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이 정의는 아니야. / p.248

그동안 드라마를 보지 않다가 최근에 입소문으로 뜨고 있는 한 드라마를 챙겨서 보고 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변호사로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한마디를 남기는데 이 대사가 나에게 크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내 머리는 땡 하고 때리고, 내 마음은 짠 하고 울렸다.

말은 어눌하고 행동은 어색할 수 있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다는 말. 장애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련 도서를 읽고 있지만 나에게는 마음에 와닿았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라는 점보다 변호사로서의 마인드가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은 유즈키 유코의 추리 소설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법정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 본의 아니게 독서 시점이 겹쳤다. 그래서 더욱 더욱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법률 미스터리는 처음 읽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돈보다는 재미를 먼저 생각하는 사가타라는 변호사와 쇼지라는 신입 검사이다. 둘을 대결 구도로 잡는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호텔에서 치정 관계로 인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나이프와 현장 상황 등 모든 증거들이 피의자를 향하고 있다. 동기부터 증거까지 모든 증거가 범인을 향하고 있어 법정으로 따로 힘을 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가타는 피의자의 변호인이, 쇼지는 피해자의 검사로서 자리를 함께한다.

모든 증거들이 피의자를 향하고 있어도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애청자로서, 과거에 들었던 인상 깊은 사건으로 아무리 증거가 명확한다고 해도 다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의심을 가지고 봤다. 사가타는 재미를 생각한다고 하지만 정의로운 변호사, 쇼지는 권력에 찌든 검사로 생각했었다. 표면으로는 치정이라는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면서 뻔한 스토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사가타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변호사로서 보기에 그렇게 무게감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법정이 열리기 전날에 술을 마시고, 설렁설렁 하는 것처럼 보이는 변호사. 의뢰인을 생각해 본분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적어도 겉모습은 그렇다.

중반에 이르면서부터 사가타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변화되었다. 쇼지는 권력에 찌들지 않은 검사였지만, 사가타는 원래 생각했던 것처럼 정의로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소신과 주관을 가지고 검사로서의 커리어를 멈추고 변호사로 출발했다. 거기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그 부분이 나에게는 인상 깊었고, 주인공인 사가타의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의뢰인을 지켜야 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지만 그와 별개로 인간성을 보이는 부분을 말이다.

보면서 이런 방법으로 처벌할 수 있겠구나, 하는 사가타의 신념과 센스를 보았다. 그러면서 선과 악에 대한 생각을 다시 고민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아마 내가 법조계에 있었다면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해 평등하지 못한 변호사나 검사가 되었을 듯하다. 내 마음이 이끌이는 감정에 휘둘려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아서 법조계에 종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책을 덮으면서 사가타와 같은 변호사만 있다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은 더욱 공평하고, 법은 평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의 임무를 지키면서도 부정한 일에 대한 단죄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일. 무조건 판타지스러운 결말이 아닌 현실적으로 해결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속이 뻥 뚫려서 좋았다. 나에게는 부조리한 현실을 벗어나 사이다를 마신 것과 같은 시원함을 안겨 주었던 소설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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