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나르는 지하철 -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
조용문 지음, 이경숙 그림 / 리스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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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택배원의 초보 시절 최고의 선생님은 그 아이였다. / p.16

살고 있는 지역은 지하철보다 버스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도시이며, 직장을 이유로 평일에 거주하는 지역은 지하철조차도 없는 지방의 작은 농촌이다. 나름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지하철을 탄 것은 대략 손에 꼽을 정도이다. 본가에서의 지하철은 도심으로 갈 때 환승의 목적으로 잠깐 타고 내리고, 아주 가끔 서울에 업무로 출장 갔을 때 두세 번 탔던 기억이 있다. 그것마저도 코로나19 이후로는 서울 문턱을 밟지를 못했으니 지하철을 타지 않은 지도 한 삼 년은 족히 된 듯하다.

이 책은 조용문 선생님의 에세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출연하신 회차 전체를 보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일부만 보고 인지만 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찰나의 순간에도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블로그에 일기를 작성하신다는 점에서 나름 글쓰기에 동기부여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읽게 되었다.

저자는 공기업을 은퇴한 이후 지하철 택배 업무를 하고 계신다. 지하철은 경로 우대로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 일이었는데 하루에 2~3 건 정도의 택배를 맡아 배송한다. 아무래도 일정하지 않은,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고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십 년이 넘게 이 업무를 하셨으며, 베테랑 택배 기사님이시다. 에세이의 내용은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이야기,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하나하나 따뜻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끼는 뽀로로 인형을 선물해 주었던 꼬마, 손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방법을 몰라 저자의 도움을 받았던 할아버지, 커피 한 잔을 다 못 마셔서 나눠 마시는 게 습관이 된 부부에 이르기까지 읽으면서 울컥하는 순간을 참는 게 참 힘들었다. 내용 자체는 후루룩 읽혔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자꾸 브레이크를 걸어서 더디게 완독할 수 있었다.

사람들 사이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초보 시절 실수했던 경험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상호명을 헤매 학생에게 도움받았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배달 품목을 받는 사람에게 말했고, 급하게 하차하느라 택배를 분실할 뻔했던 경험을 겪었다. 어떻게 보면 크고 작은 실수담이었지만 회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해결하시는 모습들이 직장인으로서 많은 귀감이 되었다. 더불어, 그러한 실수들에도 손길을 내밀었던 손님들의 태도는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찾아 주었던 학생의 엄지 척은 더욱 감명 있게 다가왔다.

사실 지하철 택배라는 직업조차도 생소했는데 저자이신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대를 살아가다 보니 사람들과 부딪히지만 그들이 가진 온기를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도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남보다는 스스로를 먼저 챙길 때가 많은데 모처럼 활자로나마 여전히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셔서 이렇게 리뷰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음의 체온이 잔뜩 올라간 기분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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