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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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권리 구조는 복잡하다. / p.18

이 책은 아단 미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주제로만 본다면 조금 취향과 거리가 멀었는데 번역가님을 보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동안 흥미롭게 읽었던 일본 작품들에서 자주 보이는 번역가님들이 계시는데 그 중 한 분이었다. 최근에만 보더라도 법정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과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 등 생각보다 많이 읽었고, 그만큼 만족도가 놉았다. 이번 작품도 그런 의미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치바나라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에는 첼로를 배웠지만 현재는 일본 저작권 연맹 소속의 직장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첼로를 멀리하는 듯하는 느낌도 주었는데 그런 그가 상사의 비밀 명령으로 다시 첼로를 연주하게 될 순간이 찾아온다. 다치바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미카사 음악 교실에 수강생인 것처럼 잠입해 불법 정황을 찾아 보고하라는 점이었다. 그는 미카사에서 첼로를 연주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일본 소설을 자주 읽는 독자이기 때문에 술술 읽혀졌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관심과 지식 자체가 없어서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 더디게 읽혀진 감이 있었다. 첼로의 연주법이나 음악 용어, 저작권 관련 단어들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왔던 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자체는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다치바나의 성장 측면에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다. 불면증을 가지고 있던 다치바나가 자발적인 이유가 아닌 업무로 첼로를 가까이 두게 되면서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상사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은근히 거리를 두는 듯했는데 미카사 음악 교실을 다니면서부터 낯선 사람들과 합주를 준비한다거나 어울리는 등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지점이 강하게 와닿았다.

거기에 가르쳐 주었던 스승에게 본의 아니게 자신의 업무를 언급하면서 틀어지는 부분이 후반부에 등장하는데 마음 아파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더욱 공감되었다. 그동안 다치바나에게 미카사 음악 교실이, 그리고 자신과 함께 첼로를 함께 나누던 시간들이 그냥 업무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다는 게 활자를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치바나에게 단순한 존재는 아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스파이로 들어갔다가 오히려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거나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성장하는 스토리는 종종 읽었던 적이 있다.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이성 간의 사랑이라는 소재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는 점에서 조금 거리감이 있었다. 반면, 이 작품은 마무리까지 다치바나라는 인물 자체의 성장으로 쭉 스토리를 끌고 간 부분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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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없는 사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백수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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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틀림없이 앙드레가 훗날 책 속에 인생이 적힐 비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 중 한 명일 거라고 은밀히 생각했다. / p.23

인간 관계에 관심도, 유대 관계에 대한 집착도 없는 편이어서 뭐든 혼자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런 생각들이 아마 이십 대 후반까지도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 들어 조금 가치관들이 변하고 있다. 막상 그렇게 외롭다는 느낌보다는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그러면서 과거에 내가 모르는 '둘도 없는 사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억도 떠올리게 된다.

남들에게 언급하면 조금 긴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같은 학교를 꽤 오랫동안 같이 다녔던 한 살 아래 자매가 성장기의 '둘도 없는 사이'가 아닐까 싶다. 친구도 24시간 내내 붙어 있을 일이 없을 텐데 자는 공간마저도 같으니 그야말로 척하면 척, 모르는 게 없는 그런 사이로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그리고 조금 떨어지게 고등학교 2년을 보냈다. 이후 각자의 살 길을 찾아 떠나면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가장 그 한 문장에 부합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은 시몬 드 보부아르라는 프랑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독서모임 선정 도서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어서 대충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와 파격적인 계약 연애를 했다는 일화는 너무 유명하다 보니 아직도 뇌리에 남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 두 사람 사이의 쿨하고도 매력적인 연애 이야기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소설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관심이 생겨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시몬 드 보부아르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보다는 올해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의 작가님의 번역이라는 점이 더욱 기대가 되었던 지점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실비라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발령으로 이사를 오게 된 실비는 그곳에서 앙드레라는 이름의 또래 친구를 만난다. 실비와 달리 앙드레는 남들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편이었는데 실비와 앙드레는 금방 친해졌다. 앙드레의 집안 분위기는 보수적인 것을 넘어선 통제적이어서 실비는 이러한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앙드레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필사적인 반대에 떠나보냈으며, 여성으로서 요구되어지는 사회적 규범에 맞춰 살아갔다.

어렸을 때에는 당차게 지내왔던 앙드레는 점점 가족과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으로 자신을 억제했고, 실비는 이를 벗어나 조금이나마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했다. 이 지점에서 실비와 앙드레는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관계이자 우정 그 이상의 인간적인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우정을 깊어나간다. 결론적으로 앙드레는 알 수 없는 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하는 가치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이 존재했던 그 시절만큼 종교적인 의미로 억압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뭘 이렇게까지 여성을 간섭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뒤따랐다. 아마 이는 평생 가도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기는 했지만 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해서 짧은 페이지 수이지만 완독이 오래 걸렸다.

앙드레를 죽음에 이르게 한 병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실비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억압이 만들어낸 마음의 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앙드레는 정숙함을 요구하는 여성의 가치관으로 통제되어 온 사람이었는데 그 결과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많은 아픔을 느꼈다는 점에서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게 죄가 아니라는 어느 드라마의 명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지점이 가장 답답했다.

두 사람의 운명과 우정의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과연 살아가면서 이렇게 무언가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앙드레와 실비의 이야기를 통해 통제보다는 자유에 대한 깊은 고민들이 더욱 강하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어려웠지만 그만큼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읽는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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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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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15년이 흘렀다. / p.32

이 책은 미나토 가나에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은 영화로도 나왔던 '고백'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예전에 읽었던 작품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님을 알게 된 게 그 작품 때문이었다. 다소 충격적이고도 파격적인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이다. 결말은 아직까지도 뇌리에 꽂힐 정도이다.

그러다 작년에 새로운 작품을 읽었다. 딸의 죽음을 둘러싼 어머니의 항변과 모녀 사이에 일을 다루었던 스토리인데 뭔가 묘하면서도 역시나 작품은 흥미진진했다. 아무래도 딸의 입장으로서 본다면 언급했던 고백보다는 더욱 인상 깊게, 그리고 공감할 수 있게 남은 작품이었는데 그 이후로 작가님의 작품은 믿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신작 소식을 접했다.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화 감독인 가오리와 한 작가의 보조로 일하고 있는 치히로이다. 가오리는 치히로에게 영화 작업을 함께 만들자고 의뢰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오리와 치히로의 접점은 동향 출신이라는 점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오리가 제안했던 작품의 주제는 15년 전에 그들의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가오리는 자신의 동네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자세하게 알고 싶어 했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은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과 동시에 가오리가 가지고 있는 아픈 가족사와도 연결되어 진행된다.

장르 소설이라는 점에서 술술 읽혀졌다. 문체부터 이야기까지 거슬리는 지점이 없었다. 그동안 살인 사건을 주제로 했던 작품들을 읽었지만 이 작품에 몰입이 되면서 두 시간 반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45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어서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걱정이 들었는데 그것조차도 사치일 정도로 흥미로웠다. 페이지 터너라는 말이 나름 공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살인 사건을 쫓아가는 과정, 사건의 진실보다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상황들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가오리는 아버지를 자살로, 치히로는 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항상 익숙하게, 그리고 옆에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랑하는 이와 예상하지 못한 이별을 겪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갑자기 가족을 잃었던 이들의 마음이 구구절절 와닿았다. 특히, 지극히 사적인 가정사로 이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내내 울먹거리면서 하나하나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모성애와 삐뚤어진 애정 등 그동안 미나토 가나에 작가의 작품에서 봐왔던 스토리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남아 있는 가족들의 찢어지는 아픔들이 와닿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따스함까지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전작부터 늘 느꼈지만 스토리가 가진 힘이 크다는 점에서 다음에 언젠가 만나게 될 작가의 작품 역시도 기대감이 커질 듯하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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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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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한 자들이 자신의 죽음을 찾아가는 스토리라는 점이 되게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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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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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 p.5

이 책은 구시키 리우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가족의 일로 매일 긴장감으로 하루를 보내다 보니 한동안 책을 손에 쥘 수 없었다. 스스로 견디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아 최근에 다시 의식적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데 어려운 책들보다는 흥미 위주로 하나씩 다시 습관을 잡아가고 싶어 선택한 책이다. 이런 생각 정리에는 역시 일본 작가의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이 가장 잘 맞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겐이라는 이름의 사형수가 암으로 죽게 되면서부터 현재 시점으로 시작된다. 겐은 30년 전 아동 납치 살인 사건으로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이요와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때 당시 경찰로 근무했던 세이지는 이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재수사할 수 없었고, 현재는 경찰 은퇴를 한 상태이다. 겐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손자와 손자 친구까지 함께 이 사건을 다시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처럼 술술 읽혔던 작품이었다.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는 기본적으로 흡입력이 좋아야 된다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렇다. 400 페이지가 넘는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꽤 두껍다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사실 일본 소설 특징 중 하나인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점이 걱정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비교적 일치하는 편이어서 수월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진범의 정체이다. 세이지를 비롯한 사건을 쫓는 이들의 이야기와 진범이 아이들을 납치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이 번갈아 서술되어 있는데 읽는 내내 진범이 신경 쓰였다. 장르 소설에서는 너무 뻔한 긴장감인 걸 알면서도 유독 이 작품이 주는 압박감이 심했다. 마치 안개처럼 느껴진 듯했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 진범이라는 생각으로 의심하면서 읽었다. 후반부에 이르러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진범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었다.

두 번째는 영웅화이다. 결말까지 읽고 난 이후의 감정은 그저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 소름의 원인이 진범의 정체도 아니고, 사건을 쫓는 이들의 끈기도 아닌 영웅화에 있었다. 읽으면서 세이지가 믿는 정의와 억울한 누명을 쓴 겐과 이요에 대한 연민이 들었는데 에필로그에서 드러난 감정은 씁쓸함이었다. 분명 세이지가 헀던 행동들은 옳고 또 필요한 일이었는데 그것이 또 다른 악의 씨앗이 된다는 점을 느끼면서 과연 이러한 선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회적인 맥락에서 그동안 매체로 보았던 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흥미 위주로 선택한 책이었기에 그 지점은 충분히 충족되었다. 거기에 지극히 사적인 취향인 사회파 미스터리까지 같이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사실 작가의 의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인데 읽으면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마저 주었다. 깊이 생각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는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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