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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 로켓 발사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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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재시작 버튼을 향해. / p.117
로켓에 대해 하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학창시절부터 익숙한 편이다. 과학경진대회에서 색연필과 물감으로 그리는 도화지보다는 직접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졌기에 친구들이 만든 사이다 페트병으로 만든 물로켓을 많이 봤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자연과학계열로 지구과학을 배웠던 탓이다. 비록, 물로켓보다는 고무동력기나 글라이더를 더 많이 만들었고, 지구과학에서도 로켓 등장 횟수가 적기는 하지만 말이다.
졸업 이후로 로켓을 보고 들을 일이 많지 않았지만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랐다. 첫 번째 실패는 누구보다 안타깝기도 했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애국심으로 기도했었던 것 같다. 결국 얼마 전에 누리호 발사를 성공했었고, 대한민국에 속한 사람이라는 자체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이 책은 로켓 발사에 관련된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고전 설화를 주제로 한 앤솔로지 소설집으로 익숙한 박애진 작가님과 이야기꾼으로 유명하신 곽재식 작가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SF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누리호 로켓 발사 기념으로 만들어진 앤솔로지 소설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곽재식 작가님, 박애진 작가님, 전혜진 작가님의 소설이 공감이 되었고,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인상 깊었다. 곽재식 작가님의 <돌덩이일까, 외계인의 로켓일까>는 우주에서 온 물체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로켓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체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전 정권의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고 어이없는 이유를 들면서 큰 계획을 엎어버리는 모습들이 현실과 맞물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정부가 바뀌면서 영웅이 되었다 역적이 되는 로켓 개발자들은 대체 무슨 죄일까.
박애진 작가님의 <4퍼센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잘못된 기사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길을 따라가고자 노력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우주도약항법사로 항상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공간도약을 위해 오디세이 호에 탑승했으나 사고로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인을 어머니에게 묻는다. 주인공은 우주식물학을 전공해 꿈을 키우고 있었으나 현실의 벽과 동료의 배신으로 포기했다. 그러던 중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전혜진 작가님의 <잘 가요 은숙 씨>는 우주로 가고 싶었던 한 여성의 꿈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은숙 씨는 학교 선생님이었으나, 양아치 같은 남편으로 고생한다. 이혼 후 남편의 여동생이자 아가씨의 도움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 그렇게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은숙 씨에게 병이 찾아오고, 결국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남은 가족인 딸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숙 씨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아가씨와 딸, 딸의 친구들은 방법을 찾는다.
<4퍼센트>와 <잘 가요 은숙 씨>는 먹먹함을 느꼈다. 내용은 확실하게 다르지만 아무래도 어머니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기사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고자 하는 딸과 우주를 가고 싶은 어머니의 꿈을 이뤄 주고 싶은 딸. 염치라고는 없는 인간들의 등장에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모녀들의 이야기 자체가 애틋하면서도 큰 공감이 되었다.
달에 가서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천장 우주>, 우주선 반복 추락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재시작 버튼>, 한계와 상황에 부딪혀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했었던 <나의 탈출이 우리의 순간들로 미분하면> 등 작가님들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로, 그리고 로켓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편이어서 이해가 힘든 소설들도 있었지만 로켓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것도 누리호 발사가 성공된 이후에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듯하다. 누리호 발사로 대한민국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이렇게 대단한 작가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자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