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생록
프리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1월
평점 :


아내는 그렇게 절규했다. / p.16
이 책은 프리키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정보를 찾지 않고 선택한 책이다. 사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외국 작가님의 미스터리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 소개를 읽으니 한국 작가님의 필명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별개로 구매했지만 아직 읽지 않은 장편소설 중 하나가 이 출판사의 일본 작품이어서 눈길이 갔던 것도 있었다. 취향에 맞다면 구매한 책도 읽을 계획이었다.
총 여섯 작품이 실려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누군가는 허무맹랑한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현재의 상황이나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작품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일상을 벗어나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페이지 수도 적당한 선에서 얇은 편이어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녀 사형 집행관>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도연이라는 이름의 중학생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갑자기 잃었고, 현재는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받고 있다. 한순간의 실수로 괴롭히던 학생을 죽이게 되었는데 촉법소년법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곳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만 14세가 지나는 일 년이라는 시간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벌을 받게 된다.
가장 고통스러운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촉법소년법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요즈음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점차 어려진다는 사실을 뉴스 보도로 자주 접하다 보니 이런 생각에 닿은 것인데 막상 이렇게 작품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하니 도연이에게 연민이 들었다. 처벌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도연의 가정사를 활자로 이미 이해하고 있기에 감정적으로 생각에 치우치지 않았을까.
흥미롭게 술술 읽혀졌다는 측면에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지만 지극히 사적인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전반적으로 폭력성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두에 언급했던 청소년 대상 사형 집행,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이웃에게 복수를 한다거나 청각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목숨을 거는 게임을 제안한다거나 하는 주제들이 그렇다. 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어떤 이들은 공감을, 또 어떤 이들은 카타스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타인이나 자신의 목숨을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연민이 들었을지언정 공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인물 어느 누구에게도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오히려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 저렇게 억한 심정을 가져서 뭐가 이득인 거지?' 라는 물음표가 들었는데 그 생각이 아주 오래간만에 맴돌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