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처럼 읽는 법
에린 M. 푸시먼 지음, 김경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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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분명 작가이면서 독자일 것이다. / p.6

평소 독서 스타일을 돌이켜 보면 속독에 가까운 편이다. 일 년에 사백 권에서 오백 권 이상 읽으시는 애독가분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겠지만 보통 이백 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소설 책 평균 세 시간, 에세이 제외 비소설은 네 시간 정도면 대부분 완독한다. SF나 추리 장르의 소설 또는 철학이나 과학 부류의 비문학은 생각을 많이 해야 되는 작품들은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서평을 적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장 크게 고민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독서 스타일과 관련된 부분이다. 수능 공부를 하듯 책을 읽는다는 점이다. 마치 영어나 국어 지문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수험생처럼 책이 말하는 중요한 부분만 인식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세세하게 기억이 안 나는 편이다. 전체 맥락을 친구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지만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이 이야기가 어디에서 등장하는 거지? 나만 몰랐네?'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 책은 에린 M.푸시먼의 독서에 관한 도서이다. 이러한 고민의 끝에 선택하게 된 도서이다. 아무래도 작가님들께서는 읽고 쓰는 것이 곧 직업이신 분들이기 때문에 일반 취미나 특기로 독서를 즐기는 평범한 독자들과는 조금 다르게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깊이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애독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름 큰 기대를 하고 선택해 읽게 되었다.

총 여덟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장르, 서사, 구조, 인물, 시점, 설정, 장면, 언어라는 챕터로 구성되었다. 읽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라는 예상을 가지고 선택한 책이지만 읽다 보니 작가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작법서의 기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의 세계관이나 책을 짓는 사람들이라면 위에 언급한 여덟 가지 구성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각각의 요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지 설명해 준다.

읽으면서 참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읽으면서 장르나 인물의 심리 묘사 정도만 생각했을 뿐 구조나 언어 등에 대해 깊이 고려했었던 적이 없었다. 그꽉 채운 스토리가 잘 쓴 작품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이 책에서는 여백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든지, 너무 부담 가지지 않고 술술 읽는 것도 하나의 독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데 마치 공부하듯이 필기구를 들고 읽는다든지 지금까지 했던 독서법과는 많이 달랐다. 만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독서를 해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림과 도표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서술된 책이지만 독서법이라는 점에서 마치 하나의 분야를 공부하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던 책이다. 거기에 방법도 현실적이고, 직접 실습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완독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고두고 보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읽는다면 앞으로 경험할 독서 생활이 더욱 풍부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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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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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우리에게 추리소설을 쓰고 읽고 그 속에서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p.13

추리 장르는 현실에서의 도피로 선택하는 편이다. 직장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지만 그동안 즐겨 읽었던 장르로는 집중이 되지 않을 때, 흔히 말하는 책태기 시절을 벗어나고 싶을 때 고르는 장르가 바로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문학 작품들이었다. 한동안 그 장르에 빠져 주구장창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전부 지금 힘든 상황에서 나와 책의 세계에 푹 빠져서 살고 있을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추리는 오락으로 굳혀진 듯하다. 독서 생활을 꽤 오래 하고 있지만 여전히 추리 수준은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생각하기 싫어서 활자로 밝혀진 결과 그대로 믿게 되는 것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탓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추리소설은 나에게 평소에 거리를 두지만 종종 떠오르게 하는 매운 떡볶이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백휴 작가님의 철학 도서이다. 추리와 철학은 적어도 비슷한 결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다. 잘 모르지만 한동안 빠져서 살게 된다는 점. 차이점은 철학이라는 문학은 지속적으로 자주 골라서 읽는다는 점이고, 추리는 몰입이 되는 시즌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어울리는 결합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추리와 철학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될까. 큰 기대가 됐다.

책에서는 중간에 추리소설 자체와 철학을 묶는다든지, 추리소설로 철학을 하는 이유가 하나의 챕터로 묶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추리소설로 이름을 날린 작가의 작품과 철학자 한 명을 묶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추리소설 작가의 이름보다 철학자의 이름이 더욱 익숙했는데 이 역시도 추리보다는 철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철학 도서를 읽는 독자로서 술술 읽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어려워서 당황스러웠다. 추리소설은 어디까지나 기분 전환을 위해 가볍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초자아, 변증법, 형이상학적 등 문학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머릿속이 정지됨을 느꼈다. '아니, 이 작품에서 이렇게 철학이 등장한다고?'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지식이 부족했다.

추리가 등장하게 된 이유 역시도 읽게 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지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서구 사회의 몰락이 될 시기에 탄생한 장르라고 하는데 현재의 삶에 위기가 처하면 추리소설에 자연스럽게 손을 뻗게 되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추리소설이 하나의 오락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내용은 나도 모르게 반성하게 되었다.

한 번의 완독으로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심지어 책에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나 작가의 작품은 손에 꼽는다는 점에서 세계관을 알고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더욱 더 풍부한 독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려웠지만 손을 멈출 수 없는 추리소설과 같은 매력을 지닌 책이어서 나중에 다시 손을 뻗게 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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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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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우리의 삶이 단순하게 그려져서는 안 된다. / p.8

이 책은 에리카 산체스의 에세이다. 이민자의 삶이 드러난 소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 작가의 첫 소설이었던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라는 작품을 읽으려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당시 출간되었을 때에는 서평 이벤트에 참여할 정도로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책을 구매한 지금까지도 아직 읽지 못했다.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은 없지만 나름 눈에 익은 이름 중 하나여서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질병, 성관계에 대한 생각들, 가정사, 한 번의 결혼과 이혼, 그동안 만났던 이성과의 관계 등 어떻게 보면 치부라고 불릴 수 있는 이야기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러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진솔한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삶 그 자체가 그대로 녹아 있는 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서 술술 읽히기는 했는데 큰 장벽들이 종종 보여서 책이 더디게 읽혀졌다. 심지어 페이지 수가 보통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빠르게 완독하는 편인데 평균 읽었던 속도보다는 늦게 읽게 된 듯하다. 그래도 드러난 내용 자체가 흥미로워서 내내 책장을 붙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장벽이 크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성에 대한 관념이 대한민국 문화와 다르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낀 탓이다. 처음 딱 열자마자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여성의 생식기 질환 투병기에 대한 내용이었고, 전 이성 친구들과 나누었던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름 그동안 문학 작품들을 읽으면서 다져진 내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문화적 차이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반면,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멕시코계 이민자인데 외모에 대한 지적부터 본토 발음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기까지 미국 사회에서 무례한 언행으로 많은 상처를 받아온 듯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징은 백인을 유쾌하게 깐다는 점이다. 마치 백인이 다른 유색 인종을 조롱하듯 말이다. 사실 차별을 받는다고 해서 상대를 똑같이 한다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멕시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풍자를 곁들여 이들을 비판한다. 이 지점이 너무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적힌 책이 있었나 싶었다. 작가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었지만 가까이에서 접하니 비극처럼 보였다. 물론, 한낱 독자인 내가 그녀의 인생을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묘하게 마음이 아파왔다. 작가의 모든 이야기들이 공감이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디에 속하지 못했던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앞으로 많은 응원을 보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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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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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 남신을 '고개 숙인 남자'로 포현했을까요? / p.13

이 책은 강영운 선생님의 문화 서적이다. 분야에 따라 읽는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자주 안 읽는 역사 서적보다 더 접하기 힘든 분야가 문화이다. 관심 있는 야구 데이터 책은 종종 읽지만 그 이외에 미술이나 스포츠 등의 문화를 다룬 책들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조예라고 할 것도 없이 지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늘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하게 시선이 가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역사 안에서 다루었던 성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계사에서 드러난 성 역할이나 문화들을 마치 수업 시간에 설명하듯 소개해 주는 책이다. 사실 역사와 문화의 조합이라는 점 자체가 하나의 큰 장벽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읽고 보니 참 흥미로웠다. 유명한 IT 기업의 로고와 관련된 '앨런 튜링'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다시 읽고 보니 새삼스럽게 떠오르기도 했다.

그림과 문체가 술술 읽혀졌다. 특히, 구어체로 서술이 되어 있다 보니 마치 전시관이나 박물관의 옆자리에서 해설사 선생님께 직접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받을 정도인데 잘 몰랐던 부분도 이해하기 쉽게 적힌 책이어서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책보다 큰 판본을 가지고 있는데 금방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첫 파트부터 인상적으로 남았다. 미술에는 큰 조예가 없지만 역사나 미술 관련 과목을 들을 때마다 혹은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등장하는 동상이 사진으로 펼쳐져서 익숙했는데 그동안 그 동상의 사진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을 속시원하게 풀어 주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다.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참 애매하고, 그렇다고 검색하기에도 민망하다 보니 속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바로 그리스 동상에서 보이는 성기의 크기이다. 남성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글들 역시도 '크기가 크면 좋다더라.'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고대 그리스의 동상들은 작게 표현했을까. 성기가 욕망의 지표이며, 욕망보다 교양을 더 높게 보고 있었기에 드러난 사회상이라는 것이다. 그 흐름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표현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과 달라서 많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성이라는 주제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편임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유교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성 자체가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처럼 다 풀고 통쾌하게 접할 수 있는 상식들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종종 관심이 가는 주제나 흥미로운 내용은 다시 재독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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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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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운명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 p.9

운명이라는 게 참 묘하다. 내가 겪을 사건에 대한 운명을 믿는 편이지만 사람 관계 사이의 운명은 믿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우리가 친구로 만날 운명이었어.','우리는 운명인가 보다.'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작 내 자신은 그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서운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어느 누가 있든 어차피 만날 것이며, 이렇게 옆에 붙어 있는 이유는 서로 잘 통하기 때문이다. 사람 관계는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요시쓰키 세이의 장편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발간된 작품 중에서 영미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이상하게 일본 작품들이 더욱 큰 만족감을 주었다.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들로 공포 장르의 소설에 매력을 느꼈고, 요시다 에리카의 작품이 딱 취향에 맞았다. 그래서 이번 신작 역시도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했다. 거기에 로맨스 장르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쓰야 구온으로, 등교하는 길에 우주와 양자역학 도서를 읽는 것이 즐거움이며, 운명을 믿지 않는 학생이다.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동급생들과 그렇게까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스타일로 보인다. 그런 미쓰야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다가온 간다 이노리를 만난다. 말도 붙이지 않았던 이노리는 미쓰야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밝히며 쫓아다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강제로 연애하게 되었고, 미쓰야는 이노리, 한 학년 선배 다쓰미와 조금 껄렁하게 보이는 동급생 아마미야와 우주 동아리에 속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미쓰야는 변화된다.

짧은 페이지 수인데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로맨스 작품은 다른 장르 소설과 다르게 빠르게 이해해 읽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은 조금 달랐다. 주제부터 전혀 관심이 없는 양자역학을 포함한 물리, 지구과학에 대한 지식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이해하지 않아도 전체 스토리를 읽는 것에 큰 문제가 없기는 했지만 등장 인물의 관계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과학 상식들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개인적으로 미쓰야의 감정에 크게 공감되었다. 미쓰야는 부모를 읽고 혼자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어쩌면 동급생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가족들이 미쓰야를 떠나면서부터 자신의 편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핏줄이 아닌 타인은 더욱 믿을 수 없지 않았을까. 우주와 양자역학이라는 세계에 몰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되었다.

누가 보면 무례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이노리에게 빠르게 빠지는 게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미쓰야의 심정에 이입되었다. 그들과 교류하면서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모습들이 너무 흐뭇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드러난 사건과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당황스러웠다. 결말 역시도 지극히 사적인 기준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용과 구성을 떠나 이 지점들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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