청소년 시기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못 즐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공부만큼 중요한 게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요즈음 사회에서는 부모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일부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이다. 그렇게까지 신작을 찾아서 읽지는 않지만 종종 생각나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호숫가 살인 사건이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다닐 때의 추억을 떠올리고자 다시 읽게 되었다. 줄거리는 흐릿하게 남아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듯했다.

소설에는 치맛바람의 네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합숙을 시켜 공부하는 자녀들을 따라서 온 학부모들이다. 슌스케 역시도 그의 아내를 따라 그곳에 오게 되었다. 사실 슌스케는 아내의 치맛바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변의 학부모 역시도 슌스케가 올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던 듯하다. 그렇게 흘러갈 이야기가 슌스케의 내연녀가 등장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뀐다.

슌스케의 내연녀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굳이 이곳까지 찾아왔다. 결국 같이 저녁 식사를 마쳤고, 내연녀와 레이크사이드 호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그런데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범인이 슌스케의 부인이었고, 다른 부부들은 부인을 돕는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서두에 언급했던 학구열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하기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소망이겠지만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무나 과했고,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하나의 공통 분모가 이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과연 이 공동체는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학구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친 느낌이다.

두 번째는 불륜이다. 누군가 살인을 당해 자수 대신 증거 인멸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막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정의로운 인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 그 포지션을 가진 슌스케에게는 도통 정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불륜이었다.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하는 부인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며, 동정이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슌스케가 파헤치는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큰 중죄의 순위를 뽑자면 상위권에 불륜이 차지하고 있기에 이분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택할 수 없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이 장르인 것을 보여주듯 술술 읽혔다. 읽으면서 과거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고, 추리 장르로서 너무 흥미로웠다. 거기에 단순하게 재미로 끝내기에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보니 나름 생각할 지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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