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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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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 p.9
이 책은 박이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이나 단편 수상 공모전 작품집도 꽤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제는 믿고 보는 수상작 중 하나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유라는 인물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살아오기도 했다. 착실하게 공부했고 뉴욕에 유학을 떠나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뉴욕에서 끌로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지유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끌로이는 지유와 다르게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유의 뉴욕 생활은 잿빛 우울함에서 무지개빛 활력으로 바뀌었다. 끌로이를 룸메이트로 불러들이기까지 한다.
지유가 끌로이에게 사람으로서의 소유욕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 삐걱거리게 된다. 끌로이에게 지유는 유일한 친구이자 단 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끌로이는 친구들 사이에 따로 차등을 두지 않는 듯했다. 그저 친구일 뿐이었는데 지유는 끌로이에게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집착을 보인다. 결국 끌로이는 지유의 바뀐 행동에 지치게 되어 집을 나가기에 이른다. 이후 지유는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입국하게 되었고, 끌로이를 그리워한다.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반대 관계이다. 더 확실하게 이야기하자면 초반에는 지오디 노래인 '반대가 끌리는 이유'가 떠올랐다. 지유는 착실한 모범생 타입으로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학생 역할을 가진 인물로 보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애초부터 시도하지 않는 유형인 듯했는데 자유롭게 살아가는 끌로이에게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지유가 끌로이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화가 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두 번째는 과유불급이다. 아무래도 지유는 친구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한 듯했다.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에 빗대어 모든 인간 관계를 그렇게 유지하고자 하는 느낌이었다. 어머니에게 전부가 지유였기에 집착과 관심으로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지유 역시도 다른 누군가에게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하지 않았을까. 조금 뭔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들면서 역시 사람 사이에는 거리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 거리마저도 과하면 깨지기 마련이다.
아마 학창시절에 읽었더라면 조금 더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친구들이 마치 나의 소유인 것처럼 관심과 집착을 보였던 때가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 질투가 나기도 했었고, 답장이 느리면 속으로 앓았던 것 같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미련을 조금씩 버리고 쿨하게 지내왔는데 지유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런 시기를 많이 떠올리게 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