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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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자 눈이 내리듯 꽃잎이 흩날린다. / p.7

이 책은 하타노 토모미의 장편소설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선택한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끌렸는데 보통 줄거리를 대충 보기는 하지만 마침 가제본 서평단 이벤트가 있어 좋은 기회에 읽게 되었다.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나름 긍정적으로 와닿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가와구치 사쿠라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다. 한 마시지샵에서 근무하고 있는 마사지사이기도 하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손님들에게 호의를 받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삼십 대 초반의 마쓰바라 요시후미라는 이름의 한 예약 손님이 등장한다. 그는 편집자이며, 여러 사람보다는 혼자가 더 편한 사람인 듯하다. 마쓰바라와 가와구치는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한다.

이들에게 핑크빛 사랑이 펼쳐질 것만 같았는데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전개로 흘러간다. 마쓰바라가 가와구치에게 점점 대하는 태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참고 넘어갔지만 수위가 사쿠라는 마쓰바라에게 헤어지자고 선언한다. 이후 그는 도가 넘을 정도로 사쿠라에게 집착하는데 이는 직장은 물론, 일상생활도 하기 힘들 수준으로 스토킹한다.

처음에는 사쿠라와 마쓰바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별한다고 해도 뭔가 서로의 안타까운 상황으로 인한 결말인 줄 알았는데 점점 흐름을 탈수록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여서 당황스러웠다. 특히, 마쓰바라가 사쿠라에게 대하는 태도는 무섭도록 소름이 끼쳤고, 마치 사쿠라처럼 그 감정이 고스란히 와닿았다. 문자를 여러 건 보내고, 직장을 나가지 못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사쿠라가 느끼는 불안이 공감되었다.

개인적으로 스토킹에 대한 소설의 내용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미쓰바라의 행동을 두고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에 나쁜 의도의 행동이 아니라고 사쿠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부분, 미쓰바라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망설이는 부분,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분이 그렇다. 이 부분들은 뉴스를 통해 너무 익숙하게 들었던 사실이기에 더욱 답답해졌다.

낭만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느낌으로 와닿았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현실과 다르지 않기에 스토킹에 대한 경각심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내용이었으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스토킹에 대한 인식도 다르게 볼 필요성을 들게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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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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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우리만 이런 일을 당하는 걸까. / p.15

이 책은 구와가키 아유의 장편소설이다.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었다. 추리 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종종 읽기는 하지만 가장 큰 취향과는 조금 벗어나 있다. 그렇다 보니 생각보다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들이 취향에 너무 잘 맞았다. 덕분에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일본 작가의 작품들을 흥미롭게 발견했다. 이번 신작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오라는 인물이다. 한때 부모님과 유일한 동생 히나, 이렇게 네 식구가 꽤 단란한 시간을 보냈던 듯하다.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이 가족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찾아오면서 갑자기 뒤바뀐다. 아버지는 한 중학생으로부터 살인을 당했는데 이후 어머니는 실종 상태가 되었고, 동생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거기에 동생이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에 연루가 되면서 미오네 가족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다.

미오는 동생의 누명을 위해 둘러싼 소문을 파헤치기로 한다. 그때 자신을 비웃었던 친구의 남자 친구가 도움을 주겠다면서 그녀를 찾아온다. 저널리스트를 꿈꾸고 있다는 그와 함께 동생의 살인, 그리고 보험 살인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진실에 하나하나 다가간다. 그러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에 혼란스러운 심리를 묘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오의 흐름에 따라간다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사건이나 내용 자체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번역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없다.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조금씩 읽었는데 이틀 정도면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동생 히나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 상황들을 겪는 미오의 감정이나 심리가 더욱 크게 와닿아서 몰입해 읽었다. 추리 스릴러 장르 중에서도 심리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을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미오의 자존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이야기 안에서 미오는 얼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남들에게 하관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게 하나의 흠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표지의 외모가 곧 미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설에서 표현된 미오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예쁜 동생 히나와 반대로 치열이 고르지 못해 이성으로부터 사랑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안타까웠다.

또한, 마지막 결말 부분이 참 압권이었는데 초반에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등장하면서 미오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배로 느껴졌다. 사실 내내 읽으면서 동생을 죽인 범인의 정체를 나름 추측하면서 읽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크게 빗나갔다. 거기에 차마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죽음의 이유가 등장했기에 그 부분도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리 스릴러 장르에 크게 취미가 없었던 사람이어서 크게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으며, 추리 스릴러 장르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흥미를 붙여 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이 출판사의 작품들로 나름 하나하나 매력을 느껴가고 있는 중인데 거기에 이 작품을 하나 덧붙일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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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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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우리와 같은 족속이라는 것을. / p.6

이 책은 제인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우선, 1편의 스토리텔링이 너무 재미있었기에 2편도 흐름을 타서 곧바로 읽게 되었다. 어느 정도 2편의 시점을 알고 있었던 터라 더욱 기대가 되었던 것도 있다. 보통 이어서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1편과 흐름은 같다. 단지 화자가 다를 뿐이다. 1편은 효신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면 2편은 죽은 남편이었던 재우의 시선으로부터 시작해 말미에 다시 효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죽은 줄 알았던 재우가 효신에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의심하고 있는 재우는 효신의 뒤를 밟아 나간다.

같은 이야기임에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전반적으로 새로운 이야기처럼 읽혀졌다. 종종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룬 글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보다 이 책이 유독 크게 다가온 듯하다.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다는 게 흥미롭게 그려졌다고 느껴졌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배가 되기도 했는데 예상했던 결말과는 다르게 흘러가서 이 지점도 나름 흥미로웠다. 그 인물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측면에서 계속 집중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효신과 재우의 입장보다는 그 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기도 했었다.

결론적으로 가볍게 흥미 위주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과 스릴, 아슬아슬한 심리전까지 범죄나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일상을 잊고 이야기에 푹 빠져서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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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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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의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 p.6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자신이 죽인 남편을 말이다. 종종 괴담이나 떠도는 이야기,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일들이었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상이지만 뭔가 무섭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지 않을까. 귀신의 재림이나 남편의 복수 정도는 될 것 같다. 이렇게 허구의 상상이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하다.

이 책은 제인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영상으로 보고 귀로만 들었던 내용이기에 활자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작가님의 전작을 읽었을 때에도 꽤 흥미로웠는데 이번 작품도 나름 기대를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소설에는 효신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등장한다. 남편이 실종되었는데 그녀에게는 필주라는 내연남이 있다. 첫 시작은 남편의 사망 선고로부터 흘러간다. 실종된 지 5년이 지나 법적으로도 죽은 사람 처리가 된 것이다. 법적 아내인 효신에게는 남편의 보험금이 지급될 텐데 필주와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사망 선고 날에 경찰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전해져 온다. 남편인 재우가 살아 있다는 것. 얼굴은 아니었으나 지문이 일치한다는 말에 재우와 효신은 뜻하지 않는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초반에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어서 걱정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술술 읽혀졌는데 두 사람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게 읽혔다. 효신은 재우라는 남자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었다. 과연 재우는 어떻게 효신에게 나타난 것일까. 2편에 이르러서 재우의 시점으로 전개가 된다는데 벌써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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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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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진정 결핍되는 건 '새로움'일 테다. / p.12

요즈음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되는 주제 중 하나가 노년의 삶이지 않을까 싶다. 직장에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노화로 인한 신체적인 능력 쇠퇴로 장애 판정을 받으신 분들이 계신다. 특히,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분들은 젊은 층의 장애인보다는 어르신들이 대다수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노년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에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정경아 작가님의 에세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예전 시대의 노년이라면 정적으로 생활한다고 하면 최근에는 오히려 동적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자주 뵙게 되는 어르신들께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일자리사업을 하시는 분들이기에 조금이나마 노년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그분들의 입장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싶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이신 정경아 작가님께서는 예순여덟 세로, 삼십 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은퇴하시고 노년에 접어든 분이시다. 배우자분께서 거주하고 계시는 대구와 혼자 거주하고 계시는 서울을 이동하시기도 한다. 동네문화센터를 이용해 언어 공부를 하시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기도 하신다. K-그랜마로서 놀고 먹는 이야기들과 처음 맞이하게 된 노년에 대한 생각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에세이라는 특성처럼 술술 읽혀졌다. 술술 읽혀졌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참 인생을 즐기면서 사시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일화들이 하나하나 흥미로웠다. 사실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나이가 제한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나에게도 해당이 되는 일이지 않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했었다. 너무 재미있는 문체이다 보니 할머니로부터 현재 사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루테인을 삼키고>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이다. 책을 읽는데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으로 책을 읽는 것이 힘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서를 위해 눈에 좋은 루테인 영양제를 삼키면서 마무리가 되는데 읽으면서 최근에 있었던 일이 하나 떠올랐다. 어르신들로부터 명함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개인 명함이 워낙에 작은 글씨로 인쇄가 되어 있어 안 보일 것이라는 답변을 드린 적이 있다. 시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멀어지는 상상을 하고 보니 서글프다는 느낌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다. 이렇게 안 된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인생을 즐기기 위해 하나라도 더 해야 되지 않을까.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느낌이다. 더불어, 노년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늙고 사회에서 멀어진 사람들이라는 인식보다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노년의 편견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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