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평점 :

그리고 또 15년이 흘렀다. / p.32
이 책은 미나토 가나에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은 영화로도 나왔던 '고백'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예전에 읽었던 작품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님을 알게 된 게 그 작품 때문이었다. 다소 충격적이고도 파격적인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이다. 결말은 아직까지도 뇌리에 꽂힐 정도이다.
그러다 작년에 새로운 작품을 읽었다. 딸의 죽음을 둘러싼 어머니의 항변과 모녀 사이에 일을 다루었던 스토리인데 뭔가 묘하면서도 역시나 작품은 흥미진진했다. 아무래도 딸의 입장으로서 본다면 언급했던 고백보다는 더욱 인상 깊게, 그리고 공감할 수 있게 남은 작품이었는데 그 이후로 작가님의 작품은 믿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신작 소식을 접했다.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화 감독인 가오리와 한 작가의 보조로 일하고 있는 치히로이다. 가오리는 치히로에게 영화 작업을 함께 만들자고 의뢰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오리와 치히로의 접점은 동향 출신이라는 점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오리가 제안했던 작품의 주제는 15년 전에 그들의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가오리는 자신의 동네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자세하게 알고 싶어 했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은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과 동시에 가오리가 가지고 있는 아픈 가족사와도 연결되어 진행된다.
장르 소설이라는 점에서 술술 읽혀졌다. 문체부터 이야기까지 거슬리는 지점이 없었다. 그동안 살인 사건을 주제로 했던 작품들을 읽었지만 이 작품에 몰입이 되면서 두 시간 반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45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어서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걱정이 들었는데 그것조차도 사치일 정도로 흥미로웠다. 페이지 터너라는 말이 나름 공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살인 사건을 쫓아가는 과정, 사건의 진실보다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상황들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가오리는 아버지를 자살로, 치히로는 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항상 익숙하게, 그리고 옆에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랑하는 이와 예상하지 못한 이별을 겪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갑자기 가족을 잃었던 이들의 마음이 구구절절 와닿았다. 특히, 지극히 사적인 가정사로 이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내내 울먹거리면서 하나하나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모성애와 삐뚤어진 애정 등 그동안 미나토 가나에 작가의 작품에서 봐왔던 스토리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남아 있는 가족들의 찢어지는 아픔들이 와닿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따스함까지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전작부터 늘 느꼈지만 스토리가 가진 힘이 크다는 점에서 다음에 언젠가 만나게 될 작가의 작품 역시도 기대감이 커질 듯하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