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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 - 변호사가 바라본 미디어 속 소수자 이야기
백세희 지음 / 호밀밭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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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은 바로 독자들로부터 시작된다. / p.212
드라마와 예능, 더 나아가 매체를 보면서 소수를 비하하거나 웃음거리의 소재를 느낄 때마다 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 건강한 웃음을 전달해도 될 일을 가지고 꼭 누군가를 깔아뭉개야 되는지 말이다. 또한, 작은 불편함을 넘어 내가 와닿는 지점을 느낄 때면 나 역시 무언가의 비주류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때도 있다.
가장 불쾌감을 느끼는 순간은 매체에서 보이는 지방에 대한 무시가 가시적으로 보일 때이다. 예를 들면 인생 드라마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응답하라 1994에는 서울 출신 등장 인물들이 지방 사람들을 무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MT 상황 중에 시골 사람들은 손을 잘 딴다거나 부모님께서 전부 농사를 짓는 줄 아는 그런 류의 무시 말이다. 여수에도 삼성과 GS 등의 대기업은 있다. 그들은 서울 사람들처럼 쌀을 구매해서 먹기도 한다. 다를 게 하나 없다.
이 책은 변호사이자 작가인 백세희 작가님의 소수자에 대한 사회학 도서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책 중 하나이다.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미디어에서의 소수자 이야기와 주류인 분야에서 느끼지 못했던 불편한 시각을 듣고 싶었다. 이는 내가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각 챕터의 시작은 아무개 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아무개 씨는 보통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그 사람은 이 세상의 주류이자 평범한 사람이다. 서울에 살고, 젊은 성인이고, 한국 사람이며, 남성이고, 비장애인이자 정규직 근로자, 이성애자인 사람. 지금 나열한 특징만 보자면 어느 부분으로 묶더라도 비주류보다는 주류에 속하는 사람인 것 같다. 아무개 씨는 미디어와 사람들 사이에서 등장하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이 표현하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후 저자는 미디어 속에서 펼쳐지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1장의 <아무개 씨는 서울에 삽니다>, 다른 소수자들보다 깊은 이해와 생각을 필요했던 부분은 6장의 <아무개 씨는 정규직 근로자입니다> 부분을 들 수 있다. 1장은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디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여기에서는 비주류로 분류가 되는 사람이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공감이 되었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사투리를 고치는 것부터 시골을 힐링과 피난처로 다루는 영화와 서울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다루는 상경에 대한 내용들까지 다룬다.
표준어와 사투리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으로서 늘 미디어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을 촌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늘 못마땅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더 파고 들었다는 점에서 큰 공감이 되었다. 녹두꽃의 주인공은 왜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를 쓰는 것일까. 전봉준의 고향은 전라북도인데 말이다. 또한,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은 시골에 내려와서 힐링을 느낀다. 사실 시군 단위에 있는 지인들도, 지방 광역시 단위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보면 서울특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산다. 시골이 왜 힐링인가.
6장은 양가적 감정이 들었던 부분이다. 을 중의 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세 가지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비원, 가사도우미, 배달노동자. 개인적으로 경비원과 가사도우미에 대한 부분은 깊은 생각이 필요했다. 경비원은 늘 잡일을 하면서 입주자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머슴이었다. 가사도우미는 영화에서 약간 선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인식되어진 직업이다. 읽으면서 돌이켜보니 나 역시도 가사도우미에 대한 영화는 전부 빨간 딱지가 붙일 정도로 성적인 묘사를 하는 대상으로 기억에 남는다. 과 몇 년 전의 경비원을 향한 갑질과 이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이슈가 크게 온라인과 오프라인들 달궜음에도 깊이 인식하지 못한 사실이 떠오르기도 했다.
반대로 배달노동자에 대한 부분은 약간 생각이 다르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는 배달노동자에 대한 비하 단어를 언급하면서 매체에서도 배달노동자는 배운 게 없어서 하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에 편견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한 부분에는 공감이 가는 바이기는 하지만 불과 어제만 해도 좌회전 신호에 경적을 내면서 직진을 했던, 조금만 늦었어도 큰 사건을 봤을 일들이 떠올랐다. 저자의 주장처럼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이 절실하겠지만 이러한 위험천만한 난폭운전은 배달노동자 각자의 안전 인식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여성에 대한 꽃뱀 서사, 발달장애인을 순수한 바보형 또는 천재로 우상화되는 서사, 결혼이주여성은 무조건 고부갈등의 원인제공자로 보는 미디어 등 항상 편견과 차별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봐왔지만 얕게 봐왔다는 내 시선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은 독자 중 한 명으로서 차별과 편견에 대한 균열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주었던 책이었다. 납작하고 투명하게 표현된 소수자들이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보통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