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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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는 사라진 지 오래다. / p.132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선호하는 장르 역시도 독서만큼 호불호가 명확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호보다는 불호가 확실한 편이다. 로맨스부터 코미디 장르는 호에 가깝고, 액션과 멜로는 그저 그렇다. 가장 싫어하는 장르는 역시 호러와 스릴러 장르의 영상물이다. 심장을 부여잡는 재미로 본다고는 하지만 그런 느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너무 싫다 보니 천년의 사랑이 보자고 해도 거절할 정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이 책은 호러 장르의 앤솔로지 소설이다. 호러라고 하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편이지만 조예은 작가님과 남유하 작가님이 가장 먼저 보여서 읽게 되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디스토피아 장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기도 했고, 최근에 앤솔로지 소설로 남유하 작가님의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도시와 청년에 속하는 독자로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김동식 작가님의 <복층 집>과 조예은 작가님의 <보증금 돌려받기>, 남유하 작가님의 <화면 공포증>, 전건우 작가님의 <Not Alone>이 인상 깊었다. <복층 집>은 복층을 가진 곳으로 자취를 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개인의 추천으로 나름 합리적인 가격의 복층 집에서 독립하게 된다. 친구를 초대해 파티하면서 놀던 중 이상한 눈빛과 마주한다. 이후 미묘한 분위기로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낀 주인공은 친구에게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고 친구 역시도 복층 집에서의 이상한 부분을 말해 준다.

<보증금 돌려받기>는 술집이 몰려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주위의 소음과 집 앞에 세운 건물로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전세의 만기가 다가올 시기에 보증금을 요청하자 집주인은 이런저런 이유로 집이 나가기 전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 거기에 집주인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은 이사와 다양한 이유로 보증금을 받아야 하지만 답이 없는 집주인의 태도로 점점 초조함을 느낀다.

이 두 소설은 하나로 카테고리에 묶어서 봤다. 주인공의 처지와 내용 자체가 다르기는 하지만 아마 자취를 하고 있는 청년층이라면, 그것도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포다. 뉴스만 보더라도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가족과 같이 살고 있더라도 혼자 있을 때에는 혹시나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얼마 전 전세 사기 웹툰 작가님이 나온 프로그램을 봤던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이 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증금을 받는 일조차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취를 한 경험이 없는 내가 체험을 한 것처럼 소름 돋는 이야기들이었다.

남유하 작가님의 <화면 공포증>은 영화관에서 갑자기 어떤 남자가 스크린을 머리로 박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니터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더욱 걸리기 쉬운 화면 공포증은 단계에 따라 증상을 보이며, 결국 화면에 머리를 박는 질병이다. 주인공은 영화관과 직장에서 화면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을 봤고, 이후 조금씩 화면 공포증의 증상들을 경험하면서 화면 공포증을 부정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화면 공포증이라는 소재 자체가 나에게는 신기하면서도 독특했다.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모니터, 네온사인 등 넓은 차원에서 보면 화면을 많이 보면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이 소설을 보면서 '아, 그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사이버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 공포증일까? 하는 물음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원인들을 생각해 봤는데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깊게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전건우 작가님의 <Not Alone>은 피칠갑을 한 주인공이 경찰서에 찾아와 살인에 대한 자수를 한다. 자신이 살해를 당할 뻔했는데 정당방위로 살인했다는 이야기이다. 경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다 취업이 되면서 서울에 오게 되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기 시작해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Not Alone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과 가까워졌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그만큼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에 대한 공포가 더욱 와닿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폭력에 대한 공포인 줄 알았다. 주인공이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에 몰입해서 읽었는데 중반 이후로부터 당황스럽기도, 놀라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서 기댈 곳이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쩌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면서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이시우 작가님의 <아래쪽>은 맨홀 뚜껑 아래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년, 허정 작가님의 <분실>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청년의 이야기를 보면서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특히,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공시생, 비정규직, 상경한 직장인 등 너무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과 절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듯해서 읽는 내내 힘들기도 했었다.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몸으로 느끼는 공포이자 현실이었다. 이 소설을 덮으면서 희망이자 꿈이었던 도시가 어느 순간부터 절망으로 바뀐 듯하다. 내 집이 없는 서러움,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없는 외로움, 모든 것이 낯선 두려움, 화려한 어지러움. 머리가 아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 그리고 사람이 모인 도시는 두려움이자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귀신과 좀비가 나오는 공포는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현실감이 있었기에 서늘함과 공감이 공존했던 호러는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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