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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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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우리에게 추리소설을 쓰고 읽고 그 속에서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p.13
추리 장르는 현실에서의 도피로 선택하는 편이다. 직장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지만 그동안 즐겨 읽었던 장르로는 집중이 되지 않을 때, 흔히 말하는 책태기 시절을 벗어나고 싶을 때 고르는 장르가 바로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문학 작품들이었다. 한동안 그 장르에 빠져 주구장창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전부 지금 힘든 상황에서 나와 책의 세계에 푹 빠져서 살고 있을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추리는 오락으로 굳혀진 듯하다. 독서 생활을 꽤 오래 하고 있지만 여전히 추리 수준은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생각하기 싫어서 활자로 밝혀진 결과 그대로 믿게 되는 것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탓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추리소설은 나에게 평소에 거리를 두지만 종종 떠오르게 하는 매운 떡볶이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백휴 작가님의 철학 도서이다. 추리와 철학은 적어도 비슷한 결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다. 잘 모르지만 한동안 빠져서 살게 된다는 점. 차이점은 철학이라는 문학은 지속적으로 자주 골라서 읽는다는 점이고, 추리는 몰입이 되는 시즌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어울리는 결합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추리와 철학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될까. 큰 기대가 됐다.
책에서는 중간에 추리소설 자체와 철학을 묶는다든지, 추리소설로 철학을 하는 이유가 하나의 챕터로 묶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추리소설로 이름을 날린 작가의 작품과 철학자 한 명을 묶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추리소설 작가의 이름보다 철학자의 이름이 더욱 익숙했는데 이 역시도 추리보다는 철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철학 도서를 읽는 독자로서 술술 읽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어려워서 당황스러웠다. 추리소설은 어디까지나 기분 전환을 위해 가볍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초자아, 변증법, 형이상학적 등 문학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머릿속이 정지됨을 느꼈다. '아니, 이 작품에서 이렇게 철학이 등장한다고?'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지식이 부족했다.
추리가 등장하게 된 이유 역시도 읽게 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지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서구 사회의 몰락이 될 시기에 탄생한 장르라고 하는데 현재의 삶에 위기가 처하면 추리소설에 자연스럽게 손을 뻗게 되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추리소설이 하나의 오락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내용은 나도 모르게 반성하게 되었다.
한 번의 완독으로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심지어 책에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나 작가의 작품은 손에 꼽는다는 점에서 세계관을 알고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더욱 더 풍부한 독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려웠지만 손을 멈출 수 없는 추리소설과 같은 매력을 지닌 책이어서 나중에 다시 손을 뻗게 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