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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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는 저출생 문제처럼, 한 국가가 가진 총체적 문제의 원인이면서 결과입니다. / p.11

요즈음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주택청약 해지 여부이다.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의견에 따라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주택청약을 신청해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비슷한 또래 지인들의 상황을 비교했을 때에는 이것을 유지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결혼에 대한 큰 생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신혼부부와 자녀를 두고 있는 가족들에게 집중이 되어 있다 보니 이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은 박영서 작가님의 부동산에 대한 역사 도서이다. 복지를 다루었던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 전공이 복지학이었고, 현재는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니 아는 부분이 많아 더욱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떠나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이번 신작도 나름 기대가 되었다. 물론, 전작을 읽을 때와 마음가짐이 조금 다르기는 했다.

간단하게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현재 남아 있는 사료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부동산 역사를 다루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토지와 집에 대한 역사이다. 아무래도 지금처럼 쉽게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보니 현재 남아 있는 사료를 토대로 당시 조선에서는 어떤 부동산 정책을 보였으며, 이에 대한 문제점과 계급에 따라 경험했던 부동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는 술술 읽혀졌다.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다루었던 과전법 등의 용어 자체가 익숙했다. 그리고 작가님의 이야기 자체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기술해 주시고, 다양한 사료들을 언급해 주시다 보니 이해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사실 부동산에 대한 지식 자체도 별로 없을뿐만 아니라 평소 가지고 있는 관심도 낮았기에 전작에 비해 더디게 읽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공화국이다. 아무래도 지방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는 것도 하나의 스펙이다.'라는 말을 하고 또 듣는다. 그만큼 상경하는 것 자체가 지방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큰 문제가 되는데 조선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정약용이 후손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만 하더라도 서울 밖으로는 벗어나지 않을 것을 주문했으며, 친척들과 사채업을 하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서울에 집을 얻고자 했던 이들이 있었다. 지방으로 간 이들은 배우자의 집안 자체가 그 지역의 유지라는 점에서 씁쓸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서울공화국'은 여전했다.

두 번째는 욕심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지금은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장 평생 먹고 살 돈이 떨어진다고 하면 남에게 이를 베푸는 것보다는 배를 불릴 수 있는 여건을 찾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조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 부동산 부자들처럼 갭투자를 한다거나 정부의 정책을 이용해 자신들의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을 실행에 옮겼다. 전세금은 줄 수 없으나 당장 집을 빼라는 식의 몰상식한 주인들과 누구보다 청렴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헛점을 노려 토지로 부를 축척했다. 최근에 자주 이슈가 되는 전세 사기 범죄자들, 그리고 LH 이슈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선시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몰락의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이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이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었지만 결론적으로 공감을 가지게 된 이유도 딱 그 지점에 있었다. 너무나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는 것. 역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실성을 느낀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여러 모로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마지막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바꾸다 보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는데 더욱 생각이 많아졌다. 부디 평등한 세상을 원하고 있으며, 그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는 점에서 복잡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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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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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 p.9

이 책은 박이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이나 단편 수상 공모전 작품집도 꽤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제는 믿고 보는 수상작 중 하나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유라는 인물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살아오기도 했다. 착실하게 공부했고 뉴욕에 유학을 떠나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뉴욕에서 끌로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지유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끌로이는 지유와 다르게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유의 뉴욕 생활은 잿빛 우울함에서 무지개빛 활력으로 바뀌었다. 끌로이를 룸메이트로 불러들이기까지 한다.

지유가 끌로이에게 사람으로서의 소유욕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 삐걱거리게 된다. 끌로이에게 지유는 유일한 친구이자 단 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끌로이는 친구들 사이에 따로 차등을 두지 않는 듯했다. 그저 친구일 뿐이었는데 지유는 끌로이에게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집착을 보인다. 결국 끌로이는 지유의 바뀐 행동에 지치게 되어 집을 나가기에 이른다. 이후 지유는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입국하게 되었고, 끌로이를 그리워한다.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반대 관계이다. 더 확실하게 이야기하자면 초반에는 지오디 노래인 '반대가 끌리는 이유'가 떠올랐다. 지유는 착실한 모범생 타입으로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학생 역할을 가진 인물로 보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애초부터 시도하지 않는 유형인 듯했는데 자유롭게 살아가는 끌로이에게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지유가 끌로이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화가 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두 번째는 과유불급이다. 아무래도 지유는 친구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한 듯했다.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에 빗대어 모든 인간 관계를 그렇게 유지하고자 하는 느낌이었다. 어머니에게 전부가 지유였기에 집착과 관심으로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지유 역시도 다른 누군가에게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하지 않았을까. 조금 뭔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들면서 역시 사람 사이에는 거리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 거리마저도 과하면 깨지기 마련이다.

아마 학창시절에 읽었더라면 조금 더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친구들이 마치 나의 소유인 것처럼 관심과 집착을 보였던 때가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 질투가 나기도 했었고, 답장이 느리면 속으로 앓았던 것 같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미련을 조금씩 버리고 쿨하게 지내왔는데 지유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런 시기를 많이 떠올리게 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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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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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저분한 집 꿈을 꾼다. / p.10

이 책은 린 틸먼의 에세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현실감이었다. 저자의 성별을 제목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경험할 일이기에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돌봄 노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 중 한 명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에게 어머니께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후 11년간 간병인, 언니 두 명과 함께 어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처음 만난 신경과 전문의는 어머니를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했다. 그러나 치매의 초기 증상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다른 내과 전문의를 소개받아 다시 어머니의 질병을 듣게 된다. 조금은 생소한 질병인 '정상뇌압수두증'이었다.

이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하지만 어머니의 증세는 나아지기는커녕 안 좋아진다. 가끔 정신을 잃으시다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는데 전체적인 에세이의 내용들은 돌봄 노동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어머니를 스쳐지나간 간병인들과의 일화 등을 다루고 있다.

질병의 이름과 내용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술술 읽혀지는 내용이었다. 특히, 어머니를 간병하는 딸로서의 양가감정이 큰 공감이 되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얇은 페이지 수의 책이다 보니 이틀 정도 퇴근 시간 이후에 두 시간씩만 투자하면 금방 완독이 가능할 정도의 분량이어서 좋았다. 머릿속으로는 돌봄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고, 감정적으로는 미래의 내 모습들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정상뇌압수두증이라는 질병명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극중 한 주인공의 어머니께서 집 비밀번호를 잊는다거나 아끼는 조카의 결혼식을 깜빡하는 등 증상을 보여 스스로 치매로 착각한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다른 주인공인 신경과 의사에게 수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다행이라고 우는 에피소드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나름의 해피엔딩이었겠지만 병명조차 생소한 가족들에게는 이것 또한 결말이 어떻게 와닿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간병인의 존재이다. 저자는 상주 간병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듯하다. 간병인이 이주하면서 조카를 소개시켜 주었는데 안 좋게 떠났다. 읽으면서 내내 의문이 드는 내용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간병인 사이의 관계는 좋은 듯했지만 주변 지인을 아무렇지 않게 집에 초대한다거나 물건이 사라진다거나 등 조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물론, 둘 사이의 소통이나 합이 맞는다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것만 빼면 과연 좋은 간병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동료분과 나누었던 대화가 있었다. 과연 부모님께서 아프시다면 간병할 것인지 아니면 요양원에 모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녀의 상황이 안 된다면 좋은 요양원에 모시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고 대답하자 MZ 세대와 기성 세대는 조금 다른 듯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남았다. 유교 문화가 예전에 비해 조금 흐려진 듯하지만 자녀이기 때문에 부모를 돌본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의무감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이 가장 잘 드러난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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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매스 -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피터 버크 지음, 최이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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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폴리매스에게 불친절하다"라는 말이 있다. / p.20

사회복지라는 전공을 공부해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그 하나의 학문을 제대로 파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의 역사부터 현재 트랜드까지 모든 시간적 범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서 적용되는 학문적인 지식, 더 나아가 현재 직장으로 삼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까지 공간적인 범위도 넓다. 어디 그것뿐일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사람의 심리를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갈수록 공부하는 것이 늘어나는 듯하다.

그러면서 느끼는 점은 고대에 다양한 학문으로 이름을 떨친 위인들에 대한 존경이다. 미술학에 관심이 가지고 재능을 펼치던 분이 천문학과 수학에도 나오고, 언어학이나 다양한 학문의 개념을 정의하는 업적까지 등장한다. 다른 학문들 역시도 내가 배우고 공부하는 학문들처럼 시공간적인 범위가 참 넓을 텐데 하나가 아닌 여러 학문을 공부해 족적을 남길 수 있다니 대단할 뿐이다. 아마 내가 고대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 책은 피터 버크의 인문 교양 서적이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 폴리매스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여러 분야에서 유명한 위인들은 많이 알고 또 들었다. 그러다 보니 폴리매스 단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여러 학문을 공부하는 이들의 생각과 역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적다 보니 그게 그 말인 듯하지만 심적으로도 많은 동기 부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폴리매스라는 단어는 많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로만 본다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와 수학과 컴퓨터 공학에서 업적을 쌓은 세르게이 브린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학문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했다고 나온다. 즉, 다양한 학문적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프니츠 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제시하는 폴리매스의 유형과 폴리매스의 특징,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환경 등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의 호기심과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생각들, 남들보다 월등한 기억력과 집중력, 학습에 대한 이해도 등이 있었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활자로 보니 뭔가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아주 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배우는 즐거움에 대한 내용은 공감할 수 없었다.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부분은 책 중간마다 등장하는 레오나르도 증후군이라는 용어이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로도 큰 이름을 남긴 사람이었으며, 천문학과 철학에서도 꽤 알려진 사람이기도 하다. 폴리매스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는데 그의 명성과 다른 평가로서 부정적인 내용의 증후군이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런 의미로 레오나르도 증후군은 에너지가 너무 왕성하지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지구력이 부족해 미완으로만 남는다는 것을 뜻한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기는 했지만 다른 의미로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곳에서 존재하고 있는 인간의 한 생물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그리고 다른 학문들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에게는 생각할수록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들의 삶을 이해해 보면서 지금까지의 업적들이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이바지가 되었겠다는 느낌과 함께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다면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을 이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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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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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직한 믿음이 조용히 퍼져나가기를 희망한다. / p.29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에타'라는 단어를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 줄임말이기는 한 것 같은데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 심지어 자주 듣는 라디오에서도 사연에 종종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사연을 읽었던 라디오 DJ 역시도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공감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찾아 보니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사이트인가 싶었다. 그런데 에타라는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되게 부정적이었다. 캡처가 되어 여기저기 올라오는데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사실 흔히 말하는 꼰대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라떼를 마시고 싶었다.

이 책은 나임윤경 교수님을 비롯한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사회학 도서이다. 대학교 졸업한 지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이런 에브리타임이라는 커뮤니티가 없었기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특히,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하던 사람으로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점에서 나름 기대가 되는 지점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 회자가 되었던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건이다. 이후 에브리타임에는 이 사건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글들이 올라왔다. 말로는 지지한다고 표현하지만 청소 노동자를 하대하는 듯한 내용이었으며, 대부분은 조롱과 비난이었다. 그리고 나임윤경 교수님의 교양 수업이 화제가 된다. 한 학생이 교수님의 강의계획서를 올린 것이었고, 많은 매체의 기자들로부터 취재 요청이 왔다고 한다. 또한, 교수님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도 올라왔다.

교수님과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흔히 말하는 썰릴 수 있는 글들을 함께 올리기로 한다. 이 책은 그 썰리는 글들을 모아 엮었다. 청소 노동자들을 향한 혐오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 등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주의, 차별과 혐오 시선에 대해 반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시각을 깨우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내용이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번째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혐오 시선이었다. 가장 첫 부분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 어떻게 보면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그들은 비아냥대면서 자신들의 수업권을 논하고 있다. 수업권과 생존권 중 무엇이 더욱 무거운지 선택한다면 망설임도 없이 후자일 텐데 마음에 안 들면 일자리를 옮기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유독 답답했다. 과연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명문대학교의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내용에 실린 문장들이었다. '3루 출생을 3루타로 착각하는 이들'이라는 문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울 출생과 지방 출생에 대한 인프라 격차, 가정의 재정 수준에 따라 벌어지는 교육 등 누군가는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이들에게 과연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하할 수 있을까. 가장 잘 표현한 문구라는 점에서 마음에 와닿았다. 그밖에도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이 되었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로 편견을 바꿀 수 있었다.

사실 페미니즘 도서들을 종종 읽기는 하지만 페미니스트냐고 묻는다면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늦게 귀가하는 길에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고, 어느 부분에서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무의식적으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스스로 많이 부족한 점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학생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많은 생각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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