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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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고 이기적이고 따뜻해. / p.134

이 책은 최미래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다. 프롤로그와 세 편의 연작 소설, 에세이,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트리플 시리즈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문장 자체가 눈을 사로잡았지만 시차 없이 당도하는 불안에 대비한다는 말에 가장 큰 이끌림을 받았던 것 같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대변하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글을 쓰고 있다. 또한, 외로운 인물이다. 믿을만한 사람과 의지할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로운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소통의 부재를 확실히 그려진 인물. 그런 주인공에게는 윤조라는 인물이 있다. 윤조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 집에서 살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윤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인공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윤조가 있을 때에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꼈고, 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윤조가 없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모텔에서 근무하면서 애인과 같이 지냈다. 그러나 애인과 이별한 이후 결국은 가족이 살던 집으로 들어와 지낸다. 가족은 그야말로 콩가루이다. 언니는 퇴사 이후 방에서 비즈 공예만 하는 등 갇혀 있고, 어머니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매일 우는 등 문제가 있었다. 주인공은 언니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고, 어머니와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러한 소통들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주인공은 이러한 환경을 전환시키고자 판도라의 상자 안의 윤조를 다시 데리고 왔고, 이후 가족들과 함께 산행을 가는 등 좋은 관계가 생성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윤조가 분명 가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주인공 가족을 바꾼다거나 인간인 주인공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 그렇다.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가상 인물로서의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넘나드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윤조의 정체가 혼란스럽기도 했었다. 과연 가상의 인물이 실물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그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인가.

개인적으로 특유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심리가 인상 깊었다. 단절된 분위기에서 물을 마시지만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 주인공의 느낌이나 잔뇨감이 느껴진다는 표현들, 설탕으로 만든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비유한 본인의 생각이 그렇다. 누구나 숨 막히는 분위기에 물을 마시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을 떠나 사막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삭막한 집에서의 결핍이 갈증이라는 현상으로, 소통의 부재에 대한 주인공의 욕구 억제가 잔뇨감이라는 증상으로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녹색 갈증이라는 단어의 뜻은 뒤에 실린 내용으로 알게 되었다. 알게 된 이후 든 생각은 주인공이 윤조라는 인물을 통해 소통 부재를 해결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가족과 연결하고 싶은 욕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니 딱 적절한 제목이었다. 답답하면서도 무엇보다 주인공의 심정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과 별개로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나 역시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비단 소설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상황 자체가 머리가 그려지면서도 묘하게 어렵게 느껴졌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공감은 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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