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저 아저씨 왜 저렇게 어두워? / p.10
이 책은 이준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분위기 자체가 힐링 장르를 표현한 것처럼 보여서 선택한 책이다. 초면인 작가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검색해 보니 몇 년 전에 이미 접했던 작품이 있었다. 그때 그 작품을 애매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었는데 꽤나 시간이 지난 상황이어서 지금은 만족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신작을 읽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치유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호라는 인물이다. 유일하게 일요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딸을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별거 중인 상태여서 딸을 아내가 양육하는 중이다. 오래 전부터 소설가의 꿈을 꾸었지만 생각보다 큰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받았던 상마저 낙선했던 동료는 현재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자신은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여우별 분식집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신세다.
제호는 그렇게 특출난 것도, 가진 것도 없이 의욕마저 뺏긴 상태로 어영부영 분식집을 운영한다. 떡볶이 맛이 영 아니지만 항상 일정한 시간이 되면 찾아와 맛 평가를 하고 앉아 있는 고등학생을 보면서 말이다. 어느 날, 사장인 친구가 분식집 공간을 확장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겠다고 한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바지사장이기에 내색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는데 다짜고짜 찾아와 서빙부터 하는 세아라는 인물을 만난다. 소설의 내용은 세아와 제호의 좌충우돌 분식집 운영기를 다루고 있다.
단숨에 후루룩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이었다. 이것저것 현실과 맞물려 생각하는 것보다는 일상 자체를 내려놓고 읽는 편이 더 낫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완독했다. 완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반 정도인데 사실 이 정도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을 읽는 시간치고는 꽤 빠르게 마쳤다. 아마 그냥 힐링 소설이라는 전제 하에 많은 생각을 아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순수하게 활자를 읽고 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읽는 내내 전형적인 루트를 따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여운과 감동을 받았는데 제호라는 인물에게 공감이 되었다. 글쓰기 재능을 입상으로 인정받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려상'정도까지인 능력. 흔한 문장으로 바꾼다면 '어중간한 인물'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한데 어쩌면 제호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게 된 이유도 납득이 갔다. 한계에 자꾸 그렇게 부딪히다 보면 가지고 있는 능력 또한 작고 하찮게 보일 텐데 제호가 스스로를 그렇게 만든 듯했다. 마음이 짠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제호로부터 부러운 점이 있었는데 인복이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제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분식집 사장 친구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딸, 행동으로서 깨우침을 주는 아르바이트생 세아, 맛이 없다고 그렇게 뒷담화를 하지만 가게를 찾아 주는 고등학생 3인방까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주변에 그만큼의 인복을 누리기 힘든데 제호 역시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를 그곳에서나마 채워야 하지 않을까. 작품을 벗어나 현실의 독자가 부러워할 정도의 복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법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힐링 소설이기도 하고, 크게 기대를 한다거나 수확을 얻으려고 펼쳤던 작품은 아니었다. 거기에 전작이 잊혀질 정도로 큰 여운을 받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현실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에서부터 멀어져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