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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ㅣ 에디터스 컬렉션 16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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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무리가 여기저기에서 교회를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었다. / p.20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장편소설이다. 고전 작품 하면 자주 등장하는 '동물농장','1984'의 작가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읽지 못했다. 현대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소설들은 읽는 편이었지만 고전은 늘 장벽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인 시대상을 다룬 작품들은 유독 그 허들이 높게 느껴진다. 명작이라는 것을 알지만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알게 된 작품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작품은 스페인 내전이 이루어졌던 1935년도 전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취재를 위해 스페인으로 갔지만 의용군에 자원으로 입대한다. 그곳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들과 어린 소년병들, 여행을 목적으로 온 관광객들, 자신처럼 다른 국적의 사람이지만 장교로 전쟁을 치루는 이들을 만났다.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병사들의 태도와 행동, 라이플을 비롯한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 사용하기 힘들었던 무기들,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족해진 식량 자원 등 내전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다고 느낀 작품이었다. 우선, 고전 작품 자체를 많이 읽지 않는 편이기에 심리적인 벽이 높았다. 또한, 의용군,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 일반적으로 역사 시간에 배웠던 지식들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주인공이 몸 담고 있었던 POUM(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자당), UGT(일반노동자연합) 등의 단어들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부끄럽지만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었기에 더디게 책장을 넘겼다.
읽는 내내 지금까지 전쟁을 다룬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거리 사격밖에 되지 않는 아군과 적군의 무기 상태, 구령이나 지시를 알려 주는 장교, 조금 더 현실적으로 무기 다루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주인공의 요청을 피하는 상급관, 전쟁에 큰 관심이 없는 국민들까지 그동안 전쟁 장면에서의 긴박한 상황과는 별개로 주변 인물들이 참 평화롭게 보였다. 심지어 주인공은 꽤 오랜 시간을 전쟁터에 있었음에도 총도 제대로 쏠 기회가 없었다는 내용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보통 허구의 소설이든, 르포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든 전쟁이 주제가 되면 참혹함이 활자로 표현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총탄이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동료는 적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고, 주인공은 결국 의지했던 동료를 잃어 슬픔에 빠지는 장면과 전쟁 자체에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주인공의 변화 등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 작품은 편견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들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쥐와 배설물들이 가득한 마굿간에서의 취침, 제때 수급이 되지 않았던 빵과 식품들, 낡아 보온의 기능조차도 되지 않았던 군복 등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등의 이념 간 갈등은 그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권위를 가진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 부분이 가장 참혹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나누었던 이방인들과의 연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긍정적인 감정 또는 스페인 내전의 참혹함으로 인간적인 공감이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권력과 정치에 대한 반감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이 대단한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 대한 의문과 함께 자괴감이 느껴졌다. 이름 모를 씁쓸함이 주위를 맴돌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