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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ㅣ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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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덜 울기 위해 덜 웃거든. / p.130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 항상 다섯 살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그 무렵, 동생과 유치원에 입학했었던 일을 시작으로 동네 친구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했었고, 마당에 바둑이라는 작은 강아지를 키웠다. 이후 친구가 다쳤던 일과 바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던 슬픈 감정 등 이따금씩 현실에서 바쁘거나 지칠 때 드문드문 떠오를 때가 있다. 가족과 함께 사진을 보면 더욱 뚜렷해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약 일곱 살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던 순간과 감정이다. 당시에는 그저 외갓집에 갔다는 것 정도만 인식했었던 것 같다. 병원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외숙모께서는 동생과 나의 옷, 호랑이와 토끼 인형을 사 주셨다. 다음 날, 병원에 가니 분위기는 더욱 침울하게 보였고, 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도 호랑이 인형을 안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때의 냄새와 기억만큼은 너무나 뚜렷하다.
이 책은 양은애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두 아이가 만나는 듯한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눈에 들어왔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요즈음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면서부터 독서를 할 기회가 작년보다는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습관을 놓지 않기 위해 나름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비소설 계열의 어려운 책보다는 소설을 자주 읽게 되었는데 이런 점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주영과 수인 모녀로, 주영은 남편과 사이가 좋지 못한 듯하다. 이혼을 준비하고 있던 중에 딸 수인이를 아버지께 보내려고 한다. 또한, 일주일 정도 휴가를 가지면서 수인이를 몰래 떼어놓고 복귀를 하려는 생각을 가진다. 수인이는 외할아버지댁에서 머물던 중 도깨비 벼리와 어둑서니를 만난다. 어둑서니는 수인을 데리고 가기 위해 주영과 수인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며, 벼리는 이러한 수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결국 수인은 어둑서니에게 잡혀가게 되었고, 주영은 벼리와 함께 수인을 찾아나선다. 수인을 찾아나서는 일을 그리면서 기억 너머에 있는 주영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얇은 페이지 수에 비교적 이야기 자체도 어렵지 않게 흘러가다 보니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미혼이지만 어머니와의 추억,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 더 나아가 동생과 조카들을 생각하면서 읽으니 확실히 감정이입이 될 수 있었다. 이루어지기 힘든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등장인물이 마치 옆에 있는 부모님, 그리고 조카들이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환상보다는 현실적인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수인과 주영의 상반된 시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선, 수인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놀아 주지 않고 귀찮아하는 엄마 주영의 모습을 보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영보다는 어둑서니의 말을 믿고 떠난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어린 시절에 맞벌이를 하셨기에 수인의 심정이 와닿았다. 혼자 후두커니 집을 지키고 있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곱절로 긴 시간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외로움 역시도 배로 와닿았을 것이다. 수인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돌아간다면 주영보다는 수인의 편에 서서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주영은 남편과의 불화와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불완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딸인 수인이를 놓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수인에게 오롯이 와닿을 리가 없다. 분명히 수인을 사랑하고 있지만 방법이나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오해의 빌미만 주고 있다. 읽는 내내 한 명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께서는 종종 술을 드시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러한 마음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서운함을 내비치신 적이 있었는데 주영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작은 등이 겹쳐서 보였다. 어른이 된 지금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자 수인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주영의 마음 또한 헤아릴 수 있었다.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른 선택을 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도 신선했고 또 마음에 와닿았다. 그만큼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서로가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주영의 어머니부터 시작해 주영, 수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기억을 넘어 나누어 준 따뜻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했고, 가족의 소중함 또한 다시 되새길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