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민박집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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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요괴, 바깥세상과 안쪽 세계를 이어주는 이상한 민박집이다. / p.11

이 책은 가이토 구로스케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요괴 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요괴가 등장하는 내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고, 판타지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보니 자주 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즈음 힘든 일들이 생기면서 정신적으로 버거운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끌렸다. 다른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슈라는 학생이다.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민박집에 오게 되었다. 사실 슈에게는 눈에 관련된 비밀이 하나 있다. 늘 선글라스를 끼면서 눈을 숨기려고 했었지만 그 덕에 오히려 사람들 눈에 띄게 되고 의기소침한 상태로 살아왔다. 우연히 할머니 민박집의 공간에 발을 들이게 되고, 기묘한 민박집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요괴와 함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금방 술술 읽혀졌다. 설정 자체가 요즈음 인기 있는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고, 짧은 흐름으로 읽을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나눠서 읽었다. 끊어서 읽더라도 기본적인 주인공이 정해져 있어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읽으면서 이야기에 푹 빠졌다. 전반적으로 완독은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읽기에 딱 좋았다.

개인적으로 슈가 성장하는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별한 눈을 타고난 슈는 적어도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위축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눈이 그렇게 된 원인조차도 몰랐다는 측면에서 더욱 움츠러드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아닌 요괴들이 슈를 지켜 주고, 그들과 힘을 모아 무언가를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슈가 그렇게 성장해 든든한 빽들이 생기는 게 너무 뿌듯했다.

힘든 일상에서 지쳐 살아가다 보니 이런 현실 가능성 없는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잠시 벗어나 많은 재미와 기쁨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점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이야기이다. 혹시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가볍게 이 작품을 읽는다면 재미와 함께 또 다른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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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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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일 듯해 벌써부터 기대감이 큽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손에서 어떻게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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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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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혼란스러움이 걸작의 손에서 어떻게 스토리로 이어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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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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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아기의 생명을 구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 p.7

요즈음 집에 환자가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대학 병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편이다. 병원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새삼스럽게 아픈 사람들을 많이 목격한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까지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마음이 아리는 모습 중 하나인데 인간 자체가 왜 이렇게 아프게 태어난 존재인지 신이나 다른 조물주에 원망스러움도 섞인다.

이 책은 스텔라 황이라는 미국 의사의 에세이다. 아무래도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환자를 간병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평소 소설이나 직업에 대한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이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픈 사람의 이야기,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일상 등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읽을 거리를 찾던 중 발견했다. 나름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는 아버지의 암 투병 이후 호스피스 병원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가 되었다. 아직 어린 아들이 저자의 직업을 인지하는 내용으로부터 시작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이유, 생과 사가 넘나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의사로서 느끼는 감정들, 더 나아가 미국의 의료 환경 등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세이여서 술술 읽혀졌다. 기대를 가진 만큼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아무래도 의사라는 전문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할까, 또는 미국 의료 시스템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측면에서 의료 문화나 개념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하는 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걱정은 쓸데없었다. 상황을 설명하는 문체가 아닌 의사로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되게 편안하게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의 암 투병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처음 듣는다. 임종 면회에서 아버지께 '사랑한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막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무뚝뚝한 K-장녀였던 저자가 미국에서 동료 의사의 한마디를 들으면서 놀랐다는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감정이 교차했다. 하나는 저자의 모습에서 보였던 동질감, 또 하나의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불과 며칠 전, 가족의 면회에서 하고 싶은 말을 건넸던 동생과 달리 그저 모습을 눈에 담기만 했던 자신이 다시 떠올랐다.

두 번째는 미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다. 아무래도 전공 자체가 사회복지여서 대학교 시절부터 미국의 건강보험을 자주 듣고 또 배웠다. 특히, '식코'라는 미국의 다큐멘터리는 매년마다 보게 될 정도로 익숙했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만큼 건강보험 시스템이 복지적 측면에서는 약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건강보험 이야기는 생각을 깨기에 충분했다. 공공 의료보험으로 억 단위의 치료비가 나왔지만 환자 가족들은 부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알고 있었던 게 무너진 느낌이다. 이 또한 이야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완전히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새로운 내용이어서 흥미로웠다.


생과 사가 오가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누구보다 나의 자녀처럼 사명감을 가진 저자의 태도에 많은 교훈을 얻었다. 나 또한 직업인으로서 매일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읽는 내내 병상에 누워 있는 가족, 얼굴도 모르지만 중환자실에서 가족과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 세상을 떠난 십 대의 어린 친구 생각이 사무치게 들었던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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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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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AI의 아버지 죽다 / p.14

이 책은 이정명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15년 정도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당시 문근영 배우님과 박신양 배우님의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바람의 화원>이라는 작품을 책으로 먼저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많이 잊혀졌지만 신윤복과 김홍도라는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스토리가 인상 깊게 남았다. 지금도 그 작품의 표지가 참 인상 깊게 남았다.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뭔가 익숙한 이름의 작가님 작품을 만났다. 이게 이 작품이었다. 송중기 배우님 주연의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집필하신 작가님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출판사 소개에는 서두에 언급했던 <바람의 화원>이 없어서 긴가민가 기억력에 의존하다 작가 소개를 보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작품이 인상 깊게 남았기에 이번 신작도 나름의 기대하면서 완독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민주, 케이시, 준모라는 인물이다. 민주와 케이시 킴은 부부 관계였다. 케이시 킴은 AI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큰 업적은 남겼다. 췌장암 투병 중에도 치료 대신 AI 연구에 몰두하다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민주가 케이시 킴의 유산을 물려받았고, 시간이 흘러 준모와 재혼했다. 케이시와 준모가 살고 있는 지점에서 조금씩 이상한 일이 벌어졌고, 준모는 민주를 의심했다. 민주는 갑자기 전남편의 흔적들이 발견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초반에는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 SF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스타일이어서 AI를 주제로 한 스토리 자체가 머릿속으로 그리기가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디게 느껴지는 감이 있었다. 세 명의 인물들과 등장하는 AI 앨런의 이야기가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에 몰입이 되어서 그 이후부터는 술술 읽혀졌다.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필력이 참 인상 깊었다. 전작으로 읽었던 작품은 조선시대의 역사적 인물을 그린 소설이라는 점에서 미래 AI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게 흥미로웠다. 과거와 미래가 조금 반대의 선상에 있어서 조금 다른 결로 보여졌다. 역사 소설을 잘 쓰는 작가는 미래 SF를 그리는 이야기에는 조금 서툴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기대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심이 되었던 것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AI가 전 부인을 바라본다는 시점과 그를 의심하는 현 남편의 시점까지 그렸다는 점에서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스토리가 꽤 재미있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기계가, 그리고 인공지능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바라지는 않지만 다른 의미로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를 다시금 경험할 수 있어서 그것조차도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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