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열 번째 여름
에밀리 헨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해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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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지만 결코 연결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 p.426

좋아하는 드라마인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리즈와 가장 보고 싶은 드라마인 그해 우리는에서의 등장 인물들은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전자인 시리즈들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같기에 비슷한 부분들이 많겠지만 후자까지 넓히면 친구에서 연인이라는 포지션이 바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자 내용도, 등장 인물도, 성격도, 모두 다르지만 이를 관통하는 것은 친구 사이. 사실 여기에 언급하지 않더라도 많은 드라마 클리셰 중 하나가 그렇다.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도 큰 찬반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과연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드라마를 질리게 본 덕후의 의견으로는 무조건 후자다.

이 책은 에밀리 헨리의 로맨스 소설이다. 드라마 클리셰 중 하나인 친구에서 연인으로 라는 모토에 맞는 소설이어서 관심이 갔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는데 거기에 드라마 요소가 있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있을 수 없는 현실이기에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동성만 모인 학교와 동성 비율이 높은 전공을 한 탓에 이성 친구가 하나도 없다.)

소설의 주인공은 파피와 알렉스이다. 파피는 잡지사에서 여행에 관한 기사를 적는 사람이며, 알렉스는 학교 교사이다. 직업뿐만 아니라 자유분방한 파피와 조금은 너드 스타일에 가까운 알렉스는 공통점이 없다. 대학교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십 년이라는 세월을 알고 지낸 친구 사이. 그렇게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은 여름 휴가를 같이 보내왔다. 심지어 둘은 상대의 연인과 함께 4:4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휴가만큼은 꼭 같이 보냈다. 그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휴가를 뽑는다면 둘이 함께 다녔던 이국적인 여행지에서의 휴가를 말할 수 있지만,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서 2 년간 보지 못하다 파피의 제안으로 여름 휴가를 간다.

전체적으로 파피의 입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파피는 알렉스를 이성적인 감정으로 사랑하고 있지만 이 관계를 잃을까 두려워 표현하지 못했다. 괜한 알렉스의 여자 친구에게 신경을 쓰기도 했고, 둘이 있는 순간에는 남몰래 연인 관계로서의 둘을 상상하기도 했다. 연락이 뜸했던 그 시기에도 파피는 알렉스를 생각했고, 그를 열정적으로 좋아했다. 보는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마음이 간질간질한 짝사랑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보면 서로의 연인 입장에서는 놀랄만한 관계여서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나의 연인이 매년마다 이성과 여행을 떠난다는 가정을 하면 이별을 날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할까. 개방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면 수긍하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자라서 보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용납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아마 전쟁터에서도 십 년 지기 친구 둘이 있다면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둘은 공통점이 하나 없지만 가장 좋은 게 합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알렉스가 파피와 만나면 상황극을 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의 파피는 알렉스를 만나서 이성적으로 생각한다. 사람 관계에서는 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둘에게는 결정적인 합이 맞았기 때문에 다른 취향과 성향을 가졌어도 십 년 간의 우정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정을 넘어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말이다.

읽으면서 제주 파도 소리 ASMR로 들었는데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꽤 두꺼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에 후루룩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특별한 사건이나 치정극 하나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어서 보는 내 마음도 편안했다. 어떤 누군가는 뻔한 스토리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게 또 로맨스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두 친구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여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서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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