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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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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직한 믿음이 조용히 퍼져나가기를 희망한다. / p.29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에타'라는 단어를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 줄임말이기는 한 것 같은데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 심지어 자주 듣는 라디오에서도 사연에 종종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사연을 읽었던 라디오 DJ 역시도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공감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찾아 보니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사이트인가 싶었다. 그런데 에타라는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되게 부정적이었다. 캡처가 되어 여기저기 올라오는데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사실 흔히 말하는 꼰대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라떼를 마시고 싶었다.
이 책은 나임윤경 교수님을 비롯한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사회학 도서이다. 대학교 졸업한 지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이런 에브리타임이라는 커뮤니티가 없었기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특히,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하던 사람으로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점에서 나름 기대가 되는 지점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 회자가 되었던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건이다. 이후 에브리타임에는 이 사건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글들이 올라왔다. 말로는 지지한다고 표현하지만 청소 노동자를 하대하는 듯한 내용이었으며, 대부분은 조롱과 비난이었다. 그리고 나임윤경 교수님의 교양 수업이 화제가 된다. 한 학생이 교수님의 강의계획서를 올린 것이었고, 많은 매체의 기자들로부터 취재 요청이 왔다고 한다. 또한, 교수님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도 올라왔다.
교수님과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흔히 말하는 썰릴 수 있는 글들을 함께 올리기로 한다. 이 책은 그 썰리는 글들을 모아 엮었다. 청소 노동자들을 향한 혐오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 등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주의, 차별과 혐오 시선에 대해 반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시각을 깨우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내용이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번째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혐오 시선이었다. 가장 첫 부분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 어떻게 보면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그들은 비아냥대면서 자신들의 수업권을 논하고 있다. 수업권과 생존권 중 무엇이 더욱 무거운지 선택한다면 망설임도 없이 후자일 텐데 마음에 안 들면 일자리를 옮기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유독 답답했다. 과연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명문대학교의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내용에 실린 문장들이었다. '3루 출생을 3루타로 착각하는 이들'이라는 문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울 출생과 지방 출생에 대한 인프라 격차, 가정의 재정 수준에 따라 벌어지는 교육 등 누군가는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이들에게 과연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하할 수 있을까. 가장 잘 표현한 문구라는 점에서 마음에 와닿았다. 그밖에도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이 되었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로 편견을 바꿀 수 있었다.
사실 페미니즘 도서들을 종종 읽기는 하지만 페미니스트냐고 묻는다면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늦게 귀가하는 길에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고, 어느 부분에서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무의식적으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스스로 많이 부족한 점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학생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많은 생각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