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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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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저분한 집 꿈을 꾼다. / p.10
이 책은 린 틸먼의 에세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현실감이었다. 저자의 성별을 제목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경험할 일이기에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돌봄 노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 중 한 명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에게 어머니께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후 11년간 간병인, 언니 두 명과 함께 어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처음 만난 신경과 전문의는 어머니를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했다. 그러나 치매의 초기 증상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다른 내과 전문의를 소개받아 다시 어머니의 질병을 듣게 된다. 조금은 생소한 질병인 '정상뇌압수두증'이었다.
이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하지만 어머니의 증세는 나아지기는커녕 안 좋아진다. 가끔 정신을 잃으시다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는데 전체적인 에세이의 내용들은 돌봄 노동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어머니를 스쳐지나간 간병인들과의 일화 등을 다루고 있다.
질병의 이름과 내용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술술 읽혀지는 내용이었다. 특히, 어머니를 간병하는 딸로서의 양가감정이 큰 공감이 되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얇은 페이지 수의 책이다 보니 이틀 정도 퇴근 시간 이후에 두 시간씩만 투자하면 금방 완독이 가능할 정도의 분량이어서 좋았다. 머릿속으로는 돌봄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고, 감정적으로는 미래의 내 모습들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정상뇌압수두증이라는 질병명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극중 한 주인공의 어머니께서 집 비밀번호를 잊는다거나 아끼는 조카의 결혼식을 깜빡하는 등 증상을 보여 스스로 치매로 착각한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다른 주인공인 신경과 의사에게 수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다행이라고 우는 에피소드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나름의 해피엔딩이었겠지만 병명조차 생소한 가족들에게는 이것 또한 결말이 어떻게 와닿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간병인의 존재이다. 저자는 상주 간병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듯하다. 간병인이 이주하면서 조카를 소개시켜 주었는데 안 좋게 떠났다. 읽으면서 내내 의문이 드는 내용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간병인 사이의 관계는 좋은 듯했지만 주변 지인을 아무렇지 않게 집에 초대한다거나 물건이 사라진다거나 등 조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물론, 둘 사이의 소통이나 합이 맞는다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것만 빼면 과연 좋은 간병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동료분과 나누었던 대화가 있었다. 과연 부모님께서 아프시다면 간병할 것인지 아니면 요양원에 모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녀의 상황이 안 된다면 좋은 요양원에 모시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고 대답하자 MZ 세대와 기성 세대는 조금 다른 듯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남았다. 유교 문화가 예전에 비해 조금 흐려진 듯하지만 자녀이기 때문에 부모를 돌본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의무감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이 가장 잘 드러난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