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징그럽고 이기적이고 따뜻해. / p.134

이 책은 최미래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다. 프롤로그와 세 편의 연작 소설, 에세이,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트리플 시리즈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문장 자체가 눈을 사로잡았지만 시차 없이 당도하는 불안에 대비한다는 말에 가장 큰 이끌림을 받았던 것 같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대변하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글을 쓰고 있다. 또한, 외로운 인물이다. 믿을만한 사람과 의지할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로운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소통의 부재를 확실히 그려진 인물. 그런 주인공에게는 윤조라는 인물이 있다. 윤조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 집에서 살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윤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인공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윤조가 있을 때에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꼈고, 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윤조가 없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모텔에서 근무하면서 애인과 같이 지냈다. 그러나 애인과 이별한 이후 결국은 가족이 살던 집으로 들어와 지낸다. 가족은 그야말로 콩가루이다. 언니는 퇴사 이후 방에서 비즈 공예만 하는 등 갇혀 있고, 어머니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매일 우는 등 문제가 있었다. 주인공은 언니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고, 어머니와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러한 소통들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주인공은 이러한 환경을 전환시키고자 판도라의 상자 안의 윤조를 다시 데리고 왔고, 이후 가족들과 함께 산행을 가는 등 좋은 관계가 생성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윤조가 분명 가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주인공 가족을 바꾼다거나 인간인 주인공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 그렇다.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가상 인물로서의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넘나드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윤조의 정체가 혼란스럽기도 했었다. 과연 가상의 인물이 실물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그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인가.

개인적으로 특유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심리가 인상 깊었다. 단절된 분위기에서 물을 마시지만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 주인공의 느낌이나 잔뇨감이 느껴진다는 표현들, 설탕으로 만든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비유한 본인의 생각이 그렇다. 누구나 숨 막히는 분위기에 물을 마시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을 떠나 사막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삭막한 집에서의 결핍이 갈증이라는 현상으로, 소통의 부재에 대한 주인공의 욕구 억제가 잔뇨감이라는 증상으로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녹색 갈증이라는 단어의 뜻은 뒤에 실린 내용으로 알게 되었다. 알게 된 이후 든 생각은 주인공이 윤조라는 인물을 통해 소통 부재를 해결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가족과 연결하고 싶은 욕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니 딱 적절한 제목이었다. 답답하면서도 무엇보다 주인공의 심정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과 별개로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나 역시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비단 소설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상황 자체가 머리가 그려지면서도 묘하게 어렵게 느껴졌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공감은 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 로켓 발사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 문명의 재시작 버튼을 향해. / p.117

로켓에 대해 하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학창시절부터 익숙한 편이다. 과학경진대회에서 색연필과 물감으로 그리는 도화지보다는 직접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졌기에 친구들이 만든 사이다 페트병으로 만든 물로켓을 많이 봤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자연과학계열로 지구과학을 배웠던 탓이다. 비록, 물로켓보다는 고무동력기나 글라이더를 더 많이 만들었고, 지구과학에서도 로켓 등장 횟수가 적기는 하지만 말이다.

졸업 이후로 로켓을 보고 들을 일이 많지 않았지만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랐다. 첫 번째 실패는 누구보다 안타깝기도 했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애국심으로 기도했었던 것 같다. 결국 얼마 전에 누리호 발사를 성공했었고, 대한민국에 속한 사람이라는 자체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이 책은 로켓 발사에 관련된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고전 설화를 주제로 한 앤솔로지 소설집으로 익숙한 박애진 작가님과 이야기꾼으로 유명하신 곽재식 작가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SF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누리호 로켓 발사 기념으로 만들어진 앤솔로지 소설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곽재식 작가님, 박애진 작가님, 전혜진 작가님의 소설이 공감이 되었고,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인상 깊었다. 곽재식 작가님의 <돌덩이일까, 외계인의 로켓일까>는 우주에서 온 물체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로켓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체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전 정권의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고 어이없는 이유를 들면서 큰 계획을 엎어버리는 모습들이 현실과 맞물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정부가 바뀌면서 영웅이 되었다 역적이 되는 로켓 개발자들은 대체 무슨 죄일까.

박애진 작가님의 <4퍼센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잘못된 기사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길을 따라가고자 노력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우주도약항법사로 항상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공간도약을 위해 오디세이 호에 탑승했으나 사고로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인을 어머니에게 묻는다. 주인공은 우주식물학을 전공해 꿈을 키우고 있었으나 현실의 벽과 동료의 배신으로 포기했다. 그러던 중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전혜진 작가님의 <잘 가요 은숙 씨>는 우주로 가고 싶었던 한 여성의 꿈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은숙 씨는 학교 선생님이었으나, 양아치 같은 남편으로 고생한다. 이혼 후 남편의 여동생이자 아가씨의 도움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 그렇게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은숙 씨에게 병이 찾아오고, 결국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남은 가족인 딸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숙 씨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아가씨와 딸, 딸의 친구들은 방법을 찾는다.

<4퍼센트>와 <잘 가요 은숙 씨>는 먹먹함을 느꼈다. 내용은 확실하게 다르지만 아무래도 어머니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기사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고자 하는 딸과 우주를 가고 싶은 어머니의 꿈을 이뤄 주고 싶은 딸. 염치라고는 없는 인간들의 등장에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모녀들의 이야기 자체가 애틋하면서도 큰 공감이 되었다.

달에 가서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천장 우주>, 우주선 반복 추락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재시작 버튼>, 한계와 상황에 부딪혀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했었던 <나의 탈출이 우리의 순간들로 미분하면> 등 작가님들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로, 그리고 로켓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편이어서 이해가 힘든 소설들도 있었지만 로켓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것도 누리호 발사가 성공된 이후에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듯하다. 누리호 발사로 대한민국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이렇게 대단한 작가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자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친구는 사라진 지 오래다. / p.132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선호하는 장르 역시도 독서만큼 호불호가 명확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호보다는 불호가 확실한 편이다. 로맨스부터 코미디 장르는 호에 가깝고, 액션과 멜로는 그저 그렇다. 가장 싫어하는 장르는 역시 호러와 스릴러 장르의 영상물이다. 심장을 부여잡는 재미로 본다고는 하지만 그런 느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너무 싫다 보니 천년의 사랑이 보자고 해도 거절할 정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이 책은 호러 장르의 앤솔로지 소설이다. 호러라고 하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편이지만 조예은 작가님과 남유하 작가님이 가장 먼저 보여서 읽게 되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디스토피아 장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기도 했고, 최근에 앤솔로지 소설로 남유하 작가님의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도시와 청년에 속하는 독자로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김동식 작가님의 <복층 집>과 조예은 작가님의 <보증금 돌려받기>, 남유하 작가님의 <화면 공포증>, 전건우 작가님의 <Not Alone>이 인상 깊었다. <복층 집>은 복층을 가진 곳으로 자취를 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개인의 추천으로 나름 합리적인 가격의 복층 집에서 독립하게 된다. 친구를 초대해 파티하면서 놀던 중 이상한 눈빛과 마주한다. 이후 미묘한 분위기로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낀 주인공은 친구에게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고 친구 역시도 복층 집에서의 이상한 부분을 말해 준다.

<보증금 돌려받기>는 술집이 몰려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주위의 소음과 집 앞에 세운 건물로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전세의 만기가 다가올 시기에 보증금을 요청하자 집주인은 이런저런 이유로 집이 나가기 전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 거기에 집주인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은 이사와 다양한 이유로 보증금을 받아야 하지만 답이 없는 집주인의 태도로 점점 초조함을 느낀다.

이 두 소설은 하나로 카테고리에 묶어서 봤다. 주인공의 처지와 내용 자체가 다르기는 하지만 아마 자취를 하고 있는 청년층이라면, 그것도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포다. 뉴스만 보더라도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가족과 같이 살고 있더라도 혼자 있을 때에는 혹시나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얼마 전 전세 사기 웹툰 작가님이 나온 프로그램을 봤던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이 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증금을 받는 일조차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취를 한 경험이 없는 내가 체험을 한 것처럼 소름 돋는 이야기들이었다.

남유하 작가님의 <화면 공포증>은 영화관에서 갑자기 어떤 남자가 스크린을 머리로 박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니터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더욱 걸리기 쉬운 화면 공포증은 단계에 따라 증상을 보이며, 결국 화면에 머리를 박는 질병이다. 주인공은 영화관과 직장에서 화면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을 봤고, 이후 조금씩 화면 공포증의 증상들을 경험하면서 화면 공포증을 부정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화면 공포증이라는 소재 자체가 나에게는 신기하면서도 독특했다.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모니터, 네온사인 등 넓은 차원에서 보면 화면을 많이 보면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이 소설을 보면서 '아, 그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사이버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 공포증일까? 하는 물음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원인들을 생각해 봤는데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깊게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전건우 작가님의 <Not Alone>은 피칠갑을 한 주인공이 경찰서에 찾아와 살인에 대한 자수를 한다. 자신이 살해를 당할 뻔했는데 정당방위로 살인했다는 이야기이다. 경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다 취업이 되면서 서울에 오게 되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기 시작해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Not Alone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과 가까워졌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그만큼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에 대한 공포가 더욱 와닿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폭력에 대한 공포인 줄 알았다. 주인공이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에 몰입해서 읽었는데 중반 이후로부터 당황스럽기도, 놀라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서 기댈 곳이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쩌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면서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이시우 작가님의 <아래쪽>은 맨홀 뚜껑 아래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년, 허정 작가님의 <분실>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청년의 이야기를 보면서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특히,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공시생, 비정규직, 상경한 직장인 등 너무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과 절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듯해서 읽는 내내 힘들기도 했었다.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몸으로 느끼는 공포이자 현실이었다. 이 소설을 덮으면서 희망이자 꿈이었던 도시가 어느 순간부터 절망으로 바뀐 듯하다. 내 집이 없는 서러움,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없는 외로움, 모든 것이 낯선 두려움, 화려한 어지러움. 머리가 아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 그리고 사람이 모인 도시는 두려움이자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귀신과 좀비가 나오는 공포는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현실감이 있었기에 서늘함과 공감이 공존했던 호러는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던 테일 안전가옥 FIC-PICK 2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을 현대 이야기로 재구성된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던 테일 안전가옥 FIC-PICK 2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이야기 하나가 무슨 힘이 될까 싶지만 그래도 한 줌의 위로라도 되었으면 한다. / p.233

올해 봄에 읽었던 고전 재해석 소설이 나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고전 동화를 뭔가를 바꿔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현대로 재해석이 된다면 어떻게 변할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상상력의 한계와 지극히 단편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확대가 되지는 않았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작가님들께서 함께하신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개인적으로 박서련 작가님과 심너울 작가님의 팬이면서 민지형 작가님의 전작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주변 지인들과 토론의 장을 펼쳤던 사람으로서 안 고를 수가 없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다섯 작품 모두 고전 동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서미애 작가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민지형 작가님 '신데렐라', 전혜진 작가님 '숙영낭자전', 박서련 작가님 '당나귀 가죽', 심너울 작가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 숙영낭자전과 당나귀 가죽의 경우에는 안 읽은 동화였기 때문에 새로움을, 다른 동화들은 내용을 알고 있어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는 상민과 양희 오누이의 이야기이자 가정폭력에 단면을 다룬 작품이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오누이는 귀가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린다. 배고픔에 지쳐 양희가 보채기 시작하자 상민은 김밥을 만든다. 그러던 중 집으로 아버지가 찾아왔다.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고 오누이를 노렸지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던 이야기. 어렸을 때에는 호랑이의 무서움만 생각했던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가정폭력을 한 아버지와 그 안의 남매로 생각하다니 첫 번째로 놀랐고, 두 번째로 소름이 돋았다. 소설이기 때문에 약간의 허구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정폭력의 잔혹함을 기사나 현장에서 보고 들었기에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대기업의 인사팀 팀장을 맡고 있는 성훈과 인턴들에 관한 작품이다. 기업의 지침으로 면접 합격자를 대상으로 실습 전형을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면접 합격자들 중에서 기업 간부의 딸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팀의 팀장들은 금수저의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훈은 그것에 관심이 없지만 인사팀에 배정된 리라라는 인턴에게 관심이 가면서 호감을 표시한다.

신데렐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흔히 금수저 남편에게 시집을 가서 팔자를 펴는 여자 주인공이자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이 소설을 그것을 비틀어 남자가 금수저 와이프를 맞이하고자 인턴들에게 호감을 사는 늑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드라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신데렐라 스토리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통쾌한 느낌을 받았다. 겨우 성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수경-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은 출산하기 위해 한국의 시댁을 찾은 수경과 그를 보필하는 여자 희원, 시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수경은 미국에서 한국 남자 현중을 만났고, 결혼을 약속하며,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현중의 정체를 몰랐는데 알고 보니 글로벌 기업의 자제였다. 출산할 때까지는 한국에 있자는 현중의 제안에 따라 왔지만, 그는 논문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미국에 있기로 한다. 한국에서 희원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한, 알 수 없는 꿈을 꾸게 된다. 시댁이 불편함을 떠나서 뭔가 묘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숙영낭자전이라는 이야기를 모른다. 재벌이 나오는 막장 드라마의 향기를 느끼면서 읽게 되었는데 가장 새로움을 느꼈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고전의 분위기가 잘 보이기도 했었다. 현중이 살고 있는 집부터 수경이 꾸는 조선시대의 꿈까지 읽는 내내 고전과 현대가 연결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숙영낭자전을 읽고 다시 재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는 라이더 자켓을 입는다>는 대기업의 이사인 채나연을 둘러싼 죽음을 찾는 작품이다. 어느 날부터 배우, 정치인 등 유명인 남성들이 심근경색이라는 질환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저 남자라는 것뿐이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이 채나연 이사를 찾아오는데 주인공은 채나연 이사와 같은 학교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그녀를 아는 사람으로서 절대 살인할 사람이 아니라고 장담한다.

추리 소설의 특성을 띄고 있기도 해서 나름 재미있었던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왜 남성들이 죽는 것인지, 채나연 이사가 진짜 죽인 것인지, 경찰은 왜 찾아오는지 등 사망 사건을 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누가 봐도 채나연이라는 사람은 원한을 살 법한 인물이 아니며, 오히려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인데 말이다. 결말을 보고 나니 납득이 되면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중수 이상의 독자라면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을 것 같다.

<나의 퍼리 대통령님>은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퍼트린 한 SNS 유저와 전직 과거를 지닌 국회의원 비서의 이야기이다. SNS에 대통령이 신체를 개조하는 퍼리라는 글이 올라온다. 글을 올린 유저는 대통령과 같은 대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며, 당나귀 귀로 개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증거 사진을 올렸다. 민심은 대통령의 지지율로 증명이 되었으며, 상대 정당에서는 대통령을 공격한다. 그러던 중 대통령의 정무수석이 국회의원 비서를 찾아와 SNS 유저의 정체를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현대와 가장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첫 번째 작품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아픈 이야기라고 하면 이 작품은 지금 이 시기에 볼 수 있는 위험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대통령 우상화나 신격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한다.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 정치인들의 공약이나 사실 관계를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일. 대단히 위험한 일인데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다른 의미의 대쪽같은 신뢰를 보이는 비서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면서도 가장 큰 공감을 느꼈던 작품이었다.

역시 고전을 재해석하는 이야기는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 느꼈다. 전에 읽었던 소설이 SF 상상력으로 나에게 재미를 주었다면 이번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 더불어 가정폭력이나 무조건적인 정치 지지, 신데렐라 스토리 등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문제점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역시 고전과 현대를 막론하고 소설은 언제나 현실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